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다. 경선 이후 당내에서 화합만 강조했지, 실제 선거를 내 일처럼 생각하고 뛰는 사람이 별로 없다." 대통합민주신당(이하 통합신당) 선거대책위 공보팀에 있는 한 실무자의 탄식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역 조직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흥이 안나기 때문"이라고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140명 의원님들 어디에 있는지..." 정동영 후보는 선대위를 구성하면서 상대 후보진영 인사들을 대부분 아우르는 '탕평책'을 통해 경선 후유증을 잠재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대선 패배주의'를 불식시키는 데에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특히 일부 소속 의원들은 "정동영으로 되겠느냐"며 정 후보의 경쟁력을 의심하는가 하면 아예 대선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내년 총선 준비에 몰두하는 분위기다. 한 의원은 원망섞인 목소리로 "140명이나 되는 국회의원들이 다 어디에 있는지 보이질 않는다. 후보 혼자 고전분투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겨냥해 사활을 건 검증 공세를 펼쳤지만, 공격수는 늘 특정 의원 몇명으로 한정돼 있었다. 게다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로 정국이 요동치며 정 후보의 지지율이 3위권까지 밀려나는 등 외부 여건마저 악화되고 있다. 정 후보는 일단 '반부패 연대' 등을 통해 개혁성을 부각시키며 전통 지지층 결집에 나서는 한편 당내 의원들을 다독여 선거판으로 끄집어 내야하는 과제까지 떠안게 됐다. 대선을 40여일 앞둔 6일 통합신당이 서울 올림픽공원 컨벤션센터에서 경선 후 처음으로 개최한 국회의원 및 중앙선대위 워크숍은 이런 위기감을 공유하면서 내부 전열을 정비하고, 전의를 다지기 위한 자리인 셈이다. 정동영 "우리가 똑똑하지 못해 부패세력 발호... 국민 앞에 석고대죄" 정동영 후보는 이날 워크숍에서 "패배주의를 떨쳐버리고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하자"며 소속 의원들을 독려했다. 정 후보는 우선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 선언으로 선거 42일을 앞두고 지형 자체가 변화했다"며 "여러가지 불확실한 요소가 등장했고, 불확실성은 위기를 수반하지만 그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운을 뗐다. "그 기회를 만들어내는 주체는 사람이다. 이 자리에 계신 중앙위원, 지도부, 의원들 모두 일관되게 살아오신 분들이다. 20대 청년부터 본인이 옳다고 믿는 가치와 어떻게 살겠다는 다짐을 늘 되새기면서 여기까지 오셨다. 정동영이는 많이 부족하고 모자란다. 그러나 저와 함께하는 여러분들은 너무 크고 존경스럽다. 함께 승리하는 것만이 제가 드리를 수 있는 보답이다. 사즉생, 죽을 각오로 승리를 쟁취할 것을 다짐하고 약속하고 싶다." 정 후보는 이어 오는 8일과 11일 각각 예정돼 있는 부산·광주 지역 선대위 발대식에 141명 국회의원과 중앙위원들이 전원 참여해 줄 것을 당부한 뒤, "그것이 간절함의 표현이고, 동지로서의 함께 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 후보는 또 올해 대선을 '부패 대 반부패' 구도로 명명한 뒤,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우리가 좀 더 똑똑하고 정동영이 잘했으면 10년 전에 퇴출되었던 부패세력이 다시 발호하는 역사의 역설을 막았을 것"이라며 "그 점에서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석고대죄하고 싶다. 반성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잘못했다. 그랬기 때문에 구세력이, 부패세력이 준동하고 국민 앞에 큰 소리 칠 수 있는 역설의 현실을 만들어내고 말았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 43일, 신발 끈 다시 매고 사즉생의 각오로 10년 전에 퇴출시켰던 부패세력을 12월 19일 우리 손으로 반드시 퇴출시켜야 하고 국민이 반드시 우리 손을 들어 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는 "향후 통합의 정부가 출범하면 141명 의원, 지도부, 중앙위원 모두의 정부"라며 "저는 정책, 인사, 정치 등 모든 것을 당과 하겠다"고 다짐했다. 소속 의원들에게 '내 선거처럼 열심히 해달라'는 우회적 표현인 셈이다. 특히 정 후보는 "매일 신문을 보면서 지지율에 일희일비한다. 저도 안타까운 심정"이라면서 "감히 부탁드린다. 141명의 의원 한 분, 한 분이 0.1%씩 지지율을 끌어 올려 모두 14%를 감당해주시고, 제 혼자 힘으로 20%를 감당하면 12월 19일에 승리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정 후보가 다시 "어떻게 0.1%씩 맡아주시겠습니까?"라고 묻자, 참석한 의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그는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현장에서 의원들의 적극적인 선거운동을 주문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의원 한 분, 한 분의 힘이 세다'고 했고, 지난 경선과정에서 그 영향력을 실감했다. 경선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선에서도 의원들의 힘은 막강하다고 생각한다. 김 전 대통령이 '141명 의원 모두 베낭을 메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라. 차별 없는 성장, 가족행복 시대를 주문처럼 외치면서 시장으로, 공장으로, 거리로 파고들면, 정동영은 싫더라도 당신 국회의원 얼굴을 봐서 찍어준다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라는 조언도 해줬다. 똑같이 부탁드리고 싶다." 정 후보는 "141명 의원들의 힘으로 이회창 후보와 이명박 후보를 누르고, 숫자만 원내 제1당이 아니라 지지율도 1등 하는 후보가 될 것을 다짐한다"며 "결국 (여러분의) 마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도 국민들 심장 고동치게 못해... 정동영의 열정 지지자 되자" 정동영 후보의 호소에 앞서 참석자들도 이 전 총재의 출마 등에 맞서 '부패 대 반부패', '과거 대 미래' 전선을 통한 부동층 흡수로 막판 '대역전 드라마'를 만들자고 한 목소리로 다짐했다. 특히 정 후보의 지지율 정체 현상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와 쓴소리도 터져나왔다.
이해찬 공동선대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이번 대선을 보며 우리 사회가 비(非)이성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명박 후보가 각종 불법과 비리로, 이 전 총재가 사실상 경선불복으로 각각 신뢰를 잃었는데도 국민 지지가 우리쪽으로 냉큼 오지 않는 사유를 깊이 성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번 선거는 97년, 2002년보다 어려운 선거"라며 "싫은 소리 좀 하겠다. 이렇게 해선 선거가 안된다"고 참석자들을 다그쳤다. "이게 의원총회인지, 워크숍인지... 최소한 워크숍을 하려면 플래카드, 유니폼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정동영 후보 중심으로 모두 일치된 입장을 갖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김근태 공동선대위원장도 "대선이 복잡하다. 정치가 희화화되고 있는데도 우리가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다는 점에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면서 "어떤 측면에서는 정치공학적으로 우리가 유리한 것 같기도 하지만 잘못 대응하면 암담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오충일 대표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평론가나 사상가가 아니라 현장에서 발로 뛰는 일꾼"이라며 "승리의 확신을 갖고 현장 속으로 뛰어가는 결단과 용기가 있다면 어떤 외부요인도 '플러스 알파'로 만들 수 있다.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그는 "솔직히 정 후보도 국민의 심장을 고동치게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모든 의원이 정동영의 열성 지지자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이 후보의 가면무도회가 끝나가고 있고, 판이 흔들리는 틈을 타 부패와 '차떼기' 원조세력이 출마를 선언한다고 한다"며 "비리 부패 후보가 1, 2위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정 후보의 가치에 대해 국민에게 충분히 알리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자성어린 평가를 내놨다. 하지만 이날 워크숍에 손학규 공동선대위원장이 불참했고, 참석한 의원들 숫자도 전체 140명 가운데 절반 수준인 70여명에 그쳐, 행사 내내 쏟아진 지도부의 우려를 실감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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