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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도 끝나고 자갈치 축제도 끝났는데, 타 지방 사는 친구가 부산에 일부러 놀러왔다. 관광시켜 줄 생각보다는, 회 한 접시 함께 하고 싶어 오랜만에 자갈치 시장에 들렀다.
 
자갈치 축제가 끝났는데도 알록달록 색색의 깃발이 회센터의 천정에 나부끼고 있다. 10월의 부산은 '축제'라고 해도 될 정도로 곳곳에서 축제가 벌어진다. 큰 도로 하나를 경계로 PIFF 광장에서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이편에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바통을 이어 받아 자갈치 축제가 열렸다.
 
시장 분위기는 아직도 축제 때처럼 시끌벅적하다. 부산은 바다의 도시, 부산은 해양의 도시이며 항구 도시이기도 하다. 부산에 놀러오는 사람은 대개 바다를 보기 위해 오고, 바다는 해운대 바다 광안리 바다도 좋지만, 자갈치 바다를 보지 않으면 부산 바다를 보았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자갈치 횟집을 여러군데 둘러 가격을 알아봐도 비슷비슷했다. 언젠가 한 번 들린 집이 싸던데 싶어 기억을 더듬어 헤매인 끝에 비로소 그 횟집을 찾았다.
 
 
 
싱싱한 생낙지회를 들고 있는 두분의 아저씨가 마주 앉아 소주잔을 기우리고 있었다. 자갈치 아지매는 "보이소. 먹고 가이소." 외치다가 잘 아는 사람 만난 듯 반색하신다.
 
"낙지 묵을기가?"
"전어는 2인분 얼마에요?"
"마 앉아라….  잘 해 줄낀데 와 자꾸 물어싸노?"
한 자갈치 아지매 말씀이다.
"어머…어머…이거 생낙지아니에요? 생낙지를 어떻게 먹어요?"
내친군는 호들갑스럽다. 그러자 한 아저씨 껄껄 웃으시며 말한다.
"어떻게 묵기는…. 참기름에 소금 찍어 묵으면 꿀맛이다"하신다.

"꿀맛요?"
친구는 고개를 가우뚱거린다. 접시 안에 낙지들은 살아서 징그럽게 꿈틀거린다.
"그래, 한점 먹어봐라.  꿀맛이다.  잘해 준다."
한 자갈치 아지매 말씀이다.
"아, 전 절대 못 먹어요. 생낙지를 어떻게 먹어요?"
연신 징그럽다고 얼굴상을 펴지 않는 친구에게 나는 자리에 눌러 앉히고, "괜찮을 거야. 넌 안 먹어봤으니 생낙지가 좋겠다."
 
야단스럽게 못 먹는다는 친구의 뜻을 무시하고 낙지 한 접시 시키자, 고무앞치마를 입은 인어 같은 젊은 자갈치 언니가 이번에 꼼지락꼼지락 거리는 생낙지회를 갖다 놓는다. 낙지가 꼼지락거리기를 멈출 즘 접시는 바닥이 나고 여친은 진짜 맛있다고 한 접시 더 먹자고 말하고 씽긋 무안하게 웃는다.
 
자갈치 아지매 말씀으로는 "마, 생낙지회보다 좋은 회는 이 세상에 없는 기라…죽어가는 소를 살리는 약에 쓰는게 생낙지회다…못 먹어서 비실비실한 사람한테 좋은 기라."
 
몸이 약한 친구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자갈치 늙은 아지매 말씀에 친구는 약처럼 몸에 좋다는 생각으로 징그러운 생낙지 회를 얼굴을 찡그리며 다 먹더니, 또 한 접시를 먼저 시키고 소리 내서 웃는다. 곁에 앉아 있던 아저씨들도 하하하 웃으신다.  
 
수족관의 생선들은 소리나게 지느러미를 열심히 펄럭이며 지나다니고, 물소리와 시끄러운 시장 소리에 사람은 역시 시장에 나와서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생선회는 어떤 회도 다 몸에 좋다고 한다.
 
부산에선 생선회가 다른 지방보다 엄청 싸다. 타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부산에 회를 먹고 싶어 일부러 놀러 오는 여행객도 있다. 이런 여행객들은 직접 회를 사서 초장, 상추, 마늘 등 구입하는 것도 좋지만, 단골을 정해서 올 때마다 찾아가는 것도 회를 싸게 먹는 방법 중 하나다.
 
1년에 아니 2년에 한번 와도 자갈치 아지매들은 어찌 눈썰미가 좋으신지 한 번 손님은 다음 찾아 오면 잊지 않고 기억했다가, 그 만큼 싸게 해준다. 올 때마다 자갈치 시장에서 힘차게 퍼득이는 생명력을 얻어간다.  

#자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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