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라무로스(INTRAMUROS)는 스페인 식민정부가 1573년부터 1606년까지 33년에 걸쳐 수많은 필리핀인들로 하여금 짓게한 견고한 성으로, 스페인 식민시기 정치, 종교, 군사 요새로 사용되었다. 64헥타르의 땅에 22m 높이, 8m 두께의 벽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이 도시는 필리핀인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졌지만 스페인계와 그들의 혼열인 메스티소들만이 시민권을 가지고 거주할 수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과 미군에 의해 당시 인트라무로스는 대부분 파괴되었지만, 1980년대 이멜다 마르코스 영부인의 지시로 대대적인 복구작업을 해 지금의 모습을 되찾았다.
2007년 10월 28일 오후 4시. 인트라무로스에 발을 딛자마자 다가온 것은 "칼레사"를 모는 마부의 호객이었다. 하지만 이 곳의 마차를 함부로 탔다가는 여행자의 신변에 위협을 당하는 일이 종종 있다는 소문이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인트라무로스 내에서 가장 눈여겨 볼 만한 곳은 산티아고 요새(Fort Santiago)다. 강화도의 '초지진'을 떠오르게 하는 배치를 한 이곳은 중국인과 이슬람교도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세워졌다.
필리핀의 영웅 호세 리잘 박사가 수감돼 있다가 1986년 12월 30일 사형장으로 걸어갔던 길이 발자국 모양의 동판으로 표시되어 있다. 스페인 식민시대의 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는 '비간'과 비교해 볼 때 비간이 참으로 밝은
분위기라면, 이곳은 식민시대와 전쟁의 잔재로 인해 어둠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곳이 필리핀을 찾는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가 되어 있고, 수많은 부유한 필리핀인들이 이 곳에서 외국계 커피와 햄버거를 먹기위해 긴 줄을 서고 성 안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들은 어느새 리잘 박사의 죽음의 과정을 잊어버린 것은 아닌가 의심을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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