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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조명' 바람이 불고 있다. 여기에 올해 경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경관 조명' 역시 관심을 받고 있다. 이처럼 최근 '빛'의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는 가운데, <오마이뉴스>가 주최하는 '2007 국제조명산업전'이 11월 1일부터 3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대서양홀에서 열린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국내 조명의 현재를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갈 바를 모색하는 6부작 인터뷰 시리즈 '빛은 공공재다'를 연재한다. 조명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편집자주>

"현재 정부기관에서 전기는 항상 뒷전이다. 독립적으로 전기 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부서가 없다. 전기나 조명 산업이 발전하려면 최소한 '전기청'이 필요하다."

 

 영남대 이광식 교수
영남대 이광식 교수 ⓒ 이정환
학계에서 유일한 조명 관련 단체 한국조명전기설비학회 이광식 회장(영남대 전기공학과 교수)이 지난 달 22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조명 산업 발전을 위해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할 과제로 "정부 차원의 전기 산업 인프라 구축"을 꼽고 "통일 단계에서 북한 전력 문제에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서라도 (독립전기청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경제력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효율이 다소 떨어져도 다양한 조명 기능에 관심이 높아지게끔 되어 있다"면서 "앞으로 조명 시장이 각광받을 것은 분명하며 성장 잠재력이 높은 산업인만큼, 조명 산업 육성을 위한 재정 확보 차원에서 독립적인 전기 산업 주도 부서 신설이 시급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근 지자체를 중심으로 부각되고 있는 경관 조명과 관련하여, 이 회장은 프랑스 파리를 예로 "밤에 관광객들이 호텔에서 나와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해야 그들 주머니에서 돈이 나오게 마련"이라면서 "최근 우리나라에서 경관조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배경에는 경제적 문제가 결부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회장은 다국적 기업과 중국산 사이에서 '샌드위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업체들의 경우, "아무래도 위축될 수밖에 없지만, 제일 좋은 방법은 어떤 분야를 특화해서 선진국과 경쟁을 벌이는 것"이라며 "역시 핵심은 기술력이다. 카피 방식을 유지해서는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란 말로 연구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

 

- 다양한 조명 기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환경 문제하면 수질이나 대기 오염을 떠올린다. 조명 환경도 있다. 크게 네 가지로 볼 수 있는데, 먼저 램프 등 조명 장치 그리고 조명 컨트롤러 등 물리적 환경이 있다. 다음은 사회적 환경이다. 가로등이 없다면 교통사고 등 문제가 야기되고, 방범등이 없으면 범죄가 늘어난다는 통계가 나와있다. 젊은 남녀가 데이트하는 장소가 너무 밝으면 곤란하지 않겠는가(웃음). 심리적 환경이다.

 

그리고 생리적 환경이다. 지하에서 오래 생활하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밤에도 양계장에 불을 밝히면 계란 생산량이 늘어난다거나 반대로 콩밭에 불빛을 과도하게 쬐면 쭉정이가 나오는 것 등도 이에 해당한다. 논밭 도로 가로등의 경우 밭으로 빛이 가지 않도록 조명범위를 조절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조명의 공공재 기능을 강조하는 것인가.
"터널 조명을 예로 들어보자. 시속 100km 속도로 달리는 차가 갑자기 터널 안에 진입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갑자기 깜깜하면 앞이 보이지 않을 게다. 그래서 입구 조도는 높이고, 어느 정도 어둠에 적응되는 위치 조도를 낮춰준다. 다시 터널 출구 쪽 조도를 바깥과 비슷하게 맞춰 주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이처럼 조명은 공학적 측면만 갖고 있지 않다. 여러 환경과 결부시켜 조명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국조명전기설비학회 이광식 회장(영남대 전기공학과 교수)
한국조명전기설비학회 이광식 회장(영남대 전기공학과 교수) ⓒ 이정환

- 최근 경관 조명의 중요성도 그래서 부각되는 것인가.
"경제적인 문제와도 결부된다. 밤에 관광객들이 호텔에만 박혀 TV만 보고 있으면 어떻게 될까. 밖에 돌아다닐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관광객들 주머니에서 돈이 나오게 마련이다. 경관 조명하면 떠오르는 프랑스 파리, 경제적 가치가 얼마나 높겠는가. 최근 우리나라에서 경관조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 중 하나다. 각 지자체마다 경관 조명 부서를 설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 공사 발주자 입장에서 경관 조명 문제는 공사비 증액이란 부담으로 다가올 것 같은데?
"경관조명 당위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특히 턴키 방식(설계·시공 일괄 입찰 방식) 공사에서 경관조명은 필수 요소로 자리잡았다. 설계자들이나 감리자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

 

- 건강 조명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전자파의 인체 유해성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최근 (형광등) 전자식 안정기에 대한 연구도 진행중이다. 바로 전자파 때문인데, 이전에 썼던 자기식 안정기에서는 (전자파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아파트들 천정 높이가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요한 문제임에 틀림없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아무래도 전자파로부터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어떤 영향을 받지 않겠는가."

 

- 조명 산업 발전의 변수는 무엇인가.
"꽃이 아름답다고 벌이 날아가나. 꿀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조명 산업 발전의 전제 역시 경제력이다. 그동안 단순히 어둠을 밝히기 위한 목적으로 형광등을 많이 썼다. 여기에는 에너지 절약이란 측면도 크게 작용했다. 허나 경제력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효율이 다소 떨어져도 다양한 조명 기능에 관심이 높아지게끔 되어 있다. 앞으로 조명 쪽이 각광받을 것은 분명하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산업군이다."

 

- 그렇다면 현재 조명 산업 발전의 장애물은?
"무엇보다 정부 차원의 전기 산업 인프라가 미비하다. 정보통신부가 있어 IT산업을 육성할 수 있지 않겠는가. 재정이 확보되고 해당 산업이 융성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현재 정부기관에서 전기는 항상 뒷전이다. 독립적으로 전기 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부서가 없다. 전기나 조명 산업이 발전하려면 최소한 '청'이 필요하다. 통일 단계에서 북한 전력 문제에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영남대 이광식 교수
영남대 이광식 교수 ⓒ 이정환

- 다국적기업과 중국산 사이에서 '샌드위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업체들 사정 역시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제일 좋은 방법은 어떤 분야를 특화해서 선진국과 경쟁을 벌이는 것이라고 본다. 많은 자본과 시간이 필요한 신광원 개발 경쟁도 의미 있겠지만, 기존 광원을 이용한 심리적 기능에서는 제일 앞서나간다던가, 경관조명에서 최고가 된다던가, 아니면 IT분야와 조명을 결합한다던가하는 쪽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역시 핵심은 기술력이다. 조명 산업 분야에는 아무래도 아직 중소기업이 많다. 물론 훌륭한 중소기업도 있지만, 어쨌든 소위 카피 방식을 유지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그렇게 해서는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어렵겠지만 그래도 업체는 연구에 매진하고, 학계는 업계와 협조하는 관계가 꾸준히 지속돼야 한다."

 

- 끝으로 학회가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올해 학회가 20주년을 맞았다. 사람으로 따지면 성년이 된 셈이다. 이제 바깥으로 눈을 돌리려고 한다. 일본 전기설비학회, 조명학회 그리고 중국 조명학회와 교류 협정을 맺었다. 우리 학회 등 4개 학회가 국제 컨퍼런스를 열고 국제적인 논문을 함께 만들어 공동 발표하기로 합의했다. 또 북미나 유럽 등 조명학회 등과도 교류 협정을 추진할 생각이다. 우리나라 연구자들의 안목을 높이는 방향에 역점을 두고 있다."


#조명#조명전기설비학회#이광식#영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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