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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대선 출마를 결심하자 충청권 표심이 출렁이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이 전 총재가 출마 입장을 밝힌 6일 오후 대전지역 택시기사들을 만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만난 사람은 모두 45명. 취재는 이날 오후 5시부터 7시께까지 서대전 역부근과 세이백화점 앞에서 무작위로 진행했다.  

 

결론은? 45명 중 27명(60%)이 이 전 총재의 출마를 지지 또는 환영한다고 답했다. 이 중 8명은 스스로 이명박 후보에서 이 전 총재로 표심을 바꿨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투표를 하지 않으려다 이 전 총재의 출마소식에 투표를 결심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반면 반대 의견은 10명(22%)에 그쳤다. 나머지는 '관심 없다'(4명), '생각해 보지 않았다'(3명), '판단유보'(1명) 순이었다.

 

27명 "대쪽 같은 충청출신 이회창 지지"  

 

출마를 반기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대쪽' 이미지와 '충청권 출신'이라는 것. 나머지 하나는 이명박 후보의 '도덕적 흠결'을 꼽았다.

 

변모(58)씨는 "주요 공직을 두루 거쳐 능력이 확인됐고 성격도 대꼬챙이 아니냐"며 "참 잘 결정했다"고 반겼다. 그는 "솔직히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 논란으로 망설이다 경제가 좋지 않다고 해 할 수 없이 찍으려 했었다"며 "이제 거리낌없이 이회창 후보를 선택할 수 있어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김기주(54)씨는 "이회창 전 총재를 보고 '차떼기'라고 뭐라고 하는데 빈 손으로 선거할 수는 없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 전 총재가 출마하면 4식구 모두 다 찍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오모(56)씨는 "신념이 강하고 대쪽같은 사람으로 알고 있다"며 "'차떼기'했다고 뭐라고들 하지만 당선되면 충청도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모(43)씨는 "당선될 만한 충청권 후보가 없어 고심하던 차에 이 전 총재가 출마하기로 해 다행스럽다"며 "이제 판도가 확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태환(50)씨는 "이 전 총재가 제일 나은 것 같다"며 "사실 이명박 후보는 도덕적 신뢰성이 없어 보였다"고 평했다.  진규영씨(43·정림동)는 "이회창의 출마는 참 신선하다"며 "충청도 출신인데다 여기에 심대평 후보까지 가세하면 영향력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모(48)씨는 "이 전총재는 청렴해 지켜보다 지지할 의향이 있다"며 "이제껏 선거에 관심이 없었는데 이 전 총재의 출마입장에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류모씨(50)는 이명박 후보의 '경부운하' 공약을 흠결로 지적했다. 그는 "충주댐 수몰 이주민"이라며 "운하를 만들면 소규모 댐을 여러 개 만들어야 하고 이 때문에 인근 지역 주민들은 물안개 등으로 살기 어렵다"고 말했다. 류씨는 "한나라당은 지지하는데 운하 건설은 반대하는 입장이라 고심해 왔다"며 "이 전 총재의 출마로 고민이 확 달아났다"고 밝혔다.

 

10명 "약속위반... 왜 정권교체 어렵게 하나"

 

 

이 전 총재의 출마 반대 이유로는 '약속 위반'과 '정권교체를 어렵게 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또 두 이유는 같은 맥락으로 받아 들여졌다.

 

정만희(50)씨는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이는 불출마 약속을 어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권교체를 위해 나와서는 안된다"며 "개인적 욕망때문에 큰 일을 그르쳐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정세종씨(46·성남동)는 "두 번이나 나와서 떨어졌고 다시는 정치 안하겠다고 약속까지 했다"며 "약속을 어기는 사람은 대통령 자질이 없다"고 못박았다.

 

양태정(47)씨는 "경선도 안 거친 사람이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출마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정동영 후보 또는 문국현 후보를 지지한다며 '반대'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를 지지한다는 김홍원씨(63)는 "심 후보를 찍을 생각"이라며 "하지만 심 대표와 이 전 총재가 마음을 합친다면 둘 중 한 명을 찍을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김모(54·복수동)씨는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는데 경선에서 떨어져 누가 나오든 이제 관심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인제 "이회창 충청출신 아니다"... 심대평 '계산 잘못한 것 아냐?'

 

이에 대해 지역정책포럼 유재일 공동대표(대전대 정치언론홍보학과 교수)는 "이명박과 정동영 간 동서구도 성격이 있다보니 충청권이 배제됐다는 반발심리 때문에 이 전 총재에 대한 일정한 지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충청지역 표심이 정치적 지역주의에서 정책적 지역주의로 변화하고 있다"며 "일정한 지지세가 있겠지만 의미있는 호응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 회장은 이 전 총재의 출마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사의 희극이고 정당 정치를 붕괴시키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지구상의 대부분의 나라가 민주정치의 기본인 정당 정부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며 "정당을 통하지 않고 개인적 인기를 통해 정권을 잡을 경우 국가 운영준비 부족 등으로 책임정치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예산에 사는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 전 총재의 출생지는 황해도 서흥으로 이 곳 예산에는 선영이 있을 뿐"이라며 "어느 날 갑자기 대권을 잡기 위해 충청 출신으로 거론되는 데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선거에서도 이 후보의 충청권 지지율은 미약했다"며 "충청민들이 그를 충청도 사람으로 받아들일지 여전히 의문시 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민주당 이인제 후보도 " 이 전 총재는 충청도에서 태어나지도 성장하지도 정치를 한 일도 없다"며 "언론이 사실 확인없이 '충청도 고향론'을 제기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역으로 충청권을 기반으로 호남과 수도권을 연해 '서부벨트'를 구축하려던 민주당의 행보에 장애가 조성됐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뉴스" - "지지자들이여 깨어나라"

 

희색이 만연하던 국민중심당도 이 전 총재의 무소속 출마설이 나오자 다시 득실 따지기에 나섰다. 심대평 대표는 최근 이 전 총재의 국민중심당 후보 출마를 전제로 한  4자연대(심·이·박·고)를 제안했었다. 이는 이 전 총재가 중심당 후보로 출마하지 않을 경우 "과감하게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약속이 '곤란하다'는 셈법이기도 하다.

 

지역정책포럼 관계자는 "당초 독자 후보를 내 충청이익을 대변하겠다던 심 대표가 의사타진 한 번 하지 않고 넙죽 이회창 지지를 선언한 것은 정치적으로 현명하지 않은 처사"라며 "이제 이회창이 안 뜨면 중심당의 존립기반마저 위태롭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대전충남북 선대위원장 및 주요당직자, 당원들은 지난 5일 대전시당에 모여 "이 전 총재님의 예기치 않는 출마설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뉴스가 되고 있다"고 한탄했다.

 

반면 이날 '충청의 미래' 회원들은 서대전 시민공원에 모여  "이회창 전 총재를 지지하는 모든 분들은 잠에서 깨어나라, 일어나라, 행동하라"고 호소했다.

 

이 전 총재의 대선 출사표가 충청 바닥 표심은 물론 지역정가를 뒤흔들고 있다.


태그:#이회창, #택시기사, #충청출신, #이인제, #심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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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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