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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이어지는 한 언제나 '뜨거운 감자'로 등장할 주제, 바로 교육입니다. 살면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우고 익혀야 하는 우리는 '교육', '학교', '배움'이 무엇을 말하는지에 대해 늘 되새김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게 시린 겨울을 맞이하기 전에, 영원한 '뜨거운 감자'의 대표주자인 교육을 주제로 길고 긴 이야기 한마당을 시작합니다.

 

오늘도 전국 곳곳에서 책과 학교 그리고 학원에 파묻힌 아이들이 장차 올지 안 올지 모를 ‘성공시대’에 내기를 걸듯 분초를 다투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어떤 학생들은 아예 그 틀을 스스로 깨고 'Only My Way'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스스로 다른 길을 택한 아이가 선택한 것이 그 아이가 오래전부터 꿈꿔 온 미래를 찾기 위한 선택이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고 기존 교육제도를 거부하기 위한 반발적 선택이라면 무거운 한숨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올지 모릅니다. 기존 틀을 무작정 벗어난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는 아이들과 똑같은 고민을 했을 어른들이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다녀야 할 곳, 당연히 순종하고 가르치는 대로 배워야 할 곳으로 인식하는 학교에 대해 많은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들이 의문을 제기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런 의문에 몰입하기 시작한 이들은 학교에 회의를 품으며 아니 근본적으로 배움이란 무엇인지를 고민하면서 기존 학교를 과감히 벗어나 새로운 길을 모색합니다.

 

기존 학교와 대결하는 게 아니라 아예 새로운 학교상, 교육상을 제시하려는 매우 힘든 일을 스스로 떠안은 이들이 있다는 말입니다. 대안학교는 결코 기존 학교와 대결하길 꿈꾸지 않습니다. 다만 ‘학교’ 그리고 ‘배움’이 무엇인지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또 스스로 대답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밟아갈 뿐입니다.

 

이처럼 이른바 대안학교를 꿈꾸고 또 실천해 온 한 사람, 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Chris Mercogliano)가 ‘살아 있는 학교’가 지녀야 할 새로운 가치를 생각해 보고 실제로 새로운 교육가치를 실천하고 있는 학교들을 탐방하여 발견한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 바로 <살아 있는 학교 어떻게 만들까>입니다.

 

대안교육, 어떤 세상을 꿈꾸는가

 

저자는 루소부터 시작하여 프뢰벨, ‘몬테소리 학습법’으로 유명한 몬테소리, 서머힐학교 설립자인 니일 등 새로운 교육을 꿈꾼 많은 교육 개혁가들을 예로 들면서 대안학교 형태를 한 가지로 규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자주 언급합니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새로운 교육을 꿈꾸며 대안학교 실험에 실제로 뛰어들었던 많은 교육 개혁가들이 한목소리로 주장하는 공통적 신념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선구자들이 제시한 참된 교육의 기본 원칙들을 모두 관통하는 분명한 신념이 있다. 배움은 자연스럽고 자발적인 충동이며, 두려움과 강제와 통제는 배움의 적이라는 믿음이다. 그리고 이들의 교육사상은 주류 교육의 이론과 실제에 맞선 저항의 전통을 이어왔다. 이 전통은 교육의 중앙집중화와 표준화가 그 강도를 더해가며 진행되어온 4백 년의 세월을 견뎌냈고, 새 천년을 맞이한 오늘날에도 건재하고 있다.” (72쪽)

 

그렇다면, 이른바 교육 혁명을 꿈꾼 많은 이들은 - 물론 교육개혁에 대한 의지는 보통 ‘내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무엇인가’에 관한 아주 소박하고 현실적인 고민에서 시작합니다만 - 기존 학교에서 무엇을 보았기에 ‘새로운 학교’를 꿈꾸었을까요? 그리고 그 ‘새로운 학교’란 기존 개념으로 보면 학교라 보기 어려운 형태가 많은 게 사실인데 말이죠.

 

대안학교는 이른바 대개 기존 학교에서 시행하는 평가제도 자체를 사실상 전면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기존 개념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도대체 대안학교에 헌신하는 이들은 기존 학교를 떠나며 무슨 말을 남기곤 할까요. 이런 질문에 대한 분명하고도 짧은 답변을 홀트에게서 들을 수 있습니다.

 

“강제 학습은 횡포요, 인간의 정신과 영혼에 대한 범죄이다.” (70쪽)

 

이 짧은 한 마디에 대안교육가들 마음을 다 담을 수는 없겠지만, 그들이 기존 학교를 굳이 거부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이 간혹 고백하는 쓰라린 아픔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조금은 짐작게 합니다.

 

이른바 근대교육이라는 것은 저자가 말했듯이 학생들을 ‘훈육’하여 그 아이들이 시대가 추구하는 바에 잘 적응하며 살아가도록 돕는 게 목표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흔히 아는 ‘교육’이란 자아발견과 같은 큰 이상을 추구하기보다 기존사회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생존 기술’을 가르치는데 치우쳐있다는 것입니다.

 

한발 물러서 얘기하면, 모든 이들 생각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대안교육가들은 기존학교가 ‘교육’ 또는 ‘배움’이 의미하는 바를 기초부터 심각하게 왜곡해왔다고 지적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반발과 대안 찾기 과정에서 지금도 어디선가 대안학교가 태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기존학교들을 시쳇말로 한통속으로 몰아세울 일은 아닙니다. 사실 대안학교가 아니어도 기존학교 내에서 많은 교육가들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을 테니까요. 또한, 작게나마 어떤 대책을 내놓지 않고 기존학교 자체를 거부하기만 하여 얻을 것은 교육 혼란일 뿐입니다. 오히려 대안교육가들이 지적하는 바를 잘 수용하여 재적용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대안교육과 기존교육 사이에 존재하는 갈등이 무엇인지 조금은 느낄 수 있을텐데 조금 부족하다 싶지 않으십니까? 좀 더 구체적이고 누구나 금방 이해할만한 얘기를 들어볼까요?

 

“경쟁적으로 성적을 내고 등수를 정하는 것은 학교의 공동체 의식을 갉아먹는다. 이러한 구조는 학생들을 서로 대결하게 만들고 공동체 의식 대신 분리와 고립을 부추긴다. 경쟁에서 진 학생은 말할 나위 없다. 경쟁은 상대방을 능가하는 것이 공개적으로 명시되고 합의된 목표인 환경, 그러니까 경기장에나 어울리는 것이다. 경쟁이 공동체 안에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 (23쪽)

 

참된 교육, 당신은 뭐라고 대답하시겠습니까

 

이처럼, 대안교육이 그토록 몸서리치는 기존 교육 폐해는 한마디로 ‘경쟁’입니다. 기존교육을 사나운 짐승이 우글대는 정글처럼 묘사했다고 눈살을 찌푸리실 수 있지만 이런 면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긴 어렵습니다.

 

규칙에 따라 돌아가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사회가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원칙에 최소한이나마 따라야 하고, 그렇게 하자면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교는 반드시 학생들을 평가할 기준을 만들어내어 학생들을 ‘분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학생이 기존 사회가 요구하는 원칙과 어느 정도 차이를 보이는지 ‘평가’하고 대비책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대안교육가들은, 적어도 교육개념과 관련하여, 사회 구조 자체에 회의를 품습니다. 달리 말해, 사회 구조 자체에 대한 회의가 아니고서는 기존 교육을 거부한다거나 한 발 더 나아가 ‘새로운 길’을 실천하는 대안교육을 시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안교육가들은 새로운 교육 개념에 따라 기존 사회가 요구하는 바와 별도로 자아실현을 넉넉히 해내면서도 기존 사회에 무리없이 참여할 능력을 갖춘 새로운 인물상을 꿈꾸는데, 이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우리가 길러내고자 하는 젊은이는 비판적 사고력과 탁월한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또한 해결하기 힘든 문제에 부딪히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일을 시작하고, 내면의 뚜렷한 방향감각에 따라 다른 사람의 기대가 아닌 자신의 관심과 목적에 따라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간다. 인생에 끌려다니지 않고 인생을 주도한다.” (111쪽)

 

지금껏 보셨다시피, 대안교육가들은 자유, 자아실현과 같은 개인적인 용어를 아주 많이 사용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공동체에 대한 개념 역시 매우 적극적이고 분명합니다. “좋은 학교는 공동체적이다. 수사적인 의미로서가 아닌 실존하는 공동체이다”고 말하는 저자는 대안 학교가 말하는 공동체 개념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공동체는 본질 자체가 포용적이다. 주어진 틀에 맞추지 못하거나 어떤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람을 배제하는 집단은 공동체가 아니라 파벌이다. 공동체는 획일적인 동질성을 강요하기보다는 구성원 개개인의 차이를 존중한다.” (24쪽)

 

첫 인용문에서도 보았듯이, 대안학교들이 키워내려는 인간상은 정해진 순서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적 생산품이 아니라 개개인마다 다른 특성과 재능을 그대로 살려 거침없는 상상력을 발휘하는 ‘산 사람’이었고, 이들이 모여 생기 넘치는 ‘살아 있는 사회’를 만들게 될 것이라는 꿈을 지닌 이들이 바로 대안교육가들이죠.

 

대안학교를 꿈꾸는 이들은 오늘도 여전히 살아있다는 게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아이들 스스로 그려보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늘 세상을 늘 궁금증 가득한 재밌고 신기한 세상으로 만들어갑니다.

 

이제 우리 문제로 돌아올 때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거쳐 온 학교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몸담고 있는 학교는 어떤 학습환경을 뿌리삼고 있을까요? 그리고 그 환경에서 자란 우리와 우리 아이들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요? 제 자신과 우리 사회에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기, 어찌 보면 우리가 처음부터 마주쳤어야 할 질문을 드립니다. 그 질문은 마치, 우리사회에 소속된 학교들은 어떤 환경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그 환경에서 자란 우리 아이들이 뛰어들게 될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를 설명해보라고 우리에게 묻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를 향한 질문이라면,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유기적 관계, 공동체, 민주주의, 유연성, 자유로운 선택, 신뢰, 책임감, 그리고 사랑에 뿌리내린 학습환경에서는 무엇을 수확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해 이 책에서 그리고 있는 학교의 졸업생들은 어떤 모습일까?” (110쪽)

덧붙이는 글 | <살아있는 학교 어떻게 만들까> 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 씀. 조응주 옮김. 서울: 민들레, 2005.
(원서명) How to grow a school: starting and sustaining schools that works 

14개에 달하는 대안학교를 직접 찾아가 대화를 담고 있는 2부는 1부 분량을 넘고도 남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에 집중하기 위해 이 기사에서는 현장사례를 담은 2부 내용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 책의 2부(살아있는 학교들이 걸어온 길)에서 다룬 14개 학교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마을학교Village School/ 2. 리버티 스쿨Liberty School/ 3. 제퍼슨 카운티 열린학교Jefferson County Open School/ 4. 매트로폴리탄 학습센터Metropolitan Learning Center/  5. 얼터너티브 커뮤니티 스쿨Alternative Community School/ 6. 메트스쿨Metropolitan Regional Career and Technical Center/ 7. 뉴올리언스 프리스쿨New Orleans Free School/ 8. 크로스로즈 스쿨Crossroads School/ 9. 아서 모건 스쿨Arthur Morgan School/ 10. 플레이 마운틴 플레이스Play Mountain Place/ 11. 이스트힐 농장학교East Hill Farm School/ 12. 클롱라라 스쿨과 홈스쿨링 프로그램Clonlara School/ 13. 패스파인더 센터Pathfinder Center/14. 커뮤니티 스쿨Community School


살아 있는 학교 어떻게 만들까 - 아이들도 선생님도 다니고 싶은

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 지음, 조응주 옮김, 민들레(2018)


태그:#교육, #학교, #대안학교,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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