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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명의 대선 주자인 금민 한국사회당 대통령 후보를 만났다.

 

지난 8월 26일, 한국사회당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당대회에서 단독 출마로 당선되어 일찌감치 대선행보를 시작했지만 금민 후보에 대해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기성 언론으로부터 좀처럼 주목받지 못한 탓도 있지만, 그 스스로도 국민 대중에게 후보의 얼굴을 알리기 위한 소위 '대권 행보'를 본격화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신 금민 후보는 최근까지 '사회적 공화국'으로 대표되는 한국사회당의 '미래 구상'을 다듬는 데 힘을 쏟아왔다. 또 대선 전략을 수립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금민 후보는 이번 대선을 경과하면서 진보진영에 일대 '구조조정'이 일어날 거라 예측하고 있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구래의 '진보진영'이 가장 강력한 우군인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진보적 성향의 국민'들의 지지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금민 후보는 이번 대선을 통해 "이들과의 준별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보편적인 사회문제에 대한 적극적 개입과 대안 제출"을 통해 "미래를 맡길 수 있는 대안 세력"으로 한국사회당의 면모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낡은 진보정치는 침몰 중, 혁신의 촛불만은 반드시 지키겠다"

 

금민 한국사회당 대선후보 약력

1981년 양정고등학교 졸업
1985년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1989년 독일 괴팅엔대학 법학과 졸업(석사)
1992년~2001년 독일 괴팅엔대학 법학과 박사과정
2001년~2003년 사회당 정치연수원 원장
2005년~2006년 인터넷신문 프로메테우스 주필
2006년 희망사회당(현 한국사회당) 미래전략기획단 단장

2004년~현재 사회비판아카데미 이사장
2006년~현재 전국노동자회 수석자문위원
2006년~현재 한국사회당 대표

- 전당대회를 통해 한국사회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지 2개월 정도가 지났는데,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나?

"개인적으로 중요한 태도의 변화가 있었다. 정치적 인격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첫 경험이라 어색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대중 노출이나 언론 노출을 즐기는 성격으로 변했다. 우리 당을 조금이라도 더 알리고 싶지만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 것이 아쉽다. 그런 점에서 당원 동지들에게 대단히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 많이 바쁠텐데 어떻게 지내고 있나?

"선거 환경에 많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현재의 선거 구도에 적응하고 새 전략을 수립하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있다.

 

현재는 한나라당, 통합신당 양강 중 누가 이길 것인가가 아니라 양강 구도 자체가 수립될 것인가의 여부가 관건인 상태다. 문국현 현상도 주목하고 있다. 문국현 후보가 제시하는 현 사회의 즉각적 위기 해소 방식, 그러니까 대증요법(對症療法)적 문제 해결 방식 가운데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특히 교육과 일자리 문제가 그렇다. 문제는 문국현 후보 측에서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은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는 거다. 그 수단이 서로 공개될 때 문국현 후보와 한국사회당의 공통성과 차별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여전히 '금민'이 한국사회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간략하게나마 '출마의 변'을 밝힌다면?

"진보정치가 대중으로부터 외면받는 시대가 시작됐다. 사회 전체가 급격히 재편되는 전환의 시기임에도 과거 진보정치의 주류 세력은 좌표를 잡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앞으로도 좌표를 찾지 못할 거라는 생각도 든다.

 

진보정치 전체의 다운사이징(downsizing)이 시작되었고, 이제 리셋(reset)이 필요한 시기이다. 그것이 진보정치 내부의 수리로 시작될지, 아니면 진보라는 말을 넘어선 다른 프레임의 출발로 시작될지는 나 역시 지금 뭐라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바닥에 다다른 진보정치의 리셋을 담당할 사람으로 자임하겠다는 것은 분명하다.

 

민주노동당으로 대표되는 진보정치 전체는 거대한 풍랑 앞에 놓인 구멍난 작은 배 일 수 있다. 그 배를 구출할 시기는 지났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나는 국가의 리모델링, 정치의 리셋, 진보의 혁신, 새로운 프레임이라는 한국사회당의 촛불을 지킬 것이다."
 
- 진보 정치의 '리셋'을 담당할 사람이라고 했는데, 그 근거도 말 해 줄 수 있겠나?

"정치가(政治家) 탄생의 조건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그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확신을 '현실'이라는 잣대를 통해 긴 시간 동안 혹독하게 검증 해내는 것이다. 두 번째는 비록 현재는 소수파에 머물지라도 다수파적 확신과 심성을 가지고 사태에 대한 객관적 상을 획득하고 끊임없이 현실적이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이것이 소위 '소수파' 처지에서 큰 정치가가 되고자 할 때 요구되는 기본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다수파적 확신은 현실의 조건에 대한 냉엄한 판단에서 온다. 일체의 주관을 배제하고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때 다수파적 확신을 갖는 것이 가능해진다. 나는 누구보다 지금의 현실을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5·31지방선거 이후 시작된 열린우리당의 위기와 함께, 그리고 폭발적으로 진행된 FTA 반대 시위 등을 거치면서 민주노동당이 품고 있던 천하삼분(天下三分)의 환상이 이번 대선에서 무너지고 있다.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에 대한 고별 투표가 이뤄질 것이다. 지금 추세라면 민주노동당은 1.8%, 11월의 전민항쟁 전략이 들어맞지 않는다면 0.9%~1% 정도의 표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사회당은 대선을 통해 이렇게 몰락해가는 구래의 진보정치와 한국사회당과의 준별점을 세워야 한다. 이것이 한국사회당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고 내가 이번 대선에서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사회당의 2002년 대선을 지켜봤던 많은 사람들이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회당은 2002년 대선 이후 이념 정당에서 사회 연대 정당으로 변모해 왔다. 이번 대선에서 이 변모가 만들어 온 조직적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07년 대선에서의 정치는 조직표가 얼마나 늘었느냐의 문제보다 몰락하는, 위기를 겪게 될 진보정치 주류 혹은 민주노동당과 우리가 어느 정도 범위의 국민에게, 어떤 정도의 준별성을 갖고 인식되는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진보의 혁신과 진보 프레임의 교체는 이 최초의 구별 정립이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이후에도 불가능하다. 정치 전반의 리셋과 국가 리모델링은 더 먼 꿈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 해법, 성장 가능한 대안적 경제모델에서 찾아야”

 

- 현실적인 문제를 짚어봐야겠다. 전국비정규노동자대회·노동자대회를 앞두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문제화된 지 오래지만 누구도 책임있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산업양극화, 고용양극화에 원인이 있다. 지난 10년간 지속돼 온 한국 사회의 성장 방식에서 문제의 원인이 찾아진다는 것이다. 당연히 해답도 거기에 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강제적으로 전환하는 법을 만든다고 해서 그 법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겠나? 경제 방식 자체를 수정할 수 있는 정치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특히 현실 인식 문제에서 문국현 후보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97년 IMF 이후 정리 해고에 대한 정규직의 저항이 5년 동안 꾸준히 계속됐고, 그 이후 5년간 비정규직의 치열한 저항이 계속 되었다. 저항이 없어서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비정규직대회·노동자대회를 수없이 되풀이 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성장방식을 바꾸기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 경제 성장이 가능한 대안적 모델이 있어야 한다. 권영길 후보도 진보적 성장론의 가치를 깨닫고 이를 최근에 말하고 있지만 여전히 노동혁신 클러스터의 구성, 즉 노사정 위원회를 지방차원으로까지 확대하는 차원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실효성을 의심하고 있다."

 

- 성장이 가능한 대안적 모델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한편에서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다른 한편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게 될 산업 재편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전자를 위해서는 고용촉진법만으로 안 된다. 복지국가로의 전환을 통한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해야 한다. 동시에 고도의 노동 사회로 이행하는 산업 재편이 필요하다. 이는 비정규직, 정규직 모두에 대한 직업교육을 강화하는 것을 통해 진행될 것이다. 문제는 이 산업 재편이 한 기업 차원에서 이뤄질 수 없다는 데 있다.

 

저는 국가가 사회협약을 통해 향후 5년간 약 100조의 노동사회혁신기금을 조성해 노동교육에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자리 창출, 직업능력 개발 등을 강조하는 문국현 후보와 비슷한 점이 있다.

"그렇다. 현실 공유, 가치 공유가 있다. 그런데 일단 문국현 후보가 주장하는 500만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8% 이상의 성장이 이뤄져야 한다. 이 정도의 성장이 어떻게 가능한 지에 대한 해법이 있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직업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구체적인 강제 방안이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양심적이고 이성적인, 한마디로 ‘문국현 사장’과 같은 기업가가 과연 이 나라에 몇 명이나 있겠나?

 

나는 정부․기업․노동자 3자연대를 통해 노동사회혁신기금 100조를 조성해서 과감한 직업교육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사회혁신, 이것은 분명 제도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다."

 

"보편의제 없는 진보정치란 없다"

 

- 좀 다른 차원인데, 제도를 만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나? 전통적인 방식 그러니까 소위 '거리의 정치'의 유효성을 부정하는 것인가?

"유효성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 굳이 비유하자면 집토끼를 지키는 데는 유효할 것이다. 저는 지금 민주노동당이 이 '집토끼'를 지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를 통해 지킬 수 있는 표는 2%를 넘지 못할 것이다.

 

민주노동당 정도의 적극적 지지자의 층을 갖고 있지 못한 우리 처지에는 더더욱 맞지 않다. 특히 대선 시기에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이 아니다. 만약 우리에게 민주노총과 같은 '조직'이 있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단지 집토끼를 지키는 전략으로 대선을 넘기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라 단언한다. 반대로 후보가 별 대안 없이 그저 중소기업인들을 만난다 해서 진보정치에 별 가능성을 두지 않는 산토끼가 진보정치에게로 오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덧붙이겠다.

 

결국 문국현 지지현상은 진보적 유권자들이 ‘한국 사회 진보에 대한 기여도’라는 측면에서 진보정당보다 시민사회단체에 더 많은 점수를 주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 진보적 유권자의 중심이 87년 민주화투쟁을 경험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30-40대 샐러리맨들이다. 바로 이 계층을 잃어버린 진보정치가 보편적인 의미에서의 진보정치일 수 있겠는가를 나는 지금 심각하게 묻는 것이다.

 

권영길 후보의 민족주의나 통일론이 시의적절하지 않다는 점보다 더 심각한 것은 민주노조운동이 국민적인 신망을 잃어버렸다는 데에 있다. 앞서 말한 샐러리맨들이 더 이상 민주노조운동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들이 진보도 보수도 아닌 제3의 어딘가에 있는 문국현을 심정적으로 더 지지하고 있다는 것, 게다가 노무현 때와는 달리 감성적 지지가 아닌, 차갑고 이성적인, 합리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 더 심각한 현상이다. 이런 지지는 오래간다.

 

한국사회 진보의 두 축, 즉 민족통일 담론을 핵심으로 한 진보와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진보가 모두 보편적 근거를 잃어버렸다. 사회 보편적인 문제에 대한 개입과 대안 제출이 없는 한 진보정치란 성립할 수 없다. 조직을 가동해서 얻을 수 있는 표는 서구의 가장 잘나가는 정당도 50만 표를 넘지 않는다."

 

- 지금의 평가에서 한국사회당도 자유롭지 않은 것 아닌가?

"한국사회당은 지난 5년간 기회가 없었다. 각 개인이 진보정치의 현재에 부채감을 가지는 문제와는 별개로 우리 전체로서는 책임질 일이 없다. 한국사회당이 민주노총의 중요 축인 적이 있었나? 한국사회당이 97년 이후 민주노동당-민주노총-전선체 이 삼각편대에 입각한 저항정치의 유의미한 축이었던 적이 있었나?

 

만약 우리가 대등한 세력으로, 경쟁 정당으로 진보정치의 한축이었다면 진보정치가 이렇게 몰락했겠는 가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당 대 당 경쟁이 없는 구도가 진보정치를 망쳤다고 생각한다. 보수정치도 다당제적 경쟁을 하는 데 진보정치는 승자독식구도로 갔다. 2001년, 2002년 시기에는 몰라도 그 이후에 우리에게는 기회가 없었다."

 

- 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씀이 있다면

"일단 안타깝다. 나를 한국사회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해 준 당원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사회적으로 언론을 타고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것이 잘 보이지 않아서 무척 답답할 거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렇다. 앞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의사소통의 장을 많이 활용할 생각이다. 어떠한 문제 제기도 환영이다. 당원 동지들, 한국사회당에 관심을 갖고 계신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최미라 기자는 한국사회당 대통령선거운동본부 공보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태그:#2007 대선, #금민, #진보, #민주노동당, #금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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