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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조·중·동> 세 신문 쪽으로 눈길이 자주 간다. 특히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다루는 세 신문의 '미묘한 차이'가 자꾸 눈에 밟힌다. 뭐라 할까? '미묘한 신경전'이 읽혀지기 때문이다.

 

눈앞의 승리를 앞두고 벌써부터 전리품 배분에 신경이 쓰이는 탓이기도 하겠지만, 그 이후의 간단치 않은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하면 주도권을 잃지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오늘(29일)은 '이회창'을 두고 <조·중·동> 세 신문이 서로 다른 행보를 보였다. '이회창 문제'가 그만큼 심상치 않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조선일보] 이회창 측 정황 보도... 특보 말 인용해 "반드시 나간다"

 

<조선일보>가 오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대선 출마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것도 1면에 보도했다. 이회창 전총재 측근인 '이흥주 특보' 말을 인용한 보도(주용중 기자)였다.

 

이흥주 특보는 "현재 고공행진하고 있는 이명박 후보가 계속 그렇게 됐으면 좋겠지만 (이 후보에 대한) 불안감이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정권교체를 확실히 보장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이명박 후보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 특보는 "이 전 총재는 1997년 정권을 넘겨준 것과 같은 '제2 이인제'의 길을 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여러 가지 형태의 자기희생을 포함한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고도 했다. 범여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일종의 '단일화 방안'도 검토 대상이라는 이야기다.

 

<조선일보> 주용중 기자는 관련 해설 기사('이명박·이회창측 폭풍전야')에서 이명박 후보 캠프 회의에서 "이방호 사무총장은 '이 전 총재가 반드시 나온다, 대비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고 이명박 후보측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이회창 전 총재 측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이명박 후보로의 정권교체 가능성이 자꾸 흔들리고 있는 마당에 이 전총재가 (출마를) 돌이키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는 한 측근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 전 총재의 출마가능성은 100%에 가깝다"는 한나라당 중진 의원의 '확신'도 같이 전했다.

 

<조선일보>가 이처럼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나선 것은 무엇보다 이 전 총재 측의 최근 분위기가 '출마'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여러 가지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인 듯하다. 오늘 기사의 큰 줄거리도 결국은 이 전 총재의 '반응'을 배경에 깔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측근인 정인봉 전 의원이 지난 25일 이 전총재를 만나 출마를 권유했더니 이 전 총재가 "내가 고민해볼게"라고 짧게 답했다는 것이다. 나중에 포기할망정 이 전 총재의 마음이 당장은 자꾸 출마 쪽으로 쏠리고 있다는 판단이 가능한 '발언'이다. 이명박 후보 측이나, 이회창 전 총재 측으로서나 ‘폭풍 전야’ 같은 피말리는 순간일 수도 있겠다.

 

말할 나위 없이 이명박 후보 측으로서는 이회창 전 총재가 제발 사고를 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어떻게든 이 전 총재를 주저앉히는 게 급선무일 것이다.

 

[중앙일보] 이명박 측 반응 보도... 이재오 인터뷰서 "잡음 용납 못해"

 

그런 점에선 <중앙일보>가 오늘 소방수를 자임했다. 1면에는 정권교체를 방해하는 '잡음'은 용납 못한다는 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이 인터뷰에서 이재오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에 이명박 후보를 대표선수로 인정하려 하지 않는 세력이 있다"며 "이제 이들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분위기를 다잡았다. "이회창 전 총재 주변에 출마를 권하는 기류도 있다"고도 했다.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 움직임에 대해서도 쐐기를 박았다.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을 알고 있고, 두 번의 출마 경험도 있는 분이니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보면서도 그의 출마로 정권교체에 실패하게 된다면 "역사 앞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엄중 경고하고 나섰다.

 

<중앙일보>는 6면에는 이회창 전 총재의 '2002년 대선 핵심 선대위원' 친목모임인 '함덕회'에 이명박 후보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이 참석했다는 소식을 실었다.

 

전체적으로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이회창 전 총재 측과 한나라당 안팎의 분위기를 전한 기사였지만, 기사의 전체 맥락은 '진화' 쪽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박근혜 전 대표 쪽의 부정적 반응, 이회창 전 총재의 공식 행사 취소 움직임, 주변의 부추기는 사람들이 문제라는 식의 함덕회 참석자들의 '전언'이 주로 소개됐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침묵... '과기정위' 단독보도의 위기 때문인가

 

한편 <동아일보>는 아예 언급을 하지 않았다.

 

지난 주말 터트린 '과기정위 국감 의원 향응에 2차' 단독보도가 특종이 아니라 대형 오보가 될 위기 상황 때문인지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최근 BBK 의혹 제기 때 이명박 후보에 대한 백기사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던 <동아일보>이고 보면 ‘이회창 문제’를 가능하면 건너뛰기로 작심한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어쨌든 'BBK'나 '이회창' 문제에 대한 <조선일보>의 태도는 <동아일보>나 <중앙일보>에 비해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동아>와 <중앙>이 소극적이거나 소방수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반면 <조선일보>는 적어도 내놓고 그런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는 않다.

 

물론 <조선일보>의 태도를 제대로 짚자면 그것은 다른 사안과의 '형평' 속에서 견줘보아야 할 것이다. 가령 노무현 대통령과 문국현 후보와의 연대설 등을 부인하면서 "대통령은 경선에서 선출된 후보 외에 지지할 후보가 없다는 생각을 분명히 밝혀왔다"는 <청와대브리핑>의 내용을 언급해 <조선일보>는 "노 대통령이 정동영 후보 지지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그것도 '1면 머리기사'였다.

 

그렇다면 대선 국면에 최대변수가 될 수 있는 '이회창 출마 검토(기사 문맥대로라면 '출마시사'에 가깝다)' 기사의 비중은? 결코 '1면 머리기사'에 손색이 없을 터이나 '2단 기사'에 그쳤다.

 

이것만으로도 <동아일보>나 <중앙일보>와의 차이는 있다. 하지만 그 차이란 것이 따지고 보면 지극히 '정략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다른 말로 하자면 <동아일보>나 <중앙일보>가 최소한의 '기본'에 있어서 <조선일보>보다 한 수 아래라고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결과를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조선일보>는 BBK의혹과 이회창 전 총재의 움직임에 대한 적극적 보도를 통해 '정보' 측면에서 한발 앞서가는 것은 물론 범보수진영 내에서 그 정치적 발언권을 더 키울 수 있는 지렛대를 확보할 수 있게 될 터이니 말이다.

 

조금 위태롭기는 하지만 많이 남는 장사다. 바야흐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 시대다.


태그:#이명박, #이회창, #BBK,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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