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당신은 <태왕사신기>의 맛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누군가 내게 이렇게 물어본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태왕사신기>의 맛은 퍼즐 맞추기이지요!"

 

이 무슨 엉뚱한 소리냐고? 엉뚱한 소리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전에 내가 내놓는 퍼즐을 먼저 맞추어 볼 생각은 없으신지? 첫 번째 퍼즐 맞추기는 수요일, 목요일만 지나면 <태왕사신기>를 기다리느라 견딜 수 없는 이들을 위한 것이다. 두 번째 퍼즐 맞추기는 벌써부터 <태왕사신기>가 끝나면 느껴질 아쉬움과 허무함을 견디기 힘들 이들을 위한 보다 긴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자 도전해보겠는가?

 

[첫 번째 퍼즐 맞추기] 화천회는 왜 청룡의 존재를 몰랐을까?

 

지난 1일 청룡이 등장한 15회 방송을 되돌려 회상해보자. 아, 물론 알고 있다. 다들 예고편에서부터 강력한 카리스마를 뿜어내었던 청룡의 활약상을 지켜보느라 정신없었던 거. 게다가 담덕과 수지니가 최근 들어 간신히 형성한 사랑 전선을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는 수지니와 처로가 어떻게 첫 만남을 가질지가 더 궁금했을 것이다.  

 

그런데 당신! 15회를 보면서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가? 15회를 보다 보면 시청자들에게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할 만한 장면이 나온다. 무엇이냐고? 처로를 보좌하는 장수가 담덕과 그 일행에게 처로가 왜 청룡의 신물을 심장에 박고 살아야 했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 장면에서 무언가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는가?

 

처로의 아버지가 처로 심장에 청룡의 신물을 꽂은 것은 무엇 때문이었나? 바로 청룡 신물을 지키기 위해서다. 누구에게서? 그 날 방송을 주의 깊게 봤으면 알겠지만 바로 화천회로부터 신물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리고 얼핏 지나가는 화면으로 분명히 화천회 행동 대장 사량의 모습이 보였다. 아직도 이상하지 않은가? 자, 잘 생각해보자. 담덕이 백제로 진군하는 호개군을 늦추기 위해 어떤 작전을 폈던가?

 

거믈촌 사람들이 가짜 청룡 신물을 들고 호개의 관심을 끌려고 호개군이 진군하는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가지 않았던가. 그것이 화천회 정보망에 걸려들고 사량은 화천회 대장로에게 보고한다.

 

"이해할 수 없군. 왜 그 쪽으로 가는 것이지?"

 

화천회 대장로가 이렇게 말하자 사량은 무어라 했던가.

 

"아마 신물의 주인이 그 쪽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처로가 청룡 신물을 심장에 박았던 현장에는 사량도 분명히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어째서 그런 말을 했을까? 사량은 신물이 누군가의 몸속에 박혀 있다는 것을 봤다. 그렇기에 사람 심장에 박힌 신물이 아닌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신물이 신물의 주인을 향해 이동한다고 믿는다면 이야기 앞뒤가 맞지 않게 된다. 작가의 실수일까?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 장기간 제작한 드라마인데 과연 이런 실수를 할까?

 

그에 답해줄 수 있는 한 가지 단서가 보이긴 했다. 청룡의 신물을 찾으러 간 장면에서 보인 사량의 모습은 지금과 달리 온전해 보였다. 그런데 지금은 늘 얼굴 반쪽을 가리고 다닌다면 거기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가르쳐 달라고? 나 역시 작가가 아닌데 어찌 알겠는가. 그리고 처음 시작할 때 내가 무어라 말했는지 잊었는가. 퍼즐을 맞추어 볼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퍼즐은 스스로 이 조각 저 조각 돌려가며 맞추어 가야 성공했을 때 더 큰 기쁨이 있지 않겠는가.

 

너무 힘들다고? 도움을 받고 싶다면 나보다는 태왕사신기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도움 청하기를 권한다. 살짝 살펴본 결과 청룡 등장에 가려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나와 비슷한 의문을 가진 시청자들이 내놓은 답들도 있다. 하지만 되도록 스스로 생각하고 추리해 풀어보는 것은 어떨까!

 

 

[두 번째 퍼즐 맞추기] 백제가 두 개였어?

 

"동백제? 서백제? 백제가 두 개였어?"

 

자, 이번에는 <태왕사신기>가 아닌 여러분의 머리를 열심히 과거로 돌려보자. 당신이 배운 국사 교과서에서 '동백제', '서백제'라는 말이 나온 적이 있었던가! 국어, 영어, 수학에 집중하다가 국사는 내신을 위해 잠깐 보고 다 잊어버린 이라면 가물가물할 수도 있다. 동백제, 서백제가 있었는데 자신이 기억을 못하는 것이라고.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국사 교과서 다시 한 번 읽어보시라.

 

정규 교과 과정 국사에서 백제는 하나다. 그렇다면 어떻게 된 것일까? 삼국 시대 때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 고구려이고, 백제와 신라는 그 아래쪽에서 그것도 반으로 갈라 영토를 갖고 있었다. 그렇다면 백제의 영토는 그리 넓지 않았을 터, 그 넓지 않은 영토를 서백제, 동백제 했단 말인가?

 

자 이제 다시 <태왕사신기>를 떠올려보자. 담덕이 작전 회의를 짤 때 보던 지도가 기억나는가? 그 지도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담덕이 서백제라고 말하는 쪽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영토가 아닌 현재 중국이 지배하고 있는 지역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것이냐고? 뭐 어쩌자는 것은 아니고, 좀 놀라는 척이라도 해주자는 것이다. <태왕사신기>에서 언급하고 있는 서백제, 동백제의 개념은 일부 역사학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대륙 백제설'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고구려와 백제의 전쟁터가 객관적으로 보기에 좁디 좁은 이 한반도 땅만이 아니고 중국 대륙을 포함했다는 것이다. 삼국시대 두 나라가 중국 대륙을 일부이긴 하지만 지배했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 우리 역사 무대가 좁은 한반도에서 더 넓은 중국 대륙으로 나아가는 것인데도?

 

이것이 내가 여러분께 내미는 두 번째 퍼즐이다. 동백제와 서백제라고 하는 이유를 알았으니 퍼즐 맞추기를 그만두겠다고? 그 무슨 섭한 소리를. 이번 퍼즐 맞추기의 핵심은 <태왕사신기>에서 말하는 동백제, 서백제가 대체 무슨 소리인지를 알아내는 것이 아니다. 이번 퍼즐 맞추기의 핵심은 바로 역사학자들 중 일부는 '왜 중국 대륙에 백제가 군사적 영향력을 행사했고, 지배했었다'고 주장하는지 그 이유를 찾아보자는 것이다.

 

 

<태왕사신기>를 사랑하고, 이 드라마가 역사 왜곡 드라마로 몰리는 것이 억울하고 분한 이라면 아마도 내가 제시한 두 가지 퍼즐 중 더 끌리는 것이 분명 있을 것이다(아마도 두 번째라고 믿고 싶다). 뿐더러 그 퍼즐 맞추기를 시작으로 계속해서 맞추고 싶은 퍼즐이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자신만의 퍼즐을 완성하고 그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갖는다면 <태왕사신기>를 역사 왜곡 드라마라 비판했던 이들도 <태왕사신기>가 대중들의 역사적 관심과 지적 수준을 올려 놓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할 날이 올지도 모르지 않겠는가.

 

자, 이제 선택은 <태왕사신기>를 사랑하는 여러분들게 달렸다. <태왕사신기>를 그저 역사를 소재로 한 인기 많았던 판타지 사극에서 머물게 할 것인지, 시청자들에게 역사적 관심을 불러 일으켜 발전적인 논의를 가능하게 한 사극으로 기억하게 할 것인지.

 

자, <태왕사신기>를 사랑하는 당신! 시작했는가? 당신이 완성할 당신만의 퍼즐 맞추기를!


태그:#태왕사신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