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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수난의 당대를 살았던 시인 유치환(청마, 1908∼1967)은 민족정신을 훼손한 글이 학자의 연구를 통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청마 추념 편지쓰기대회’는 반드시 폐기되어야 한다. … 세계적 음악가인 윤이상 선생과 우리말의 진수를 담은 <토지>의 박경리 선생을 낳은 위대한 도시인 통영을 먹칠해서는 안된다.”

 

통영문인협회가 ‘학생의 날’이 오는 3일 ‘유치환 추념 편지쓰기대회’를 열고, 통영예총이 내년에 ‘유치환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를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지부장 진선식)는 1일 성명서를 통해 ‘기념사업 중단’ 등을 촉구했다.

 

유치환이 1942년 2월 일본 괴로국인 만주구에서 만든 <만선일보>에 발표한 산문 “대동아 전쟁과 문필가의 각오”이 최근 밝혀지기도 했다. 이 산문에 대해 전교조는 “유치환은 일제를 칭송하고 두둔했던 것”이라고 평가.
      
전교조는 “유치환이 학도병 참가 권유와 대동아공영권 수립을 축원하는 친일문학 행위를 했다는 의혹과 또한 하얼빈협화회 등 친일적인 조직에 근무했던 경력도 있으며, 그리고 청마가 사회적인 영향력이 큰 인물이라는 점에서 청마우체국 개명 및 청마기념관 추진을 주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통영문협과 통영예총 등은 ‘통영중앙우체국’을 ‘청마우체국’으로 이름을 바꾸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통영에 살던 유치환이 시조시인이었던 이영도한테 편지를 많이 쓰면서 자주 이용했던 우체국이라는 게 이유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청마우체국’은 개별 민간인이 설립한 우체국이 아니라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 기관이 된다는 의미”라며 “민족을 배신한, 적어도 민족의 고난과 아픔을 자신의 생존을 위해 이를 방관하고 외면했던 그런 인사를 위해 우체국의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국가가 공식적으로 그런 행위를 인정하고, 더 나아가 그런 행위를 조장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할 수도 있음을 경계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지적.

 

편지쓰기대회에 대해, 전교조는 “참가자 스스로 모르는 사이에 친일행위자를 우러르게 되는 모순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청마우체국과 청마기념관이 생긴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사람들에게 ‘친일 행위를 했다 하더라도 시만 잘 쓰면 된다’라는 왜곡된 역사관을 갖게 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그동안 유치환에 대한 친일 의혹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통영문협은 편지쓰기 대회를 3회째 열어 왔다.

 

그러나 이젠 역사적으로 명백한 사실(친일)로 입증되었기에 ‘청마’ 관련 편지쓰기 대회를 여는 것은 대단히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단체는 “이러한 행사에 학생들이 참여하는 것은 교육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결코 용인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일제 강점기의 역사적 위기 앞에서 당대의 학생들이 목숨을 걸고 의거했던 날에 정반대의 대척점에서 반민족적 글쓰기를 감행했던 인물을 기리는 행사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고 밝혔다.


#유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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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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