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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조명' 바람이 불고 있다. 여기에 올해 경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경관 조명' 역시 관심을 받고 있다. 이처럼 최근 '빛'의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는 가운데, <오마이뉴스>가 주최하는 '2007 국제조명산업전'이 11월 1일부터 3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대서양홀에서 열린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국내 조명의 현재를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갈 바를 모색하는 6부작 인터뷰 시리즈 '빛은 공공재다'를 연재한다. 조명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편집자말]
10월 10일에 열린 필룩스 가을음악회
 10월 10일에 열린 필룩스 가을음악회
ⓒ feelu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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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룩스는 확실히 '특별한' 조명회사다. 조명박물관에서는 인류 조명 역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고, 감성조명 체험관을 통해서는 다양한 현대 조명 환경을 두루 경험할 수 있다. 필룩스가 자랑하는 두 건물 모두 규모와 시설 면에서 대기업의 그것에 손색이 없다.

덕분에 필룩스는 경기도 양주의 관광 명소가 됐고,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조명의 아름다움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있다. '귀'가 즐거운 행사도 개최한다. 매년 열리는 가을 음악회를 통해 필룩스는 자신들이 갖고 있는 조명 기술을 한껏 뽐낸다. 지난 10일 열린 음악회에도 천여명의 관객이 특별한 경험을 하고 돌아갔다.

조명회사에서 '빛공해 사진전' 개최?

해마다 개최하는 '빛공해 사진전'은 다소 쌩뚱맞기까지 하다. '지나치게 과도한 빛'에 욕심낼 만한 조명회사가 "지나치게 과도한 빛은 공해가 될 수 있음을 널리 알리겠다"는 행사 취지를 내걸었기에 그렇다. 물론 한편으로는 필룩스가 추구하는 '빛'이 무엇인가 짐작할 수 있다.

필룩스는 '감성조명'을 내걸고 있다. 허나 "느낌이 있는 조명"이나 "단순히 어둠을 밝혀주는 기능에서 벗어난, 실내에서 보다 인간 중심적인 자연조명"이란 홈페이지 설명만으로는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자체 개발했다는 '인공태양 기술'이란 단어에 이르러야 그 뜻을 비로소 짐작할 수 있다. 태양은 구름에 가리기도 하고, 산 밑으로 숨어버리기도 한다. 그들이 추구하는 '감성조명'은 곧 '자연 빛'인 셈이다.

"미국에서 비행기 타고 돌아오면 고통스러운 게 뭔가. 낮에 나오던 호르몬이 밤에 나오고, 밤에 나오던 호르몬이 낮에 나와서다. 빛 때문이다. 그럼 미국에서 탈 때부터 한국 조명 상황을 비행기 안에서 맞춰주면 더 좋지 않을까. 오히려 조명을 적절히 통제해야 할 때다. 이제 빛에 굶주린 시대는 끝났지 않았는가."

필룩스 노시청 대표
 필룩스 노시청 대표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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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노시청 필룩스 대표이사(필룩스 조명박물관장)는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빛공해가 심각한 수준으로 이는 빛에 너무 무지하기 때문"이라면서 "계측기 중심의 현행 조도(조명도) 규제 방식은 바뀌어야 하며, 휘도(단위 면적당 밝기 정도) 규제를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대표는 "휘도가 높아지면 동공이 오므라들어 나머지가 잘 안 보이는데,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면서 "휘도를 낮추면 눈에 빛이 많이 들어와 광량이 적어도 더 잘 보일 수 있는 만큼,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도 휘도 규제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 대표는 "점광원보다는 면광원, 직접조명보다는 간접조명이 건강에도 좋은 조명 환경"이라면서 "하지만 지금 우리는 유화 그림 색깔까지 변화시키는 할로겐 램프를 무분별하게 사용할 만큼 빛공해에 취약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경관조명에 대해서도 노 대표는 "컴컴한 다리에 불을 켜놓으면 아름답긴 하지만 고기들이 산란을 하지 못하고 철새들이 길을 잃는 등 생태계 교란이 심각하다"는 말로 우려를 표시하고 "빛을 과도하게 쓰는 행위는 광고 효과야 있을지 몰라도, 결국 사람들을 황폐하게 만들 것"이라고 빛공해 위험성을 거듭 강조했다.

필룩스가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을 "조명문화"라고 잘라 말한 노 대표는 "백문이 불여일견인 만큼, '눈을 왜 보호해야 하는지, 소중한 빛을 잘 다룰 줄 알고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등 많은 사람들이 빛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박물관과 체험관을 열었고 음악회 행사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표는 이어 "동시에 체험관은 우리 스스로 개선하고 보완하고 고객 수요를 미리 반영하여 충분히 테스트를 거친 상품이 시장에 나갈 수 있도록 하는 품질 관리의 장"이라면서 "음악회 또한 '조명문화' 회사로서의 능력과 필룩스가 갖고 있는 기술을 종합적으로 시연하는 기회"라고 밝혔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

- 먼저 왜 음악회를 매년 개최하는지 궁금하다.
"열심히 일만 하면 우리 직원들 일벌레된다. 직원 가족들에게도 미안하고. 또 내가 술 담배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래처나 고객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여러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덜어보자는 취지다."

- 회사 조명 역량을 집중하는 음악회, 고객 관리 측면도 있을 것 같은데.
"우리는 스스로 조명 문화 회사라 자부한다. 여기서 문화는 여러 기능이 복합돼서 예술적으로 표현되는 것을 의미한다. 공연 전문가들도 와서 음악회를 보는데, 그들에게 조명문화 회사로서의 능력을 보여주는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의 감성조명, 역광 없이 진짜 아름답게 그리고 색깔도, 빛을 있는 그대로 때리는 게 아니고 파스텔톤으로 만들어냈다. 그 아름다운 빛을 건물에, 무대에, 숲에 비치니까, 첨단기술이 자연과 어우러진 모습에 다들 놀라더라. 도지사님이나 시장님도 깊은 인상을 받은 모습이었다."

- 우리나라 공공건물 조명을 어떻게 평가하나.
"많이 바뀌고 있긴 하다. 허나 관공서는 문화를 리드해야 한다. 민간 사업자가 따라하고 싶을 정도의 건물을 지어야 한다. 그런데 공공건물들 정말 공무원식으로 짓고 있지 않나. 그럼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 사고가 경직되게 마련이다. 공무원들이야말로 다양하고 창의적 사고로 한국을 이끌어가야 할 사람들 아닌가.

헌데 그냥 24시간 똑같은 조명, 어둠만 해결한 상태에서 일하는, 기아선상에서 당장 먹거리만 해결하고 사는 것과 뭐가 다른가. 개최할 때 보통 1억 원 이상 든다. 그래도 더 많은 사람들이 음악회를 통해 조명의 중요성을 직접 느꼈으면 좋겠다."

노시청 필룩스 대표이사
 노시청 필룩스 대표이사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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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조명박물관과 감성조명 체험관을 열었나.
"그렇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니까. 이제까지 여기 다녀간 학생들이 상당히 많다. 눈을 왜 보호해야 하는지, 건강 관리에 빛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 더 자라기 전에 빛에 대한 무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빛을 알아야 한다. 빛이 소중하지만, 잘 다룰 줄 알고 활용해야 한다."

- 당신은 경영자다.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갔을 체험관이고 박물관이다. 달리 염두에 두는 것이 또 있을 듯하다.
"광고비 따지면 싸지 않나. 광고? 몇 번 '탁' 터뜨리면 '끝' 아닌가. 하지만 여기서는 컨텐츠가 계속 자라난다. 여기 병원, 가정, 백화점, 미술관 등 거의 없는 공간이 없다. 아마 여기서 드라마 몇 개 나올 수 있을 게다. 우리 제품을, 시공을 스스로 개선하고 보완할 수 있는 장이다. 잠재 고객을 직접 만나 그들의 수요를 미리 알아볼 수도 있다. 미리 반영해 볼 수도 있다.

체험관에서 충분히 테스트를 거친 상품이 시장에 나간다. 이건 단순한 홍보가 아니다. 개발실이요, 디자인의 산실이요, 품질 관리의 장이요, 고객과 만남의 장소요, 또 홍보요. 그럼 전부 다 아닌가. 따로 우리 회사 스토리(역사)도 만들 필요 없다. 이거 자체가 바로 우리 역사니까. 가을 음악회? 경관조명, 무대조명, 인공 보름달까지 띄웠다. 레이저를 산에 때렸다. 사실은 필룩스 종합기술을 보여준 것이다."

- 결국 필룩스가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은?
"조명문화다. 이제 단순한 기능 상품을 판매하는 시대는 지났다."

- 그럼 조명에 대한 인식 변화도 필요할 것 같은데.
"조명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또한 대단히 크다. 빛에 따라 인체 호르몬 분비가 다 변한다. 그런데 대낮에 쓰던 조명을 잠 잘 때까지 스위치 켜 놓고 앉아 있다. 딱 끄면 잔다. 이건 아니다. 현대인 생활은 주로 실내 공간에서 이뤄진다. 옛날은 어땠나? 자연의 신체 리듬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빛공해 사진전 포스터
 빛공해 사진전 포스터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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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하나 예를 들어보자. 태양이 어둠만 해결하나? 아니다. 인간은 원래 서서히 변하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잠에서 깼다. 헌데 소리로 쇼크 먹고 깬다?(웃음) 아침부터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고 일어나는 것과 뭐가 다른가. 고통이 따른다. 건강하게 잠에서 깨야 하지 않나.
미국에서 비행기 타고 돌아오면 고통스러운 게 뭔가. 낮에 나오던 호르몬이 밤에 나오고, 밤에 나오던 호르몬이 낮에 나와서다. 빛 때문이다. 그럼 미국에서 탈 때부터 한국 조명 상황을 비행기 안에서 맞춰주면 더 좋지 않을까. (사무실에 설치된 감성조명 시스템, 이른바 '동트는 기능' 등을 선보이며) 과다한 불빛이 필요 없다. 오히려 조명을 적절히 통제해야 할 때다. 이제 빛에 굶주린 시대는 끝났지 않았는가. 살아 있는 빛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 살아 있는 빛이란?
"바로 감성조명이다. 해가 떠서 질 때까지 빛은 끊임없이 변한다. 밝기도 변하고, 구름도 끼고. 그런데 우리는 실내에 그냥 변하지 않는 빛을 쓰고 있다. 실내에 살아 있는 자연 빛을 재현하는 것이 우리 감성조명이다."

- 필룩스 옛 이름이 보암산업이었다. '빛에 굶주린 시대는 지났다'는 철학이 반영됐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 감성조명으로 세계로 뻗어나가자는 뜻을 담아봤다."

"빛공해 심각, 휘도 규제 꼭 필요"

- 공공재로서 빛의 기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주로 가로등이나 경관 조명에 해당하는 기능이다. 어두웠던 건물에 빛을 투사하는 수준인데, 빛 공해를 낳는 경우가 많다. 매미가 밤에도 안 자고 계속 운다. 컴컴한 다리에 불을 켜놓는다. 아름답긴 하다. 어? 헌데 그 빛이 하늘로 올라가고, 한강에도 비친다. 고기들이 산란을 하지 못하고, 철새들은 길을 잃는다. 생태계 교란이 심각하다.

이거 간단한 문제 아니다. 무서운 변화의 신호탄이다. 이미 인간에게도 닥친 문제다. 할로겐 램프? 유화 그림 색깔까지 변화시킬 정도라, 원래 인간을 피사체로 못 하게 돼 있다. 그런데 작고 편하고 설치하기 좋으니 무분별하게 쓰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빛 공해에 취약한 상태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진짜 좋은 빛을 써야 한다."

- 학교 등 조명에 대한 관심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전체적으로 빛에 너무 무지하다. 사무실 400룩스(Lux)나 500룩스 이상 뭐 이런 식으로 규제하는데, 밝기를 어느 정도 이상하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휘도(단위 면적당 밝기 정도)다. 점광원(빛을 발하는 근원)이 너무 밝으면, 휘도가 높아지고 동공이 오므라들어 나머지가 안 보이게 된다. 반대로 휘도를 낮추면 눈에 빛이 많이 들어와 광량이 적어도 더 잘 보인다. 헌데 휘도 규제가 없다. 이건 에너지 낭비다.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눈에 총 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필룩스 노시청 대표
 필룩스 노시청 대표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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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접 조명이 많이 사용돼야 한다는 말인가."점광원보다 면광원을 많이 써야 한다. 휘도가 높지 않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눈에 얼마나 빛이 들어오느냐가 중요하다. 동공을 잔뜩 오므라들게 해 놓고 더 밝게 해봐야 헛일 아니겠나. 흐리더라도 동공을 이완시키면 훨씬 잘 보인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서도 휘도 규제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 적당히 흐린 날씨에 촬영하면 사진이 더 잘 나오는 원리와 비슷한가?
"바로 구름 낀 날이 간접조명이다. 면광원이다. 그런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늘에서 사는 게 더 좋지 않나. 뙤악볕 아래서 조도를 따지면 밝기야 할 것이다. 그냥 계측기 들이대서 '어, 얼마야',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퇴근길에 선글래스를 쓰라고 주위에 말하곤 한다. 과도한 거리 조명, 그리고 숱한 간판 조명들. 오히려 낮보다 밤이 더 위험하다. 생체 리듬이 깨지기 때문이다. 초저녁은 괜찮다. 하지만 밤이 깊어지면 모두 얼마 이하로 낮추도록 규제해야 한다. 이제는 빛공해를 피해 조명을 써야 하는 시대다. 빛을 과도하게 쓰는 행위? 광고 효과야 있을지 몰라도 결국 사람들을 황폐하게 만들 것이다."


태그:#필룩스, #노시청, #빛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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