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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에 연탄을 주문했습니다. 작년에 연탄을 들일 때 연탄배달 아저씨가 주신 자신의 연락처가 기재된 스티커를 보고 전화를 건 것이었지요. 그 아저씨의 안내 스티커 휴대전화 옆엔 “가급적이면 아침과 저녁에 전화 주세요”라고 명기된 때문이었습니다.

 

몇 번의 통화 시도 뒤에 어렵게 연결된 전화라서 더욱 반가웠습니다.


“안녕하세요? 작년에 주문했던 사람인데요…. 네, ○○동 ○○연립 앞집이요. 한 500장 주문하려고 하는데요.”

 

하지만 아저씨는 요즘 연탄물량이 부쩍 달려서 300장밖에 갖다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나마도 감지덕지란 생각에 냉큼 주문을 했지요. 작년엔 연탄이 장당 300원이었는데 올해는 값이 올라서 330원이라고 했습니다.


10만원을 준비하곤 저녁에 귀가하여 아저씨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약속시간이 지났음에도 함흥차사기에 거푸 아저씨의 휴대전화를 눌렀지요. 네 번의 통화시도 뒤에 겨우 연결된 아저씨는 “지금 배달하고 있으니 잠시 후에 가겠다”며 ○○연립 앞으로 나와 있으라고 했습니다.

 

잠시 후 시간에 맞춰 ○○연립 앞으로 나갔습니다. 헌데 널찍한 대로를 놔두고 가파르고 좁은 골목으로 들어오는 아저씨였기에 다소 의아하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깁니다! 근데 하필이면 좁은 길로 들어오세요?”


그러자 그 아저씨의 답변이 이내 고개를 주억거리게 했습니다.

 

“저기로 왔다간 아저씨네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 연탄 모두 뺏깁니다!!”


저 아래서 슈퍼를 경영하는 할머니가 계시는데 연탄 500장을 주문한 지가 얼추 보름도 더 되었답니다. 하지만 영 그렇게 물량을 맞출 수 없는 때문으로 지금껏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상황이었다네요. 그 외도 우리 동네의 상당수 빈곤층들이 저와 같이 연탄을 원료로 하여 난방과 취사를 하기에 그 아저씨의 연탄 배달 일정은 아직도 ‘머나먼 여정’에 다름 아니지 싶었습니다.

 

“근데 저는 오늘 아침에 주문했거늘 이렇게나 빨리 배달해 주세요?”
“그야 뭐….”

 

비록 부언은 안 했으되 그 아저씨가 어제 저희집에 그같이 빨리 연탄을 갖다 주신 이유는 작년에 제가 그 아저씨께 잘 보인 덕분이지 싶었습니다. 즉 작년에 연탄을 처음으로 광에 들일 때 저는 앞으로도 ‘거래’를 확실하고 순탄하게 할 목적으로 나름대로의 셈법을 도출해 냈던 것이었지요.


우선 연탄을 들이면서 땀을 비 오듯 흘리시는 아저씨께 시원한 음료수를 드렸습니다. 다음으론 말동무를 자처하면서 “참으로 노고가 많으시다”, “아저씨 덕분에 우리 같은 서민들도 등 따습게 겨울을 지낼 수 있다”는 따위의 사탕발림 성 아부까지 마구 떨었다는 얘깁니다. 연탄을 모두 들이고 난 뒤엔 가외로 1만원을 더 얹어 ‘팁’으로도 드렸고요.

 

약 한 시간 뒤 이윽고 광에 연탄이 모두 들어갔습니다. 300장의 연탄 값 9만 9천원을 10만원으로 계산하여 드리고 덤으로 5천원을 더 보탰습니다.

 

“다음에 주문하면 오늘처럼 잘 부탁드려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고급 술집에 가서 비싼 술에 미희(美姬)들에게 흥청망청 팁까지 뿌릴 줄은 모릅니다. 그럴 여유가 된다면 어찌 쩨쩨하게 연탄에 목을 매고 살겠습니까. 아무튼 그렇지만 그간 힘겨운 연탄을 배달하여 집도 장만하셨고 자식들을 모두 대학까지 가르쳤다는 자부심이 오롯하고 우쭐하신 아저씨께 팁을 드릴 줄은 아는 사람이 바로 저라는 위인입니다.

 

자식은 부모를 보고 자라는 나무라고 했습니다. 그 아저씨를 대문 밖까지 배웅하면서 그처럼 노고가 많으셨기에 저 아저씨의 자제들은 어떤 반면교사의 부력에 의거하여 반드시 공부도 잘 했을 것이며 효심 또한 지극할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면서 저 또한 두 아이의 아버지로써 아이들을 봐서라도 더욱 신뢰받는 아버지가 되어야겠노라는 다짐을 마음 한켠에 묵직한 추로서 달았습니다.

 

아저씨가 가시고 난 뒤 다시 광을 살폈습니다. 작년에 쓰다 남은 60여장에 어제 들인 300장까지 포함하면 거의 석 달은 그 어떤 추위가 맹위를 떨칠지라도 걱정 없겠다는 생각에 마음까지 금세 따뜻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홈플러스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연탄,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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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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