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독립기념관 제3관(일제침략관)에는 일본이 '征け少年兵'(유케쇼낸해이: '소년병이여 적을 무찌르러 가자!')라는 간판을 걸어놓고 소년들을 강제로 군대에 입대시키고 전쟁터로 몰아넣는 장면들을 여러 가지 조형물로 만들어 전시해놓았다.
독립기념관은 우리 국민은 물론 전세계의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서 일본이 침략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소년들까지도 전쟁터로 몰아넣는 비인간적 만행을 만천하에 알려 규탄하고 여차한 야만적 행위를 다시는 범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본다.
왜 한국전쟁 참전 소년병의 진실을 은폐하려는가?
특히 아동은 인류사회의 미래요, 희망으로 국가는 이들을 우선적으로 보호하고 바르고 건전하게 성장 발육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어떠한 경우라도 '일본의 소년병'처럼 전쟁터로 몰아넣어서는 결코 안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군군주의 국가도 아닌 민주법치국가로서 6·25전쟁 당시 법적 근거도 없이 2만5000명의 아동(14~17세)들에게 군번, 계급을 주고 입대시켜 전쟁터로 몰아넣었다.
그 중 2500명이 전사(확인된 인원)를 했는데도 국방전사에는 단 한줄의 기록도 없이 철저하게 은폐하고 '소년병'이라는 이름조차 말살해버렸다.
더욱 가관인 것은 6·25 참전 소년병은 대한민국 정부가 임명한 정규군으로서 3년 전쟁을 치렀는데도 정부는 법률(참전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로서 군인이라는 신분마저 부정(박탈)해 버렸는데 세상천지에 이보다 더 잔인하고 비정한 국가가 어디에 또 있단 말인가?
심지어 인권의 사각지대요, 독재국가라고 불리우는 북한에서도 같은 시기에 같은 지역에서 총부리를 마주하고 싸운 '인민군 소년병'들은 혁명유공자로까지 격상시켜 예우를 하고 있다.
그런데 민주법치국가가 불법으로 아동을 군인으로 만들어 전선에 몰아넣고서도 이들의 희생과 공헌에 대한 치하는 고사하고 일언반구의 사과도 없이 사실을 은폐하고 부정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나?
법적으로 병역의무가 없는 아이들이 건방지게 나이를 속여 입대를 했으니 군인 신분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당시 작전지휘권이 UN군사령관에게 넘어 갔으니(1950년 7월 12일) 그 책임은 UN이나 미국 정부에 있다는 것인지,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반세기도 더 지난 과거사니까 덮어두자는 것인지….
물론 인권과 자유와 민주를 최고의 가치로 주창하는 대한민국이 일본의 소년병이나 종군위안부에 버금가는 아동학대와 인권을 유린했으니 이러한 사실이 국제사회에 알려졌을 때 국가의 체면과 위상에 엄청난 흠집과 불명예가 따를 것이다.
그러나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은폐하고 부정한다고 해서 결코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처음에 호미로 능히 막을 수 있는 것을 시간이 지날수록 가래로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왜 모르며 그 책임은 누가 감당할 것인가?
15, 16세 아동들이 건강한 청장년 군인도 힘겨운 24kg의 무기와 장비를 짊어지고 험준한 고지를 수없이 오르내리면서 또 죽고 죽이는 살육의 현장에서 3년 전쟁을 치렀다는 것을 한번 상상해보라. 과연 이들의 육체와 정신이 정상적으로 성장 발육할 수가 있었겠나? 또 연약한 아동 병사들이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며 겪었던 지옥과 같은 고통을 생각해보라.
소년병과 대한민국 정부의 두 얼굴일본이 소년병을 만들어 전쟁터로 몰아넣은 만행은 철저하게 파헤쳐 공개하고 규탄할 줄 알면서 우리 정부가 저지른 소년병 참전의 불법행위는 왜 보지도 않고 외면해 버리는가? 북한의 소년병은 혁명유공자로까지 예우를 해주는데 우리나라 소년병은 군인 신분마저 법률로 박탈해버렸다. 이러고서도 국방의무가 신성하다느니 국민의 3대의무라느니 하면서 군입대를 종용할 수 있단 말인가?
정부가 일본의 소년병 참전 실상을 독립기념관에 공개 전시한 것을 소년병을 입대시켜서도 안되고 더구나 전쟁터로 몰아넣는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야만적 범죄행위로 평가하고 정의를 내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잘잘못을 잘 아는 우리 정부가 6·25 참전 소년병 문제를 묵살해 버리고자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는지. 왜 다 같은 소년병 문제에 두 얼굴을 가지고 보는지. 더 이상 국제사회에 부정적인 면으로 확산되기 이전에 명예롭게 처리해주길 간곡히 촉구한다.
덧붙이는 글 | 박태승 기자는 6·25 참전 소년지원병 전우회 회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