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3시간 20분 정도가 지나자 푸른 바다 위에 있는 섬을 지났다. 비행기 창문으로 보이는 섬은 마치 조각배 같았다. 고도가 낮아질수록 성냥갑 같은 고층 빌딩이 마치 숲을 연상케 했다. 좁은 땅덩어리를 넓히는 인간의 욕구가 하늘로 치솟는 작업이었을까?
같은 아시아권 문화임에도 왠지 서구 문명을 보는 것과 같은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 사람들은 그곳을 홍콩이라 부른다. 아마 그것은 100여 년이 넘게 영국의 식민지령에 속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홍콩을 꿈의 도시로 생각한다. 출구를 이용하는데 전철을 탔다. 홍콩은 그리 크지 않은 섬으로 이뤄진 곳이다. 하지만 세계의 금융과 무역의 중심축으로 기대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여행을 떠나기 전 홍콩에 대한 기대심리는 아주 컸다. 아마 그것은 내가 살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와 입지조건이 같다는 것 때문일 터. 즉, 관광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여건 말이다. 홍콩의 면적은 1092㎢, 제주도 면적 1848㎢인 것에 비하면 작다. 하지만 사람들은 홍콩이 제주도보다 더 크다고 인식한다.
거리를 누비는 2층 버스는 다소 이색적이었다. 2층 버스를 타 보았다. 그리고 좀 더 멀리 높게 시야를 넓히고자 2층으로 올라갔다. 버스 안에서 제일먼저 보이는 것이 장애시설 표지판. 버스의 공간에 비해 장애인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다소 크게 느껴졌다. 2층 버스에 앉아 밖을 보니 성냥갑같은 빌딩이 보였다. 베란다에 매달려 있는 빨래와 화분들. 그리고 허름한 창문. 홍콩시내 한복판에서 볼 수 있는 꿈의 빌딩은 다름 아닌 임대아파트였다.
30~40층의 초고층 아파트지만 문이 열려 있었다. 빈부의 격차가 심하다는 홍콩, 동승한 가이드는 ‘60 % 이상이 정부 임대 아파트다’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소유에 대한 개념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층 버스 안에서 동승한 가이드는 차창가로 스치는 임대아파트에 대해 설명을 한다. 정부 임대 아파트의 경우는 8평, 13평, 18평정도. 하지만 작은 공간에서도 2~3 세대가 같이 사는 경우가 많다 한다. 20평 이상은 임대 아파트지만 홍콩의 임대 아파트들은 거의 월세의 개념에 익숙해져 있다. 그렇기에 봉급자들은 봉급에서 월세를 지출해야 부담을 안고 있다. 영국의 식민지 생활에 익숙해서인지 그들은 자신의 생활을 그렇게 비관해 하지는 않는다 한다.
영국 식민지를 청산하고 홍콩에 남겨진 것은 무엇일까? 추측이지만, 산을 깎아 관광지를 만들어 세계 속 해양관광지를 만드는 작업, 바다를 메워 휴양지를 만들어 땅 값을 부추기는 작업 등 이런 것들이 홍콩 사람들을 평생 먹고 살도록 했음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집값에 대한 거품을 일으킨 것은 아닌지. 틈새 없이 붙어 있는 고층 빌딩과 어우러진 임대아파트를 보면서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고도제한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이들만의 문화는 땅 좁은 땅덩어리에서도 살아가는 또 하나의 지혜를 짜내고 있는 듯 했다.
사람 사는 풍경은 어디든 똑같다. 베란다 틈새로 보이는 삶의 표정은 한국의 문화와 다를 바 없었다. 꽃을 가꾸고 빨래를 널려 있는 풍경. 그러나 우리나라 임대 아파트가 전세나 1년의 세 개념라면 이들은 대부분 월세로 살아야한다는 것이다.
홍콩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직접 체험 하지 못했지만, 2층 버스에 함께 동승한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 이들의 소비 성향은 우리 문화와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비행기 안에서 바라봤던 초고속 빌딩은 꿈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초고속 빌딩과 어우러진 정부임대 아파트와의 조화. 홍콩은 백만장자의 빌딩 주인이 있는가 하면 월세를 내며 생활에 전전긍긍하는 사람이 있다. 소유개념이 무엇이든지 간에 욕망의 채움은 사람의 마음에 따라 각기 다르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지난 8월에 다녀온 홍콩 이야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