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유시민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이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나를 좋아하는 분들은 문국현 후보캠프에 안 갔으면 좋겠다"며 정동영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유 의원은 지난 3일 저녁 천안에서 열린 자신의 팬클럽 '시민광장' 총회에서 "문국현 후보는 훌륭한 기업인이긴 하지만, 경제영역 한 군데서 잘했다고 정치를 잘할 수 있는 건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문 후보는 '기업인만이 경제를 살릴 수 있다, 기존 정당은 다 썩었다, 창조한국당만 잘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런 말씀에 동의 못한다"고 지적했다.

 

"정동영 후보 비난하는 말에 마음 아프다"

 

유 의원은 특히 "살아온 길로 보나 사고방식으로 보나 정책방향으로 보나, 정동영 후보가 이명박씨나 이회창씨보다 열배 백배 천배 더 나은 것은 확실하다"며 정 후보를 공식 지지했다.

 

유 의원은 "'시민광장' 게시판을 보면 정동영 후보를 비난하는 말들이 올라온다. 참 마음이 아프다"고 지적한 뒤, "경선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던, 지금 대선후보는 정해져 있고, 12월 19일까지 정동영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그것이 당원으로서 도리이고, 같이 경선에 참여했던 사람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를 흔들었던 민주당의 '후단협'을 예로 들며 거듭 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자기가 하는 일은 다 정당화할 수 있다. 그러나 시민광장은 지성적인 사람들이 모인 팬클럽이라 생각한다. 지성이란, 타인을 거울로 삼아 자기를 비춰볼 수 있는 능력, 사회를 거울로 나를 비춰볼 수 있는 능력, 보편적 원칙에 비추어서 나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 이것이 지성이다.

 

경선에 참여한 제가 경선에서 이긴 후보가 3등하고 있는 어려운 상황인데 수수방관하면 안 된다. 그렇게 한다면 2002년 후단협과 다를 바가 없다. 상대방의 잘못이 내 잘못을 합리화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일반원칙, 사회, 타인에게 비춰보니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 그럴 때 자기 이해관계나 감정에 따라 그냥 해버리는 사람은 후단협이 된다."

 

유 의원은 "제가 여러분을 강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우리가 좋아해서 팬클럽에 모인 저 정치인이 저렇게 한다는데 좀 봐주자, 저렇게 해주자, 하고 생각해달라고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또 향후 대선정국에 대한 참석자의 질문에 대해 "제 임무는 평론이 아니라 정동영 후보 지지율을 올리는 것"이라며 "정동영 후보가 '시민광장'에 대해 걱정하지 않도록 잘해주시기 바란다. 거지가 된 심정으로 부탁한다"고 웃어보였다.

 

유시민 의원은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정동영 후보를 향해 "참여정부에서 꽂감만 빼 먹었다"며  날선 대립각을 세웠지만, 경선 이후 정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상임고문 겸 국민대통합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다.

 

당초 정동영 후보가 이날 '시민광장' 총회에 참석해 직접 지지를 호소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유시민 의원측에서 "순수한 팬클럽 행사이니 유 의원이 직접 하는 게 더 좋겠다"고 말해, 무산됐다.

 

"이명박·이회창 보다 정동영이 대통령 되는 게 훨씬 낫다"

 

한편 유시민 의원은 최근 대선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와 관련 "(이 전 총재가) 스스로 양심에 비추어보면 대선에 나올 수 없다.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회창씨는 한나라당 당원이다. 두 차례 대선에 출마해서 질래야 질 수 없는 선거로 한나라당 당원에게 패배를 줬던 사람이다. 우리에게는 기쁨을 주긴 했지만(웃음). 차떼기, 빌라, 병역비리. 정치부패의 화신이다. 2002년 차떼기가 문제되었는데, 1997년 차떼기는 집권당 시절이었는데 대선자금 수사를 안 해서 그렇지 드러나지 않은 차떼기는 얼마나 컸겠나?"

 

유 의원은 특히 "출마해서는 절대 안 될 정치부패의 화신 이회창씨, 도덕적 흠결로 미루어볼 때 장관을 하기에도 부적합한 이명박씨, 이 분들과 비교하면 정동영씨가 대통령 되는 게 훨씬 낫다"고 강조했다.

 

"잘 해보려고 노력했는데... 반성한다"

 

이날 '시민광장' 총회에는 200여명의 회원이 참석했으며, 유 의원은 "2002-2007, 우리 정치 어디까지 왔나"라는 주제로 한 시간에 걸쳐 강연을 했다.

 

유 의원은 경선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 뒤, 지난 5년간 개혁당, 열린우리당, 대통합민주신당을 거쳐오면서 가졌던 소회를 피력했다.

 

"문국현 후보는 기존 정당 다 부패했다, 기존 후보는 부패했거나 실패했다, 기존정당들은 다 잘못된 정당이다, 이렇게 얘기한다. 그런 면이 있긴 하지만, 그것이 기존 정당을 해 온 사람들이 생각을 잘못했기 때문에, 아무런 노력을 안했기 때문에, 부패했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잘 해보려고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되어 있는 것이다.

 

지난 5년의 실험, 시도, 좌절, 실패를 그렇게 간단히 폄훼해버릴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된 것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특히 "민주화 20년을 이끌어온 공적이 있는 정치세력으로서 정책노선에 합의 못했고, 행동방식, 당 운영방식, 정치하는 방식이 옛날로 돌아가 버렸으니 국민들 사랑을 못 받게 된 것"이라며 "저도 책임 있다"고 반성했다.

 

"원칙을 가지고 싸우기는 했으나, 다른 사람들 설득하려는 노력이 부족했고 설득도 못했다. 그 실력 부족이 이번 국민경선에서 잘 나타나지 않았나. 이런 원칙을 공감하는 세력들이 모두 연합했으나 3등으로 졌다. 그만큼 우리들의 실력이 부족했다. 제 경우, 노력과 정성이 부족했다. 이 오류와 잘못에 대해 어떻게 다시 해서 빚을 갚을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 의원은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 한나라당에 대한 입장도 피력했다. 이명박 후보에 대해선 "70년 가까이 삶을 살면서 공동체를 위해 자기를 희생한 흔적이 한 번도 없다"며 "단 한 번도 공익, 타인, 공동체, 동시대인을 위해서 자기를 희생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는 건 좋지 않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은 박정희 대통령 때 만든 신민주공화당 이후 한 번도 분열된 적 없는 보수본류정당"이라며 "서로 공천 주고받고, 납품할 때 물건도 팔아주고, 자치단체장 되면 발주할 때 공사도 나눠주고, 이런 끈끈한 생활공동체 같은 것이 한나라당"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이회창씨는 보수본류이지만 이명박씨는 보수본류가 아니다"며 "박근혜씨는 보수 본류의 여러 가지 미덕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이라고 말했다.

 

"국제적으로 보수세력은 여러 가지 미덕을 갖고 있다. 충성, 희생, 용기, 품격. 이것은 글로벌 스탠다드의 보수가치다. 박근혜씨의 경우 보수본류라고 할 수 있다. 보수의 품격이 있는 분이다. 경선 마지막 순간에 들끓었을 억울함과 분노, 보수 아류라 할 수 있는 이명박씨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 이런 것을 다 통제하고 승복했다."


태그:#유시민, #문국현, #정동영, #이명박, #이회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