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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아모의집’의 정체가 뭐냐, 도대체 뭐하는 곳이냐”라고 물어오는 사람들에게 속 시원하게 대답을 못해주는 것은 우리 ‘더아모의집’의 분명치 않은 정체성 때문일 게다.

 

 

그래서 오죽하면 "‘더아모의집’에 대한 이해와 오해"라는 기사를 <오마이뉴스>에 썼겠는가. 그 글에는 ‘더아모의집’이 시설도 아니고 봉사센터도 아니고 교회도 아니고 등등 무엇이 아니라는 이야기만 잔뜩 써놓았다. 텔레비전의 한 개그 프로에서 유행하는 말인 이것 같기도 하고 저것 같기도 한 ‘같기도’가 우리의 정체성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네이버 측과 이야기해서 나름대로 정리한 우리가 하는 일은 이렇다. 여러분도 네이버 검색창에 ‘더아모의집’이라는 글귀를 치면 다음과 같은 소개 문구가 나올 것이다.

 

‘더아모의집 - 경기 안성 금광면 위치, 나눔문화 네트워킹, 청소년 쉼터, 종교, 가정문제 상담 안내’

 

여기에서 ‘나눔문화 네트워킹’이라고 하니까 ‘뭔가 거창한 사업으로 연대하는 곳인가 보다’라고 착각할 수 있겠지만, 그건 아니다. 그래서 우리의 정체가 ‘같기도’인 것이다.

 

우리가 나누는 것은 빵 몇 봉지, 각종 채소 몇 개, 밀가루 몇 봉지 등 생활에서 늘 부딪치는 사소한 것들이다. 때론 차량이 필요할 때 차량으로 나누고, 상담이 필요할 때 상담으로 나누고, 인력이 필요할 때 인력으로 나누는 것이다. 그렇다고 조직적으로 이런 일들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일상생활에서 한다.

 

우리가 ‘더아모의집’을 하다 보니 안성푸드뱅크에서 빵, 팝콘, 두부 등의 음식물을준다. 그러면 우리는 두세 개 씩 우리와 연결되어 있는 이웃에게 나눠준다. 그러면 그 이웃들도 채소, 과일, 과자 등을 ‘더아모의집’에 보낸다. 정해져 있는 날짜도 품목도 방식도 전혀 없다. 자신에게 줄 게 없으면 주지 않고 받기만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때로는 나들이도 함께 간다. 다들 가난해서 한국 땅에서도 못 가본 곳이 많은 사람들이며 학생들이기 때문에 나들이를 함께 간다. 나들이 계획은 우리 ‘더아모’가 세우고 차량과 음식도 ‘더아모’가 제공한다. 그들도 재량껏 음식을 준비한다. 물론 학생들이야 맨 몸으로 참여하는 것이지만 말이다.

 

우리 ‘더아모의집’은 안성 금광면이지만, 주로 안성 일죽면, 양성면, 고삼면, 안성 시내 등 에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서로 나누는 가정의 숫자도 그리 많지 않다. 가정으로 말하면 7~8 가정이 다다.

 

각자 떨어져 있지만, 옛 우리 조상들의 공동체 정신을 살려나가고 있다. 어쩌면 친형제들보다도 더 두텁게 서로의 생활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그런 나눔의 중심에 우리 ‘더아모의집’이 있다. ‘더아모의집’이란 내가 붙인 이름이지 마을아이들이나 우리와 함께 나누는 사람들은 ‘하나(딸아이의 이름)네 집’이라고 한다. 간판이나 사무실이나 조직도 전혀 없다. 본인이 사는 시골 흙집의 컴퓨터가 있는 조그만 방을 사무실이라고 굳이 이름 붙인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조직이라고 해봐야 목사인 내가 대표이고, 아내와 아이들이 조력자인 셈이다. 이러다보니 본인의 자녀들에겐 저절로 교육이 된다. 나눔의 교육, 더불어 사는 교육 등이다.

 

우리 ‘더아모의집’은 종종 잔치 분위기다. 마을에 있는 아이들이 거의 매일 놀러 오기도 하고, 멀리 일죽에 있는 아이들도 놀러 온다. 그런데다가 한번씩 나들이를 계획해서 놀러 가면 일죽의 어른들과 아이들, 금광면(현재 ‘더아모의집’이 있는 곳) 아이들과도 만난다.

 

 이렇듯 작지만, 아주 내실 있는 ‘나눔 문화 네트워킹’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주 유기적이고 끈끈한 생명체 같은 나눔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느 누구에게도 부담이 없고 즐거움만 있는 나눔인 게다.

 

  이런 나눔의 문화는 누구나 조금만 마음을 열면 일상에서 실현할 수 있는 일이라 적극 추천하고 싶다. 거창한 일부터 시작하지 말고 참으로 사소한 것부터 주위 사람들과 시작하면 될 일이다. 조직적으로 하려 하지 말고 공동체 정신만 살려서 한다면 아주 쉬운 일이다.

 

 사실 우리가 자꾸 불우한 이웃을 돕는 것만이 좋은 일이라는 선입견(?)에 사로 잡혀 있기에 나누는 일로부터 더욱 멀어질지도 모른다. 시간과 물질과 노력을 투자해서 큰맘 먹어야 할 수 있는 일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의 더불어 사는 세상은 요원한 것이다.

 

 

  “여보, 나눌 수 있는 게 있어 좋다. 그치?”

 

 안성 일죽의 한 가정을 지나가다가 빵 몇 봉지를 나누려고 차를 세우는 중에 아내가 내게 들려준 말처럼 사소한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세상에 나눌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덧붙이는 글 | ‘더아모(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모임)의 집은 경기 안성 금광면 장죽리 시골 마을에 자리 잡고 있다. 홈페이지는 http://cafe.daum.net/duamo 이며, 본인은 이곳의 목사이다. 


태그:#더아모의집, #송상호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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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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