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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명의 캐나다 친구와 여수반도에 인접한 돌산도 일주 여행에 나섰다. 섬은 면적 69.7㎢로 우리나라에서 7번째로 큰 섬이며 1984년 12월 15일에 준공된 돌산대교를 통해 여수반도와 이어져 있다.

 

섬에는 돌산공원, 무술목전적지, 전라남도수산종합관, 방죽포 해수욕장, 향일암, 은적암 등의 명승지와 유적지가 있으며, 섬 전체를 둘러볼 수 있는 해안 일주도로가 잘 포장되어 있다. 관광철인 요즘에는 전국에서 온 여행객들로 붐빈다. 시간이 없는 사람은 자동차를 타고 천천히 한 바퀴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해지는 여행지이다.

 

굴양식과 돌산갓김치가 유명하고 향일암 방향으로 접어들면 툭 터진 맑은 바다와 절경에 매료될 뿐만 아니라, 고려와 조선조에 왜구와 대적한 최전선 지역으로 임진왜란 당시 유적들이 많다.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 중 하나로 꼽히는 캐나다 밴쿠버가 고향인 샤나(Shawna)는 한국에 온 지 3년째로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친다. 샤나의 고등학교 동기동창인 댄(Dan)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게임 프로그래머로 근무하다 휴직하고 6주 동안 유럽여행을 마친 후 한국에 왔다. 

 

샤나는 한국말도 제법 알아듣고 3년째 여수에 머물러 여수 경치나 물정을 알고 있지만 여수가 갖는 역사적 의미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한편 댄은 컴퓨터 전문가일 뿐만 아니라 환경과 관련 있는 비정부기구(NGO)에 속해 있다.

 

 

 

비록 그들이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출신이지만 인디언이 아니면 캐나다에 실제 거주한 역사는 짧다. 그들과 함께 환경에 대해 토론하고 우리의 역사를 보여주고 싶어서 일부러 역사와 관광을 겸할 수 있는 현장으로 안내했다.

 

해를 향한 암자라는 뜻의 향일암은 기암절벽 위에 동백나무와 아열대 식물의 숲속에 위치하고 있으며 남해 수평선의 일출 광경이 특히 장관을 이루어 숙종 41년 (1715년) 인묵대사가 향일암이라 명명하였다.

또한 주위의 바위들이 거북등처럼 되어있어 영구암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평일도 물론이지만 특히 매년 12월31일~1월1일에는 향일암 일출제가 열려 전국각지에서 관광객들이 이 곳 해맞이 명소에 몰려든다.

 

 

 

 


“샤나, 왜 여수시를 상징하는 마스코트가 거북이인 줄 알아요?”
“네, 알아요. 향일암 인근 바위 곳곳에 거북등 형상의 모습을 한 바위들이 많이 있잖아요?”
“그리고는?”

 

더는 모르는 눈치다.

 

여수에는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과, 향일암의 영구암, 거북공원, 사도의 거북바위 등의 거북이와 관련된 명칭이 많다. 여기에다 ‘장수한다’는 의미로 마스코트로 정했다.   

 

원효대사가 참선을 했던 곳을 설명했다.

 

 “이곳에서 스님이 기도를 했는데  무슨 장소인 줄 알아요?”

 “예, 참선했던 곳이에요.”

 

샤나는 알아듣지만 불교 전통을 모르는 댄은 어두컴컴한 굴속에서 참선을 하며 마음을 수양했다는 말에 신기한 눈초리다.

 

향일암을 내려와 1998년 12월 향일암 앞바다에 침투하다 국군에 발각돼 격침돼 인양된 북한군 반잠수정 전시관을 들렀다. 10여m에 달하는 잠수정의 옆구리가 포탄에 맞아 부서져 있는 모습을 보고 흥미 있어 한다.

 

 

 

 

“샤나, 한국에 입국하기 전에 남북한이 대치하는 상황에 대해 염려되지는 않았어요? '미인들의 수다'란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캐나다 출신 루베이다는 한국으로 출발하기 전 북한 때문에 부모가 말렸다는데…”. 

“아니요, 주위 가족들은 걱정했지만 저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어요.”

 

돌산읍 평사리 무술목 전적지가 내려다 보이는 달암산성에 올랐다. 8부 능선에는 태평양전쟁시 일본군이 암벽을 파고 해안포대를 설치한 동굴이 있다. 약 10m 간격으로 입구가 연결된 반원형의 동굴에는 직격탄이 들어와도 숨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현 위치는 여수 앞바다로 접근하는 거의 모든 선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위치이며 암벽에 굴을 팠기 때문에 천혜의 요새가 된다. 고개를 숙이고 굴속을 한 바퀴 둘러본 댄은 열심히 셔터를 누른다. 댄은 수평선을 바라보며 “여기서 일본이 가깝냐?”고 묻는다.  

 

힘들어 하며 산을 오르던 샤냐가 말한다.


“한국에는 나이든 사람들이 등산을 좋아하지만 캐나다는 모든 연령층이 좋아해요.”
“가끔 샤나 혼자 학교 뒷산을 오르는 모습을 봤는데 두렵지 않았어요?”
“아니요, 전혀 겁나지 않았어요.”
“대개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마음씨가 좋고 자연이나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사람들이에요.” 

 

달암산성은 대미산(359m)정상에 원형으로 쌓은 석성이다. 이 성은 동서, 북문은 있으나 남문이 없는 것이 특징이며, 세워진 시기는 정확하지 않으나 발견되는 토기와 축성법으로 미루어서 백제시대에 쌓여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성이 언제 세워졌죠?”
“백제시대, 약 7세기 이전에.”

깜짝 놀라는 눈치다. 그도 그럴 것이 캐나다 건국 시기가 18세기니 아마 감이 잘 오지 않을 것이다.

 

동문으로부터 약 50m지점에는 지금도 우물이 남아 있고, 성에서 남쪽으로 150m정도 가면 봉수대가 있다. 이 봉수는 남해 소흘산, 순천부 성황당, 광양현 건대산을 잇는 진례 봉수와 연결하는 간봉 역할을 하며, 직봉은 남산까지 연결하는 직통라인에 해당하는 봉수를 말한다.

 

 


 
봉수대에 올라 봉수대의 쓰임에 대해 설명했다.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불로 변방의 위급 상황을 중앙과 각 지방의 군진에 알리는 비상통신수단이다. 평상시는 아무일도 없다는 뜻으로 1홰를 올리지만, 적이 나타나면 2홰, 경계에 접근하면 3홰, 경계를 침범하면 4홰, 접전하면 5홰를 올려 12시간 이내에 남산 봉수대에 도착하도록 하는 게 원칙이라는 말에 깜짝 놀란다.

 

“그럼 이 봉수대는 서울까지 가느냐?”
“아니 이건 직봉이 아니고 간봉이기 때문에 인근의 직봉과 간봉라인으로 신호를 보낸다. 그리고 돌산에서 남산까지 도달하는 라인은 서해를 따라 연결된다”
“야! 대단하다!"  
“일종의 핫라인(Hot Line)이야”

 

그들은 오늘 여행을 통해 한국과 여수의 역사를 좀 더 깊이 알게 됐단다. 한 나라의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 나라 속으로 한발 들어감을 의미한다. 

덧붙이는 글 | SBS와 남해안신문 및 뉴스365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역사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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