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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민주주의, 오늘날 세계 모든 나라가 사실상 민주주의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집단사회인 공산국가에서조차 세계경제하에서 어떤 식으로든 자유사회, 자유경쟁을 표현하고 권장합니다. 물론 이념적 대립은 여전히 유효한 논쟁거리이고, 앞으로도 어떤 식으로든 이념대립은 계속 될 것입니다. 사람들 생각은 늘 변하고, 세상도 변하니까요. 그러니 당연히 사회제도에 대한 의견도 늘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보수와 진보라는 개념조차 늘 헷갈리고 분단국가이기에 겪는 수많은 혼란은 우리를 늘 괴롭힙니다. 그래서 우리 한국 사회는 극한 대립이 있는 것 만큼이나 적극적인 상호 이해와 협력이 필요한 사회입니다.


그런데, 여기 문제가 있습니다. 그 문제는 바로 민주주의 사회가 지닌 기본적 자유와 인권이 결코 완벽하지도 않을뿐더러 늘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 제도 자체를 옳게 볼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뜬금없이 다른 체제를 섣불리 내세울 일은 더더욱 아닙니다. 다만, 한국처럼 여전히 이념대립이 곧 생존과 직결되는 사회에서 생산적인 대화를 늘 시도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아마도 오늘 소개하는 책이 극단적 이념 대립과 분단 상황을 겪으며 사는 한국인에게 썩 유용한 참고자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지나친 이분법적 평가는 좋지 않지만, 옮긴이는 역자 후기에서 저자-저자는 나탄 샤란스키(Natan Sharansky)와 론 더머(Ron Dermer) 두 사람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내용상 실질적인 저자는 나탄 샤란스키입니다. 앞으로 '저자'는 나탄 샤란스키를 말하는 것으로 보셔도 됩니다.-가 극우파(또는 극보수)로 널리 알려진 사실을 말하면서도 동시에 저자가 그저 맹목적인 극우파는 아닌 것 같다는 조심스런 진단을 내렸습니다.


옮긴이가 말하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도 개개인이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당연하다면, '공포사회'를 경험한 저자가 내뱉는 강력한 자유 수호 의지가 맹목적이고 허황된 주장이 아닌 이상 당연히 그가 하는 말을 유심히 들어볼 필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어찌 보면 옮긴이는 저자를 생산적 보수로 보는 것 같습니다. 보수적 의견을 말하고 다니며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지만 이유있는 행동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이념 대립을 온 몸으로 느끼는 한국 사회에 꽤 유용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거듭 말씀드립니다.


다시 말씀드리건대, 저자는 이 책에서 누누이 보수적 의견을 표명하고 있고 전 세계에 걸쳐 모든 국가를 자유국가로 '바꾸기 위해' (미국이 적극적으로 그리고 주도적으로 참여하기를 바라면서) 모든 자유국가가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책을(또는 이와 유사한 책을) 읽어보아야 할 이유는 엄연히 존재하는 이념적 대립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분명하고 솔직한 의견을 담은) '다른 의견'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저자가 주장하는 바를 또는 저자가 생각하는 바를 잘 나타내는 문구들을 뽑아 여러분께 소개하려고 합니다. 최대한 저자 의견을 담은 문구를 찾으려 노력했으므로, 아래 인용문만으로도 적어도 저자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정도는 아실 수 있습니다. 한국사회에 사는 이들 그리고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비판적으로 소개합니다. 참고로, 독자들을 대신해 크게 4가지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본문 내용을 인용하여 제시하려고 합니다.

 

질문1. 저자는 어떤 민주주의를 말하나?


"그토록 강력하던 소비에트 연방에 민주주의 혁명을 유발시킨 주요한 요인으로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자유를 갈망하던 체제 내부의 사람들, 둘째, 소비에트의 자유화를 믿고 있던 자유 진영의 정치 지도자들, 셋째, 소비에트 체재 내의 인권 상황과 연계된 자유 진영의 외교 정책 등이 바로 그것이다. 강력한 독재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중국, 약한 폭정 체재의 짐바브웨, 탐욕적인 전체주의 체재 북한, 종교를 앞세운 폭정이 행해지고 있는 이란 등, 그 어떤 공포사회라 하더라도 이 세 가지의 요인만 있다면 민주주의 혁명을 유발시킬 수 있다. 팔레스타인 사회 역시 예외가 아니다."(<민주주의를 말한다>, 332-3)


저자는 옛 소련 체제 하에서 반체제 인사로 몰려 오랫동안 옥살이를 했던 러시아출신 유대인입니다. 저자는 책 내내, 도덕적 분별력(저자: 통제와 자유를 구분할 줄 알아야한다는 의미), 공포사회와 자유사회, 자유의 확산, 인권, 자유화와 민주화 등 어느 나라나 보수세력이 자주 쓸 만한 단어를 많이 사용합니다. 그만큼 저자는 경험적으로 '자유'에 대한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자유' 자체를 애인 이상으로 사랑하는 저자가 보기에, 인권을 무시하는 국가는 자유국가일리 없고 자유국가가 아닌 이상 결코 손잡아서는 안 되는 위험세력입니다. 그렇다고 저자가 극단적인 전쟁광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다만, 외교적 수사나 자국 이익에 따라 '자유가 없는 국가'를 전략적으로 품는 행위를 단호히 거부하고 있으며, 그 반대로 자유국가들이 적극적으로 자유를 퍼뜨리는 이른바 '자유의 확산' 정책을 펴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습니다.


요컨대, 저자는 인권을 가장 중요한 잣대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인권보호를 기본 조건으로 갖춘 국가라야 자유국가일 수 있으며 그런 자유국가들이 존재하는 세계라야 행복한 세계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다보니 '자유의 확산'이라는 적극적(또는 공격적)인 태도를 지지하는 것입니다. 전형적인 보수주의적 민주주의입니다.


질문2. 저자는 민주주의 성장과 발전을 어떤 방법으로 이루려고 하는가?


"모든 사람은 자유롭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이 점을 확신한다. 그리고 자유로운 지역이 넓어질수록 세상은 더 안전한 곳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미국을 위시한 민주주의 국가들은 전 세계에 자유를 확산시켜야 한다. 비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해 자국 내 인권 수준과 국제 사회에서의 정책을 연계시킬 것임을 분명하게 전달함으로써 민주주의 국가들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같은 책, 46)


"국민들이 마음속에 있는 말을 위협을 느끼지 않고 꺼내놓을 수 있는가?
국민들이 자신의 견해가 담긴 책을 자유롭게 출간할 수 있는가?
종교를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는가?
국민들에게 올바른 역사와 문화를 가르치고 있는가?
우리는 이들 질문에 대한 답 가운데 "아니다"가 세 개 이상 나오면 해당 사회를 공포사회로 인식했다. ... 자유사회라 하더라도 때때로 인권 유린이 일어날 수는 있다. 그러나 공포사회에서의 인권 유린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같은 책, 252)


사실 저자는 누구나 수긍할만한 주제와 태도로 '민주주의' 개념에 접근합니다. 자유로운 의사 표현은 민주화된 사회라면 당연히 적극적으로 추구할 것이고 시민은 이를 당연히 요구할 테니까요. 그런데, 저자는 이론적으로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적용에 있어서는 다를 수밖에 없는 원칙을 모든 국가에 동일하게 적용하면서 '마음대로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없다면 다른 자유국가를 해칠 암적 존재과 같으므로 당연히 이를 '바꾸어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민주주의 최대 가치 중 한 가지인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야 당연힌 보편적 가치이지만 설사 그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을 빌미로 다른 나라, 다른 민족에게 민주적 사회체제를 강요(!)한다는 것 자체가 앞뒤가 안 맞는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것입니다.


물론 저자 주장대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여전히 자유롭게 자기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도록 억압하고 심지어 국가적 살인도 서슴치 않는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죠. 그러나 그와 같은 급박한 현실이 곧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함부로 침해할 수 있는 조건은 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UN을 언급할 수 있으며, 인류 보편적 가치를 위해서라면 UN이라는 전세계적인 공식기구를 통해 의견을 표현하고 행동하는 게 옳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UN을 별로 탐탁치않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자유국가가 아닌 국가들도 포함되어 있는 UN을 통해서는 '자유의 확산'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합니다.(참고. 본문 342-44)


질문3. 저자는 국제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지난 몇 년 사이, 나는 공포세계와 자유세계의 차이점에 대해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공포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악의 세력에 마주 설 수 있는 내면의 용기이고, 자유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악의 세력을 알아볼 수 있는 도덕적 분별력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같은 책, 22)


"나는 자유세계의 지도자들이 중동 지역의 민주화에 있어 중대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난 몇 년간, 부시 대통령은 기회가 되는 대로 중동 지역의 민주화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피력했다. 그는 자유와 평화, 그리고 민주주의와 안전 사이에는 불가분의 관계가 있음을 힘 있게 주창했으며, 자유를 빼앗긴 사람들에게 자유를 찾아주고 민주주의 사회를 건설함에 있어 도움을 주는 일은 도덕적으로도 옮은 일이지만 미국의 안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영국 총리 블레어도 이와 비슷한 발언을 해왔고, 자유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자유사회 건설을 위해 많은 원조를 제공하고 있다."(같은 책, 338-9)


세 번째 질문에 대한 저자가 말하는 뜻을 말하자면 위 인용문으로도 충분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만큼 저자는 자신이 직접 겪은 인권 유린 현장과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제약받는 사회를 매우 싫어하여 거의 알레르기 반응 수준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점은 저자가 인권이라는 가치 외에는 다른 것-국제관계, 나라별 역사/문화적 차이 등-을 고려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인권 보장을 주장하는 것이야 전혀 이상할 것도 없고 비난받을 이유도 없지만, 문제는 저자가 인권 개념을 너무 중요시여기다보니 각 나라마다 민주주의 개념과 적용방식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을 너무 무시하는 것 같습니다.(참고로, 현재 영국 총리는 고든 브라운(James Gordon Brown)입니다.)


질문4. 저자 의견에서 한국 사회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오늘날 자유세계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도덕적 분별력을 잃은 채 같은 사회에 살고 있는 자신의 이웃을 적으로 간주하고 외국의 독재자들을 자신의 친구로 인식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같은 책, 18)


"민주적인 사회의 권력자들이나 비민주적인 사회의 권력자들이나 오직 권력을 차지하는 일에만 관심을 둔다며 이들 모두 똑같은 부류라고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처럼 냉소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이들 두 부류의 사람들이 똑같은 권력욕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전혀 다른 두 사회의 정치제도는 이들을 이미 전혀 다른 부류의 사람들로 만들어놓았다."(같은 책, 119-20)


이념적 대립이 엄연한 현실적 사안인 한국 사회에서 보수주의 시각을 가진 이들은 주로 위 내용처럼 '자유사회'와 '공포사회'라는 원칙을 기본적 잣대로 삼아 세상을 바라보며 자국 정부도 이 기준에 따라 평가하곤 합니다.


물론 인권을 무시하고 억압하는 국가를 옹호하는 게 옳을 리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이유를 근거로 다른 나라, 다른 민족 생활권에 함부로 개입하는 '무단침입'을 할 수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을지라도 여전히 UN을 통해 국제분쟁을 해결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닙니까. 개별 국가들이 직접적으로 상대방 영역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곧 심각한 대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UN은 여전히 존재할 이유를 지니고 있습니다.


"... 악의 세계에서 오랫동안 고통 받으며 나는 이 세상의 진정한 힘의 원천 세 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개인의 내면의 자유로부터 나오는 힘, 자유로운 사회로부터 나오는 힘, 자유세계의 결속으로부터 나오는 힘 말이다."(같은 책, 10)


"나는 민주주의를 확산시킴에 있어 새로운 개념의 국제기구의 등장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줄 줄 알고 인권을 존중하는 국가들만이 목소리를 내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그런 국제기구 말이다."(같은 책, 343)


자유를 자기 몸처럼 아끼고 사랑한다는 많은 이들이 이상하리만치 무쇠보다 단단한 결속을 강조하다 못해 강요(!)하기까지 합니다. '다 너 잘 되라고 그러는 거야.'라는 뜻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지나치게 적극적 태도를 지닌 많은 이들이 민주주의를 또 다른 오류로 몰아가곤 합니다.


보수적 시각을 가졌든 또는 이른바 진보적 시각을 가졌든 누구나 민주주의는 매우 진지하고 끈기 있는 자세로 추진해야 할 가치입니다. 인권 개선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지속적인 인권 보장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절차부터 매우 진지하고 끈기 있는 자세로 상대방을 대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정리하자면, 저자가 말한대로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라야 민주주의, 민주국가, 자유국가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겠지만 그와 마찬가지로 민주주의적 절차와 민주주의적 토론과 타협(협력)을 바탕으로 '자유의 확산'을 시도해야 모두에게 유익한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우리 한국 사회는 법적으로는 여전히 대립하고 현실적으로는 협력하는 대상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의 확산'을 주도해야 할 국가와 이를 받아들여야 할 국가, '공포사회'와 '자유사회'라는 단어를 그냥 그대로 현실에 대입한다면 이분법적 사고, 대립적 사고를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여하튼 본서는 한국사회가 추구할 민주주의, 한국 내 보수와 진보가 의미하는 바를 어떻게 논의할지에 관해 적잖은 얘깃거리를 던져줍니다.

덧붙이는 글 | <민주주의를 말한다> 나탄 샤란스키 외 지음. 김원호 옮김. 서울: 북@북스, 2005.
(원서명) The Case for Democracy: The Power to Overcome Tyranny and Terror

*저자는 러시아(구. 소련)출생 유대인이다. 옛 소련 시절에 소련에서 반체제 활동 때문에 오랜 기간 감옥살이를 했다. 그는 1986년 풀려난 이후 모국인 이스라엘로 영구 귀국하였고 이후 자신과 같은 외국계 유대인들을 도우려는 목적을 지니고 당-이스라엘 바알리야 당(Yisrael Ba'aliyah)-을 만들기도 했고 지금은 예루살렘/해외유대인 담당장관으로 일하고 있기도 있다. 지금도 그는 공포사회와 자유사회 대립구조를 바탕으로 '자유의 확산'을 위한 국제적 활동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주장이 강한 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책 전체가 아닌 일부 내용만 뽑은 것 자체가 다소 무리한 시도일 수 있습니다. 최대한 저자 생각을 반영하는 부분을 고르려 애썼으며 이 점에서 부족하다면 올바른 논의를 위해 과감히 지적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민주주의를 말한다 - 폭정과 테러를 극복하는 자유의 힘

나탄 샤란스키.론 더머 지음, 김원호 옮김, 북앳북스(2005)


태그:#민주주의, #민주주의를 말한다, #나탄 샤란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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