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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조명' 바람이 불고 있다. 여기에 올해 경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경관 조명' 역시 관심을 받고 있다. 이처럼 최근 '빛'의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는 가운데, <오마이뉴스>가 주최하는 '2007 국제조명산업전'이 11월 1일부터 3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대서양홀에서 열린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국내 조명의 현재를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갈 바를 모색하는 6부작 인터뷰 시리즈 '빛은 공공재다'를 연재한다. 조명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편집자말]
양승룡 한국조명기술연구소 소장
 양승룡 한국조명기술연구소 소장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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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한국조명기술연구소(아래 '연구소')가 조명산업 메카로 꼽히는 경기도 부천으로 이전한 지 이제 1년이 되어 간다.

최고의 인력과 장비를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연구소가 국내 조명업체 40%가량이 밀집해 있는 부천에 둥지를 튼 것은 작년 11월, 산업자원부가 2015년까지 조명시장의 30% 이상을 LED(전기에너지를 빛에너지로 바꿔주는 광반도체 소자) 조명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차세대 조명 기술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찌감치 LG전자와 함께 세계 최초로 신광원 PLS(플라즈마로 빛을 내는 무전극 방전 시스템) 조명을 개발하는 성과를 냈고, 지난 14일에는 세계 표준의 날을 맞아 산업자원부로부터 조명 산업 표준화에 기여한 성과를 인정받아 단체 표준화 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차세대 연구개발 사업은 대기업과, 현 세대 표준화 사업으로는 중소기업과 연계하고 있는 연구소, 국내 조명 산업의 오늘과 내일을 묻기에 더 없이 좋은 적임자인 셈이다.

"조명 강국으로 가는 길, 전문인력 양성이 숙제"

조명 전문업체 알토조명이 시공한 워커힐 W호텔 모습
 조명 전문업체 알토조명이 시공한 워커힐 W호텔 모습
ⓒ alt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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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양승룡 한국조명기술연구소 소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조명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력과 자본을 갖춘 대기업이 신광원 개발을 주도하고, 중소기업은 기존 광원이나 조명기기 등을 보완함으로써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로 "조명 전문인력 양성"을 꼽았다.

양 소장은 "조명은 물리, 전기·전자, 건축, 디자인 등 많은 것을 알아야 제대로 할 수 있는 복합 기술"이라면서 "그런데도 국내에는 조명 전문학과가 전무한 만큼, 신광원 중심 교육 체계를 갖춘 조명학과를 만들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내 조명 기술 수준에 대해서는 "낙후돼 있는 것이 사실이고, LED 조명 기술 개발 수준도 뒤떨어져 있다"면서 "현실적으로 빅3(필립스·GE·오슬람)를 따라가기는 상당히 버겁지만, 디스플레이 LED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조명에 이를 응용한다면 우리도 빨리 치고나갈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LED 조명 등 신광원 등장으로 10년 후에 형광등이 사라진다는 내용의 산업자원부 발표와 관련, 양 소장은 "기존 조명업체들 반발이 있었지만, LED 조명이 형광등을 대체할 정도의 수준은 아직 아니다"며 "친환경적이며 수명이 길고 절전요건까지 만족시키는 LED 조명이 신광원으로서의 요건을 갖춘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현 국내 조명 시장 상황을 "고급 제품은 빅3에 밀리고, 저가 제품은 중국산에 밀리는 '샌드위치 구조'"라고 빗댄 양 소장은 '기존 광원과 신광원 문제가 국내 조명 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말에 "그러니까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이원화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

양승룡 소장
 양승룡 소장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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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기술연구소가 하는 일을 소개해달라.
"연구소와 산업자원부 그리고 조명전기설비학회 등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한국 조명기술을 상징하는 산학연 네트워크라고 이해하면 쉽다. 연구소가 하는 일은 크게 조명산업 발전을 위한 연구개발(R&D), 조명기기 시험·평가·인증 발급, 조명기기 신뢰성 향상 및 표준화 사업, 조명 디자인 개발 등이다."

- 조명업계와는 어떤 관계에 있나.
"연구소 설립 당시 산자부와 170여개 조명업체 연합인 전등기구조합에서 자본금을 공동 출연했다. 업계와 산자부가 공동으로 연구소 설립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대기업과는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2005년에 신광원 PLS 조명을 LG전자와 세계최초로 개발했고, 삼성전자와는 LED 조명 연구에 들어갈 예정이다."

- 전통적으로 조명은 중소기업 몫이었는데.
"2~3년 전 까지만 해도 조명은 중소기업 고유 업종으로 묶여 있었다. 중소기업 보호 차원의 정책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세계 메이저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뒤떨어지게 됐다. 국내에서 금호전기 정도가 가장 큰 조명기업이었는데, 필립스나 GE와 경쟁이 되겠나. 이제 삼성전기·LG이노텍·LG전자 등이 조명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물론 대기업이 (조명시장을) 다 장악해서야 되겠는가. 서로 상생할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연구소가 해야 할 역할 중 하나다."

"위에는 '빅3'가 아래에는 중국이... 한국 조명은 샌드위치"

- 현재 국내 조명 시장 상황은 어떤가?
"국내 조명 시장을 이미 빅3(필립스·GE·오슬람)가 50% 이상 장악했다. 게다가 중국산 헐값 제품들이 상당히 침투한 상태다. 고급 제품은 3대 메이저에 밀리고, 저가 제품은 중국산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한 마디로 샌드위치 신세다.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 우리 조명 기술 수준은?
"조명 선진국에 비하면 낙후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LED 조명기술 개발도 뒤떨어져 있다. 조명이 단순하게 보여도 많은 연구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그들을 따라가기도 상당히 버거운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디스플레이 LED 분야에서는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이란 점이다.  이를 발빠르게 조명에 응용한다면 우리도 LED 조명에서 빨리 치고 나갈 수 있다."

- 작년 산업자원부가 LED 등 신광원 등장으로 10년 후면 형광등이 사라진다는 내용의 발표를 한 바 있다. 업계에서 상당히 논란이 됐다고 알고 있는데.
"산업자원부가 로드맵을 만들어 발표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기존 조명업체들 반발이 있었다. LED 조명이 형광등을 대체할 정도 수준은 아직 아니다. 실내조명 밝기가 아직 형광등만큼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LED가 신광원으로서의 요건을 갖춘 것은 사실이다. 수은이 나오지 않아 친환경적이고, 수명이 길다. 그리고 절전 요건도 만족시킨다."

- 국내 조명이 한 단계 도약하는데, 기존 광원과 신광원 문제가 미묘한 걸림돌이 될 것 같다.
"그러니까 이원화시켜야 한다. 우리가 조명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OLED( 유기 전기 발광 다이오드)나 CNT(탄소 6개가 연결된 신소재) 등 신광원 개발에서 앞서나가야 한다. 이를 고도의 기술력과 자본을 갖춘 대기업이 주도해서 빅3와 경쟁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중소기업은 기존 광원이나 조명기기 등을 보완함으로써 고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또 실제로 성공한 업체도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친환경 절전 형광등을 개발한 금호전기는 물론 감성조명과 조명박물관으로 유명한 필룩스, 그리고 업계에서 워커힐 W호텔 LED 조명 공사로 잘 알려진 알토조명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기술적으로도 높은 수준에 있다."

- 조명시장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본다는 말인가.
"그렇다. 2005년도 기준으로 세계 조명시장 규모는 1000억불에 이른다. 이중 아마 우리가 1∼2% 정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윈윈하면 된다. 중소기업에서 할 수 있는 부분과 대기업이 빅3와 싸워이길 수 있는 부분이 합쳐지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10년 뒤엔 LED가 형광등을 대체한다? 그 정도는 아니다"

매년 필룩스가 열고 있는 감성조명 음악회 모습
 매년 필룩스가 열고 있는 감성조명 음악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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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는?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 조명 전문인 양성 기관이 없다."

- 조명 전문인이라면?
"전기학과나 전자학과 나온 사람들은 있어도 조명학과 나온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조명은 복합기술이다. 물리, 전기·전자, 건축, 디자인 등 많은 것을 알아야 제대로 조명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국내에 조명 전문학과가 없다. 신광원 중심 교육 체계를 갖춘 조명학과를 만들어야 한다. 졸업생들이 대기업에 취업해서 조명 전문인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한 대목이다."

- 조명에 대한 인식도 국내 조명 발전에 변수가 될 것 같은데.
"월드컵 한강 다리 조명을 계기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지자체가 너도나도 경관조명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조명이 갖고 있는 공공재적 성격이 주목받고 있다. 개인들은 중산층 이상을 중심으로 이른바 웰빙 조명이 각광받고 있다. 사실 건강이나 환경 문제에 조명이 미치는 영향은 결코 적지 않다. 어둠만 밝히는, '밝기'만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지났다. '광해(光害)'를 방지해야 한다. 물을 다스리듯이 빛도 다스려야 한다."


태그:#국제조명산업전, #조명, #양승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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