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10월 30일 희망공정(希望工程)이 성립되고 10주년을 맞이하는 1999년, 장이머우(張藝謀)는 '책상서랍 속의 동화(一個都不能少, Not One Less)' 라는 영화를 만든다. 이 영화는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지만 칸영화제에서의 비판처럼 분필 26개를 아껴 쓰며 초등학교 출신의 13살 교사가 가난한 시골의 초등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 열악한 중국의 교육현실을 잘 보여주고는 있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이 방송에 출연하면서 각지에서 보내준 선물을 가득 실고 돌아가는 장면은 중국정부의 ‘희망공정’을 간접적으로 선전하고 있다는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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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빈지역의 열악한 교육환경 신장의 한 초등학교 수업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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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막을 내린 17대 전국대표대회에서 후춘화(胡春華)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제1서기는 1989년 10월 30일 희망공정이 설립된 이후 총 35억위엔, 우리돈 약 4300억원이 모금되어 304만 농촌 학생들에게 혜택이 주어졌다고 보고했다.

희망공정은 그 원래의 설립 취지에 걸맞게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에서 학비가 없어서 학업을 중단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학비를 지원하고 학교를 건설하며 책 등 학습도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

2005년에는 대학에 진학하는 극빈층 자녀 200명을 선발하여 4000위엔씩 장학금을 지급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2005년 중국 대학이 모집한 400만 명의 신입생 중에서 극빈층은 약 32만 명(8%)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혜택을 받는 학생은 그야말로 소수에 불과하다.

희망공정 기금의 80% 정도는 여전히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정부가 9년 의무교육을 시행한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이것이 제대로 실현되고 있지 않으며 초중등학교조차 경제적 어려움으로 다니기 힘든 학생들이 많다는 어려운 중국 교육현실의 반영이기도 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중국 대학의 학비가 농민들의 소득보다 훨씬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중국 대학의 1년 학비는 평균 6000위엔, 여기에 기숙사비와 식비, 생활비를 합하면 1만위엔은 족히 든다. 4년이면 4만위엔인데 중국 농민의 연평균 수입이 3000위엔인 것을 가만하면 13년 동안의 모든 수입을 합산한 엄청난 금액이다. 중국 각지와 해외에까지도 지부를 가진 희망공정이 앞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극빈자녀들의 대학진학에 관심을 갖고 지원을 늘려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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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공정에 관한 도서 희망공정의 업적과 성과를 선전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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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상하이, 티엔진을 제외한 27개 성(省), 시와 1,00여개 현(县), 그리고 세계 30개국에 지사를 가진 희망공정은 세계적으로 빈곤지역 실학아동 구제활동의 대명사로 불리며 중국의 가장 대표적인 사회공익활동으로 각광받아 왔다. 그러나 그 역할의 무게중심을 이제 빈곤학생의 대학진학 지원으로 옮겨야 할 때가 온 것은 아닐까.

또한 중국 교육부도 빈곤지역에 대한 제도적 지원과 개선이 필요하다. 중국은 대학의 선발 인원을 각 성(省)별로 안배하는데 지방은 상대적으로 배정인원이 적다. 그래서 지방출신은 도시출신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고도 명문대학에 떨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호구제도가 있어서 우리나라처럼 학군이 좋은 곳으로 마음대로 옮기기도 힘든 사회적 구조를 가진 중국이기 때문에 지방 출신에 대한 대학의 인원배정을 늘려주어야 할 것이다.

중국 정부가 빈부격차 문제 해소를 위해 ‘허시에(和諧, 조화로운 사회)’를 강조하며 성장뿐만 아니라 분배문제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지만 교육에서의 평등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부는 세습되고 가난은 대물림되어 부익부빈익빈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