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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8일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 아침 간단히 챙겨먹고는 특근 출근했습니다. 그리고 밤 10시까지 일을 했습니다. 집에 와 씻고 밤 11시경 잠이 들었고 다음날 새벽 2시 30분경 깨어났습니다

 

"시간 날 때 같이 신문 좀 돌려줘."

 

아내는 신문 돌리면서 며칠 후 저에게 그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그것이 늘 마음에 걸렸지요. 그래서 시간 날 적에 하루 날 잡아 같이 신문을 돌려 주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10월 29일 월요일부터는 야간조고 21시까지 출근이니까 일요일 웬종일 특근하느라 피곤했지만 새벽에 같이 신문 돌려주고나서 낮에 하루 종일 잔다면 저녁에 출근하는데 별 지장이 없으리라 생각했기에 큰 마음 먹고 같이 신문을 돌리자고 생각한 것입니다

 

밤 11시에 잠들어 다음날 새벽 2시 30분경에 깼으니 그래도 3시간 반은 눈을 붙인 샘입니다. 아내는 아이들 챙기느라 저보단 늦게 잠들었겠죠. 휴대전화기 알람이 울려 깨보니 정확히 2시 30분이었습니다

 

나는 일어나 옷을 챙겨입고 잠을 쫓으려고 거실로 나가 앉아 있었습니다. 조용한 걸 보니 아직 아내가 깨어나지 않은가 봅니다. 나는 아내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아내는 2시 50분경 깨어나더군요. 아마 그때 알람을 맞춰 둔 모양입니다. 아내도 부스스 졸린 눈으로 거실로 나와 앉았습니다. 아내는 잠시 잠을 쫓더니 이내 옷을 입고 나갈 채비를 했습니다. 장갑을 끼고 문앞에 놓아둔 손수레 두개를 밖으로 꺼냈습니다.

 

아내와 나는 각자 손수레 하나씩을 끌고서 신문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밖은 천지가 어둠 뿐이었습니다. 띄엄띄엄 가로등이 있었지만 골목 어귀마다 모두 환하게 비치지 않았습니다. 우린 어두운 길을 조심스레 걸어서 갔습니다.

 

아내는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신문을 돌립니다. 신문 두 뭉텅이가 한 아파트 입구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습니다. 아내는 여러장의 신문 종류와 신문 넣을 호실이 적힌 종이 쪼가릴를 불쑥 내밀었습니다

 

"자 이곳에 돌리고 와. 하나도 빠트리지 말고 잘 넣어. 천천히 해."

 

아내는 내가 엉뚱하게 신문을 넣을까봐 걱정인가 봅니다. 몇차례 주의를 주며 당부를 했습니다.

 

"알았어요. 나도 어렸을 때 신문 돌려봐서 잘 알아요."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도 아내는 마음이 안 놓이나 봅니다.

 

"어려서 돌린 거 벌써 다 까먹었지 아직 감이 있을라고…. 아무튼 빠짐없이 잘돌려."

 

나는 알았다고 말하고 신문을 돌리러 다녔습니다. 한 손엔 아내가 준 동과 호실 그리고 신문 종류가 적힌 종이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손수레를 끌었습니다. 아내는 자신이 돌릴 신문을 챙겨 손수레에 싣고서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습니다.

 

200부가 넘는 신문, 게다가 각 동마다 몇 부 혹은 몇 십부씩 들어가는지라 시간이 꽤나 걸렸습니다. 아파트는 15층까지 있었습니다. 나는 아내가 일러준 대로 15층부터 돌리고 각 층마다 내려 오면서 돌렸습니다. 엘리베이터로 층을 오가며 돌렸습니다. 잘 보고 돌렸는데도 나중에 보면 꼭 한 부가 남았고 다시 찬찬히 점검해 보면 어느 한 곳에 한 부가 빠진 곳도 있었습니다.

 

1층을 다 돌린 후 다시 꼭대기 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돌리고 1층으로 내려 와야 했습니다. 그때는 왜 그리 엘리베이터가 느린지요. 15층 꼭대기서 1층 내려오는데 시간이 한참이나 걸렸습니다

 

신문 부수가 많아 손수레에 한꺼번에 다 못 실었습니다. 그래서 아내는 헷갈릴까봐 한동 돌리고 와서 또 신문 가지고 가 돌리고 이런 식으로 하라 했습니다. 그렇게 몇차례 반복하여 돌렸습니다.

 

빨리 돌리려고 복도 끝에 있는 호실은 후다닥 뛰어가 신문 넣고 또 뛰어서 엘리베이터 있는 곳까지 오곤 했습니다. 그것도 일이라고 온 몸이 땀으로 젖더군요.

 

"보통 아침 6시 넘어 끝나는데 오늘은 당신이 도와주어서 1시간 정도 일찍 끝났네."

 

아내랑 나랑 비슷하게 신문 돌리기를 마무리 했습니다. 시계를 보니 아침 5시를 갓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새벽 3시경부터 돌렸으니 둘이 나누어 돌리는데도 2시간은 족히 걸린 것입니다.

 

아파트 1층 앞 공터엔 자동차와 오토바이, 자전거가 빼곡히 들어차 있어 이동하는 데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이동하는데 시간을 많이 잡아 먹었습니다.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은 그나마 좀 괜찮다고 합니다. 그러나 목요일, 금요일은 논술신문과 한자신문이 더 있어 많이 헷갈린다고 합니다.

 

그럴 것 같더군요. 같이 신문을 돌려보니 이해가 가더군요. 일간신문에서 스포츠신문, 경제신문, 거기다 어린이 신문까지 여러 종류가 다 모여 있었습니다. 아내 말로는 그래서 힘들어 사람이 자주 바뀌었다고 하더군요.

 

"난 계속 돌릴거야. 우리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돈을 벌어야 해."

 

힘들면 그만 두라고 내가 말하면 항상 그렇게 대답합니다. 얼마 전 은행 적금에 대해 알아 본 모양입니다. 27만원 정도 3년 부으면 1천만 원 가량 된다더군요. 아내는 30만원 받는

신문 월급으로 그렇게 적금을 부을 모양입니다. 여동생에게 1천만원 빌린 것 갚아야 한다나요?

 

저는 가정 살림에 대해선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우리 집안의 모든 경제권을 아내가 다 가지고 있거든요. 또, 아내는 내게 다른 거 신경 쓰지 말고 회사나 잘 다니라 합니다. 허긴 비정규직 노동자니 오죽 걱정이 많겠어요?

 

작년에 이미 파견법이 시행되었고 올해 들어 여기저기서 비정규직 집단 해고 사태가 터지니 남편 밥벌이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 하고 만날 걱정하며 지내는거죠. 저도 뭐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죠. 불안정하게 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니까요.

 

한 때 노동부가 현대자동차 불법 파견이라고 판정을 내리자 아내는 희망을 품었습니다. 그러다가 비정규직 보호법이 발효되자 그 희망을 접더군요. 법원에서 불법 파견 무혐의라 하지, 여기저기 비정규직 '잘린다'고 야단이지, 아내는 지금 남편이 '잘리지' 않고 계속 다녀 주기를 기도할 뿐이랍니다.

 

아침 6시. 집에 오자마자 아내는 다시 잠들었습니다. 저도 이제 눈 좀 붙여야겠군요. 저녁에 야간 일 나갈 것을 생각하니 졸립네요.

 

6시 50분에 울산에서.


태그:#노동, #신문배달, #아내, #사랑,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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