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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일부의원들이 22일 국정감사 이후 피감기관으로부터 향응을 받은 것이 밝혀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국감이 끝난 뒤 식사에 이은 단란주점에서의 접대, 그리고 보통 '2차'로 불리는 성접대까지 받았다는 의혹이다.

 

최초 보도한 <동아일보> 기사와 과기정위 의원들의 설명과 현지취재 등을 근거로 22일 밤 상황을 재구성해본다.

 

"관례대로 국감 뒤 저녁식사 회람이 돌았다"

 

과기정위 의원들은 22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대전시 유성구에 있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국감을 벌였다. 류근찬 국민중심당 의원은 "관례대로 국감이 끝난 뒤에 어디서 저녁식사가 있다는 회람이 돌았다"고 전했다.

 

의원들과 국회관계자, 그리고 피감기관 인사들은 저녁 7시쯤 유성구의 한식당과 고기집, 2곳으로 이동했다.

 

이 식사 자리에 대통합민주신당에서는 홍창선 의원만 참석했다. 신당의 변재일 의원은 26일 오전 과기정위 회의 시작에 앞서 이렇게 밝혔다.

 

"우리 신당의원들끼리 회의해서 확인을 했는데, 홍창선 의원만 식사에 참석했다가 해외에서 귀국하는 부인을 마중하기 위해 8시쯤 귀경했다. 다른 의원들(김근태, 유시민, 이종걸)은 국감이 끝난 뒤 바로 서울로 갔다. (원내 사령탑인) 김효석 원내대표는 국감에 불참했고, (재판중인) 염동연 의원은 국감 끝무렵에 잠깐 왔다가 바로 떠났다. 나는 국감이 끝난 뒤 바로 충북 청주로 이동했고, 강성종 의원은 이날 대전에서 머물렀으나  개인 일정상 저녁식사 때부터 아예 따로 움직였다."

 

한나라당에서는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박형준 대변인은 이날 국감에 불참했고, 임인배 위원장과 김태환 의원은 식사자리에 참석했다. 신상진 의원은 "인사만 하고 식당에서 나와 현지에 있는 지인들을 만났다", 김희정 의원도 "식사중간에 나와 서울로 돌아갔다"고 말하고 있다. 류근찬 의원은 임 위원장 등과 함께 식사를 했다.

 

<동아일보>는 식당 2곳에서 각각 80여명과 90여명이 식사를 했다고 전했으나, 의원들은 임 위원장과 김태환, 홍창선, 류근찬 의원과 '잠깐 있다가 자리를 떴다'는 신상진, 김희정 의원까지 포함해 6명이었다.

 

"우리끼리 허름한 곳에 갔다" - "기자들 눈에 안띄는 룸살롱 알아보라"

 

식사가 끝난 시간은 밤 9시. 임 위원장은 "저랑 류근찬, 김태환 의원은 우리끼리 한 잔 하자고 해서 옆에 허름한 술집에 갔다"고 말했다. 이들은 근처 A단란주점으로 갔다. 류근찬 의원은 "단란주점이라고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임 위원장에 따르면 이들은 A단란주점에 들어가서 양주 한병과 과일안주를 시켜 먹고 있는데 '어떻게 알고' 피감기관장 5명이 왔다.

 

<동아일보> 보도와는 결정적으로 엇갈리는 대목이다. <동아일보>는 "피감기관 관계자가 '저녁식사 뒤 갈 룸살롱을 물색하면서, 식당과 거리가 가깝고, 기자들과 피감기관의 직원이 안 오고, 조용하고 후미진 곳에 있는 술집을 선택하라는 지시를 위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보도대로라면 피감기관이 주도적으로 술자리를 마련했다는 얘기다. 이는 '우리끼리', '허름한 술집', '어떻게 알고 피감기관장들이 왔다'는 임 위원장의 설명과는 큰 차이가 있다.

 

밤 9시 20분쯤 류근찬 의원이 먼저 술집에서 나왔다. 한 잔 마신 뒤 류 의원이 "분위기가 안좋다. 국감중에 피감기관과 술 먹어서 되겠느냐"고 먼저 나갔다는 것이다.

 

다음은 임 위원장이 말하는 후속상황.

 

"그런데 (피감기관 관계자들이) '이렇게 만났는데 한잔만 더 하고 헤어지자'고 해서 폭탄주 한  잔씩 더 먹고 나왔다. 류 의원이 나간 뒤 5분 정도 뒤다. 밖으로 나오니 피감기관이 에쿠스인지 차를 대기해놔서 그 차 타고 호텔로 갔다. 밤 10시 이전에 다 끝났다. 거기까지가 전부다. 모텔이니 성매매니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는 "술자리에 여종업원 3명이 있었는데, 원래 여종업원 없는 술집인데, 전화로 부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업소측에서 이른바 '보도방'을 통해 접대부들을 불렀다는 것이다.

 

이 술자리 비용은 20만원 정도였고 "피감기관 관계자들이 20만원도 안되는데 그걸 뭘 내시냐"면서 계산했다는 것이 임 위원장의 해명이다.

 

"밤 10시 이전에 끝났다" - "자정에 끝나, 의원 2명 성접대"

 

이는 <동아일보> 보도와는 많이 다르다. <동아일보>는 스카치블루 양주가 여러병 들어갔고, 한 사람당 6, 7잔의 폭탄주를 마셨으며 술자리가 끝난 시간은 자정"이며 "또 방에서 나온 의원 2명이 술집 바로 옆 모텔로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임인배 위원장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과기정위 국감에서 "국감뒤 만찬까지는 공식행사이기 때문에, 상임위에서 피감기관들과 사후정산하기로 돼 있다"면서 별문제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실제 그렇게 됐는지는 확인해야 할 대목이다.

 

<오마이뉴스>취재결과, 이날 의원들의 지정숙소였던 유성 리베라호텔의 숙박계에는 단란주점에 함께 간 것이 확인된 임인배, 김태환, 류근찬 세 의원과 강성종, 김근태, 이종걸, 김희정, 신상진 의원 등 8명이 묵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중 강성종 의원과 신상진 의원은 개별일정으로 대전에 머무른 것으로 설명하고 있고, 이종걸, 김희정 의원은 의원들 대신 보좌진이 호텔에서 잤다. 김근태 의원은 오후 4시에 서울에 와서 정동영 후보와 손학규 전 지사, 이해찬 전 총리와 공개회동한 뒤 저녁 8시30분 차로 대전에 내려가 리베라호텔에서 묵었다. 다음 날인 23일에도 대전에서 국감이 잡혀있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성접대 의혹의 대상으로 임인배 위원장과 김태환 의원이 거론되고 있지만, 임 위원장은 "언론보도에 법적 대응하겠다", 김 의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한나라당 일부에서는 "의원들이 아무리 강심장이라 하더라도 수사의뢰까지 한 것을 보면, 단란주점에 같이 갔던 성매매를 한 인사들은 피감기관 사람들일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과기정위는 성접대 의혹 등 향응파문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이번 사건은 실제 수사에 들어갈 경우 수사 주체의 의지만 확실하다면 사실관계 파악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성접대를 받았다는 모텔과 피감기관 관계자, 그리고 의혹을 받고 있는 세 의원이 이날 밤 A단란주점에서 나와 곧바로 리베라 호텔로 왔는지 아니면 공백 시간이 있는지 등을 조사하면 된다는 것이다.


태그:#과기정위, #성접대, #임인배, #김태환, #류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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