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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혈단신 단기필마'

 

세 번째 출사표를 던지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모습이 그렇다는 얘기다. 15년째 이 전 총재를 보좌하는 이흥주 특보의 표현이다. 5년 전 정계를 떠났던 이 전 총재에게 현재 측근이랄 수 있는 인물은 극소수라는 말이다.

 

'혈혈단신 단기필마'란 말 속엔, 이제는 이 전 총재에게 정치적 배경이 없다는 뜻도 담겨있다. 그럴 수밖에, 그는 자신이 만든 한나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대선 3수에 도전한다.

 

이를 반영하듯 이 전 총재는 7일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도 홀로 언론 앞에 섰다. "혈혈단신으로 국민 앞에 서시는 것이니 그 모습을 그대로 보여드리려 보좌진이나 지지자 없이 혼자서 회견에 임하기로 결정했다"(이 특보)는 설명이다.

 

4년 11개월 간 여의도를 떠났던 이 전 총재. 향후 꾸려질 캠프에 합류해 그를 돕게 될 이들은 누굴까.

 

 

[단암팀] 선대위 핵심... 이흥주 특보가 '좌장' 될 듯

 

선거대책위의 핵심은 '단암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단암'은 이 전 총재의 개인 사무실이 입주해있는 남대문로 '단암빌딩'의 이름이다. 장남 정연씨의 장인인 이봉서 전 상공부 장관이 주인이다. 한 측근에 따르면, 현재로선 캠프도 단암빌딩 내에 마련할 계획이다.

 

단암팀은 이흥주 특보, 지상욱 박사, 이채관 보좌관, 최형철 호원대 겸임교수(정치학) 등 네 사람이다. 이 전 총재는 출마선언 기자회견도 이들과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준비했다.

 

캠프가 꾸려진다면 이흥주 특보가 '좌장'을 맡으리란 관측이다. 이 특보는 이 전 총재가 93년 국무총리를 할 때 비서실장으로 인연을 맺었다. 대선 패배 이후에는 이 전 총재의 행정특보 역할을 수행했다. 전 언론특보였던 이종구씨가 최근 이명박 후보 선대위에 합류한 뒤엔 대언론 브리핑도 그의 몫이 됐다.

 

이채관 보좌관은 지난 2002년 대선 때 후보 경호를 맡았던 경호 전문가다. 그간 이 전 총재를 지근거리에서 수행해왔다. 지난 2일 이 전 총재가 홀연 지방행을 할 때도 그가 따라 나섰다. 향후 선대위에서도 이 특보를 도와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세대 국제대학원 연구교수인 지상욱 박사도 측근 중의 측근이다. 이 전 총재가 지난 대선에서 패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연수를 할 때부터 보좌했다. 이 전 총재가 칩거 전 서빙고동 자택에 머물며 숙고를 할 때도 하루에 한번씩 이 전 총재를 찾았다. 올해 초에는 판도라TV를 방문해 이 전 총재의 개인 동영상 UCC를 올릴 채널 개설과 관련 콘텐츠의 제작 방법에 대해 자문하는 등 뉴미디어와 관련한 업무를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선대위의 윤곽은 빠르면 주말께 드러날 전망이다. 이채관 보좌관은 기자들과 만나 "일주일 정도는 시간을 두고 봐야 (확정)하지 않겠느냐"며 "빠르면 주말쯤, 또는 내주 정도에 윤곽이 드러날 것 같다"고 말했다.

 

[올드보이] 과거 선대위+'프레시'한 사람

 

과거 선대위에서 이 전 총재를 도왔던 이들도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이 전 총재로선 이들 '올드보이'가 든든한 우군이다. 이흥주 특보도 그간 "솔직히 주변 조직은 준비가 안됐다"면서도 "과거 두 번의 대선에서 이 전 총재를 도왔던 인재들이 많다"고 말해왔다.

 

측근들에 따르면, 실제 출마설이 나돌 때부터 "다시 돕겠다"는 연락이 계속 오고 있다. 이 전 총재의 사무실에도 과거 선대위 멤버들이 다시 모습을 보인다. 박신일 전 외신특보, 신덕현 전 감사원 비서실장이 그렇다. 또 중국에 체류하던 구범회 전 언론특보도 이 전 총재의 출마설을 접하고 자진 귀국했다고 한다.

 

경호팀은 지난 대선에서 경호단장을 맡았던 예비역 헌병대령 출신 유외수씨가 맡을 가능성이 높다. 유씨는 대선 뒤 사업을 해왔지만 최근 합류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밖에도 당시 경호팀에서 활동했던 이들 대부분이 다시 기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의외의 인물도 기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 특보는 "과거에 (이 전 총재를) 도왔던 이들이 아닌 아주 '프레시'(참신한) 사람, 새롭게 참여하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대선을) 준비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인] 강삼재·백승홍·서상목 거론... '함덕회'도 관심

 

정치인 중에서는 강삼재 전 신한국당 사무총장, 백승홍·서상목·정인봉 전 의원이 입길에 오르내린다. 이 중 서 전 의원은 이른바 '스페어(예비) 후보론'을 주장하며 이 전 총재의 출마설에 불을 지폈다.

 

강 전 총장도 꾸준히 거론되는 인물. 지난 달 23일에도 이 전 총재를 만났다. 이 전 총재가 출마 결심을 전하면서 도움을 청했으리란 추측이 나돌았다. 지난 해 7․26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떨어진 바 있어, 정계 복귀 의사가 있는 만큼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에 힘을 보탤 가능성이 높다.

 

백승홍 전 의원은 사실상 이 전 총재의 지역 지지조직을 이끌고 있다. 현재 회원 5000여명의 '대구발전연구회' 이사장이자 이 전 총재의 팬클럽인 '창사랑'의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경선 기간 박근혜 캠프에서 일했던 정인봉 전 의원도 이 전 총재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이른바 'BBK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척돼 이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할 경우, 이 전 총재가 (보수 단일의) 후보가 되는 게 맞다고 본다"며 "아직은 당에 남아 추이를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함덕회의 행보도 관심거리다. 함덕회는 2002년 대선 때 선대위 핵심 의원 10여명이 대선 패배 이후 만든 친목 모임이다. 이 전 총재와 가까웠던 하순봉·최돈웅·양정규·정창화·김종하·김기배·유흥수·목요상 전 의원 등이 구성원이다. 이 전 총재는 함덕회 회원들과는 계속 만나왔다는 게 한 측근의 귀띔이다. 함덕회는 이번 주 모임을 열고 지지 여부를 논의해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에선] "참여 의원 '0'"...예비자원은 '무진장'?

 

한나라당 의원 중 당장 이 전 총재를 따라 나설 이는 없다고 봐야한다. 하지만 이 전 총재로선 무엇보다 현역 국회의원의 도움이 절실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박근혜 전 대표가 지지를 표명한다면 '천군만마'를 얻는 셈이다. 이 전 총재가 출마선언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키로 한 것도 박 전 대표를 고려해서가 아니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측근들은 고개를 젓는다. "경선 결과에 깨끗이 승복했고 원칙을 중요시 하는 박 전 대표가 이 전 총재와 손잡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는 예비자원으로 눈을 돌리면 상황이 달라진다.

 

특히 이명박 체제에서는 한나라당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한 정치인들은 내년 총선을 겨냥해 이회창측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이 전 총재를 따라 나설 금배지는 없지만 금배지 후보는 '무진장'하다는 얘기다.

 

[정당] 국중당·참주인연합과 연대 가능성

 

정당 중에서는 국민중심당·참주인연합과의 연대 여부가 주목된다. 심대평 국중당 후보, 정근모 참주인연합 후보는 이미 이 전 총재에게 공개적으로 연대 제의를 한 바 있다. 선진한국당도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총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편 신국환 민주당 의원(경북 문경·예천)은 이 전 총재가 출마선언을 앞둔 이날 오전 민주당을 탈당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도 참여했던 신 의원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민주당이 선택한 대선후보에 의해 시대가 요구하는 중도개혁주의 새정치를 구현하는 것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탈당 배경을 밝혔지만 사실상의 경선불복이어서 그 진의에 관심이 쏠렸다.

 

이흥주 특보는 "이 전 총재와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폭넓게 연대를 해야 (더 큰)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지만, (구체적인 연대 여부는) 선언 이후에 검토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회창#이회창캠프#단암팀#이회창선대위#이회창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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