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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내견을 다룬 드라마 <내사랑 토람이>의 한 장면.
 안내견을 다룬 드라마 <내사랑 토람이>의 한 장면.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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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다이어리'는 시각장애인기관에서 일하는 S(김수현)의 이야기다. 시각장애인 동료와 함께 일하고 시각장애인을 취재하면서 겪게 되는 토막 이야기들을 통해 S가 시각장애인에 대해 이해해 가는 과정을 담아낸다. S다이어리가 시각장애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기자 주>

평소 착하고 순하기로 소문난 W가 흥분하며 말을 꺼냈다.

"어제 Y 언니랑 같이 병원에 갔거든요. 대기실 의자에 앉아있는데, 글쎄 어떤 아줌마가 들어오면서 '아악!' 이러고 큰 소리로 놀라는 거예요. 안내견 L이 달려든 것도 아니고 그냥 앉아 있었을 뿐인데 그렇게 놀랄 건 뭐야. 게다가 L이 고개 들어서 쳐다보니까, 그 아줌마가 심지어 '뭘 봐?' 이러더라니까요."

W는 "아줌마보다 안내견 L이 오히려 더 놀라겠더라고요, 사람들이 한 번씩 그럴 때마다 L이 주눅드는 거 같아서 불쌍해요"라며 쉽게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이 이야기를 듣던 시각장애인 동료 J가 말을 받았다.

"나도 ○○마트 갔다가 황당했던 적이 있어요. 아내랑 같이 장보고 있었는데, 한 꼬마애가 갑자기 안내견 H의 머리를 플라스틱 CD케이스로 확 내리치는 거예요. H도 내가 왜 맞았나 하는 표정이고, 우리도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멍해 있었죠. 뭐라 해 줄 새도 없이 그 꼬마애는 엄마 손 잡고 사라져버리고."

"그 애 엄마가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사과도 안 하고?"

J의 이야기를 듣던 S도 함께 흥분했다. 꼬마애야 장난으로 그랬다 쳐도 그 엄마는 애를 혼내고 사과해야 맞는 것 아닌가.

이번에는 이야기를 듣던 K가 옆에서 거든다.

"나도 전에 Y랑 안내견 L이랑 같이 지하철을 탔는데, 초등학생 5∼6학년으로 보이는 남자애가 안내견을 보더니 '으이씨' 하고 큰소리로 말하면서 저쪽으로 가는 거예요. 그러더니 얼마 있다가 다시 우리 쪽으로 와서는 또 '으이씨' 하고 구시렁대고 가더라고요. 개를 싫어하면 멀찌감치 가 있으면 되지, 다시 와서 그럴 건 뭐야. 참…."

 안내견을 다룬 드라마 <내사랑 토람이>의 한 장면.
 안내견을 다룬 드라마 <내사랑 토람이>의 한 장면.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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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는 예전에 시각장애인과 동행취재하러 갔을 때를 떠올렸다.

사람들 북적이는 정선 5일장에 커다란 안내견이 등장하자 장을 보던 사람들은 '어머나!' '깜짝이야!' 하며 놀라곤 했다. 그러나 곧 안내견임을 알고는 "개 큰 거 봐라" "저기 봐, 안내견이다" "쟤는 안내견이라 순해." 하며 관심을 보이고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정선에선 안내견 볼 일이 거의 없었을 텐데, 안내견을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많은 걸 보며 S는 안내견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가까운 곳에서 오히려 이렇게 많은 차별이 존재하고 있었다니,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그나마 옆에 다른 사람이 함께 있을 땐 덜한 편이란다. 시각장애인이 안내견을 데리고 혼자 다닐 때면 개를 데리고 다닌다며 뭐라 하고, 만지면 안 된다고 말해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하니 우리나라도 아직 안내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한 모양이다.

이번엔 J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J가 친구들과 어느 고깃집에 갔을 때의 일이다. 음식점에 들어서려는데, 주인이 안내견을 보고는 "안내견인 건 알겠지만 식당인 만큼 손님들이 싫어할 것 같아서요"라며 쭈뼛댔다.

그 때 아르바이트하던 여학생이 큰 소리로 "손님들 식사 중에 죄송합니다, 안내견이 왔는데 들어가도 될까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식사하던 사람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네!" 하고 크게 대답했다. 그 재치있는 아르바이트생은 "네, 안내견 들어갑니다"라며 J 일행을 자리로 안내했단다.

시각장애인에게 안내견은 눈과 같은 존재이다. 안내견을 개라는 이유로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는 것은 시각장애인의 눈을 찌르고 학대하는 것과 같다. 안내견을 밖에 두고 들어오라는 것 또한 시각장애인의 신체 일부를 문 밖에 세워두라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동행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도 보장돼 있지만, 사회적인 인식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법을 떠나서 시각장애인을 안내하는 기특한 녀석으로 보고 안내견에게 예의를 지켜 대해주는 이들이 많아지길 바라본다. 센스있는 아르바이트생의 발랄한 목소리가 그리워지는 날이다.

덧붙이는 글 | 한국점자도서관 소식지 월간 <빛이 머문 자리>에도 연재 중인 글입니다. 김수현 기자는 한국점자도서관 기획홍보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안내견#한국점자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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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도서관 기획홍보팀에 근무하며 시각장애인에 대한 기사를 주로 작성해왔으며.이후 교육업체 및 기업 홍보를 담당하며 알게 된 지인들을 통해 도움이 될만한 교육 소식을 취재하여 종종 나누었습니다. 현재는 한국어교사로 일하고 있으며, 일상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다루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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