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외국어고등학교와 다릅니다. 원서로 된 '맨큐의 경제학'(대학에서 교과서로 쓰이고 있는 세계적인 경제학 입문서)을 배웁니다. 외국인학교가 아닌 나머지 학교에서 영어로 수업하는 학교는 저희밖에 없습니다." 지난 25일 오후 6시경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ㅅ학원 지하대강당. 밖에는 비가 추적주적 오지만 안에서는 100여명의 중학생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후끈하다. 모두 앞에서 파워포인트로 설명하는 한 사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파워포인트에는 'ㅊ국제고와 외고의 차이점'이란 제목의 표가 그려져 있다. 이 학원 관계자가 아니다. 다름 아닌 경기도 가평에 있는 'ㅊ국제중고 교감'이다.
특수목적고(특목고) 교감이 서울까지 와서 학원에서 연 입시설명회에 직접 강연을 한 것이다. 이 학원은 아예 '긴급!! ㅊ국제중고등학교 ㅈ교감 초청 2008학년도 ㅊ국제고 입시설명회'로 학생과 학부모에게 알렸다.
ㅈ교감은 "센트럴시티, 리틀엔젤스회관 등을 가진 '통일교' 재단 학교로 1인당 학비가 연간 960만원이며 2000만원 가량을 지원해준다"고 내세우며 "방과후 학교 시간에는 학원에 다닐 수도 있다. 이 학원까지도 1시간 정도 걸리는데(발언 도중 강남 모 학원 언급) 현재 공사 중인 고속도로가 생기면 30분으로 당겨질 것"이라고 학교를 홍보했다.
또 교육부의 특목고 대책 방안을 염두에 둔 듯 "29일 발표될 교육부의 특목고 방안 등으로 외국어고는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연을 한 시간은 30여분. 교육과정과 교원 현황 등 세세한 내용을 학생들에게 알렸다. 상황을 담으려 사진을 찍으려 하자 학원 관계자가 "사진 찍는 건 안 된다"고 잘라 말하며 "교감선생님이 외부로 알리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고 설명했다.
ㅈ교감은 지난 2005년 12월에도 ㄹ학원이 서울의 고급 호텔에서 연 '학부모 초청 입시전략 설명회'에 참석해 'ㅊ국제중고의 2006입시 결과와 2007 입시전략'이란 제목의 강연을 했으며 ㅊ국제중고는 지난해 5월 아예 같은 ㄹ학원이 학교에서 'ㅊ국제중고 학교탐방 현장설명회'를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줬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은 '기관경고'를 내린 바 있다.
그런데도 이번에 또 학원이 연 입시설명회에 직접 참석해 강연한 것이다. ㅈ교감은 이에 대해 묻는 전화통화에서 "있는 그대로다"고 사실상 인정하며 "학원에서 요청이 와서 응하게 됐다. 속사정까지는 그렇고 지침이 있는데도 그렇게 한 것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교육부 지침 위반이어서 특목고가 사교육을 부채질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교육부가 지난 2004년에 내놓은 '특목고 정상화 방안'은 "학원과 연계한 입시설명회 개최 등 직간접적인 사교육 조장행위에 대해서는 철저히 장학 지도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에 따라 경기도교육청도 지난해 학원과 함께 하는 행사를 금지한 '특목고 운영 정상화 방안'을 공문으로 내려 보내고 틈나는 대로 주의사항을 주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제2청사 중등교육과 담당장학사는 "명백히 교육부 지침에 어긋난다"고 밝히며 "주의를 주고 있지만 일부 특목고가 음성적으로 진행해서 다 파악할 수 없다. 이번 건도 사실 확인하고 주의 조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가 오는 29일 명문대학 입시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사는 외고 등 특목고에 대한 대책이 담긴 '수월성제고를 위한 고등학교 운영 개선 및 체제 개편(안)'을 내 놓을 예정이어서 그 내용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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