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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섭이와 환희가 싸웠어요.”
“말려도 듣지 않았어요.”

 

회의를 마치고 교실에 들어오니, 웅성거리고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들의 호기심은 상상을 초월한다. 작은 일에도 호들갑을 떨면서 참견을 한다. 뭔가 하고 싶은 욕구를 제어하기 어려운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마음에 친구들끼리의 싸움은 좋은 호재가 아닐 수 없었다. 제자리에 앉도록 하고 싸운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준섭이는 5분단의 맨 앞자리이고 환희는 바로 그 뒷자리이다. 눈에서는 눈물 자국이 분명하다. 준섭이의 얼굴도, 환희의 얼굴도 마찬가지다. 눈물이 맺혀 있는 어린이들의 얼굴을 바라보니,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예민한 감수성을 주체하지 못하고 감정을 참지 못하고 부딪힌 것이다. 눈물이 진주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감정이 앞서 있는 상태에서는 진정할 수 있는 여유를 주어야 한다. 곧바로 왜 싸웠느냐고 윽박지르게 되면 상태는 더욱더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어린이들이 진정되기를 기다리는 것인 최상책이었다. 먼저 학습을 실시하였다. 마음은 싸운 어린이들에게 향하고 있었다. 진정이 어느 정도 되었는지 관찰하고 있었다.

 

호박과 사과 중 어느 것을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대부분 사과를 좋아한다고 답한다. 그러나 이는 고정관념이다. 사과가 더 좋다는 근거는 없다. 그냥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이다. 고정관념인 것이다. 크기부터 보자. 호박이 사과보다 훨씬 더 크다. 영양가를 따져도 호박이 사과보다 더욱 우월하다. 그럼에도 사과를 더 선호한다.

 

아이들을 대할 때 호박과 사과 중에서 사과를 선호하는 것처럼 대하게 되면 문제는 심각하다. 교육에서 가장 나쁜 것이 편애다. 편애는 바른 인성을 기르는데 최대의 적이다. 선생님이 편애를 하지 않았어도 어린이 스스로 편애한다고 믿으면 편애인 것이다. 똑같은 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어린이 모두를 사랑하고 있음을 어린이들이 믿어야 한다.

 

어린이 스스로 충분히 소명할 기회를 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울음이 진정되고 나니, 감정이 추슬러졌다. 왜 싸웠느냐고 물으니, 이유가 있었다. 준섭이가 먼저 밀었기 때문이라고 환희는 주장하고 있었고, 준섭이는 환희가 먼저 놀렸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둘의 말을 들으니, 어렵지 않게 전후 사정을 알 수 있었다.

 

상대방이 잘못한 점이 무엇인지를 말하게 하고,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였는지를 정리하게 하였다. 준섭이도 환희도 싸운 것이 나쁜 것이라는 것에는 일치를 하고 있었다. 문제는 쉽게 해결이 되었다. 서로 잘못을 인정하고 화해를 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였다. 고사리 같은 손을 내밀면서 악수를 하는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빨갛게 익은 감을 보게 되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가을이 깊어간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의 얼굴은 빨갛게 익은 감을 닮아있다.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싸우는 그 순간도 지나고 나면 노다지와 같은 추억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린이들이 더욱 예쁘게 보이기만 한다.

 

사랑스러운 어린이들을 위하여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어린이들이 더 열심히 파고들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하겠다.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어린이로 안내해야 하겠고 어린이 스스로 사랑할 수 있도록 하여야겠다. 깊어가는 가을에 준섭이와 환희의 다툼을 통해 어린이들을 더욱더 사랑하게 되었다. 아! 아름다운 가을이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내장사에서 촬영


태그:#사랑, #어린이, #고정관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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