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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법안 제정은 성적 지향에 상관없이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최소한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그나마도 축소해버리면 법무부가 차별을 조장하고 방치하는 것이다." (루인 '성전환자인권연대 지렁이' 활동가)

 

"한국은 인권 대통령을 가졌지만 아직도 인권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모두가 인권을 이야기하지만 일하는 현장에서의 인권 탄압은 굉장히 많다. 차별 없이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살 수 있는 법을 한국 정부는 언제 만들 것이냐." (마숨 서울경기이주노동자노조  사무처장)

 

차별금지법을 누구보다도 원하는 사회 각계 인사들이 해당 법안을 향한 비난을 쏟아냈다.

 

'차별금지법 대응 및 성소수자 차별·혐오 저지를 위한 긴급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7개 조항이 삭제된 법무부의 차별금지법안은 차별을 조장하는 법안"이라며 전면 거부 의사를 밝혔다.

 

동성애·학력·출신국가·가족형태는 '차별금지법' 보호 못받아

 

지난달 2일 입법예고된 차별금지법은 애초 성별·나이·장애 등의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무부는 법안을 내놓으면서 10월 22일까지 여론을 듣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일부 기독교계는 동성애에 대해 "윤리·도덕적으로 올바르지 않다"면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결국 법무부는 ▲성적 지향 ▲학력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병력 ▲출신국가 ▲언어 ▲범죄 및 보호처분 전력 등 7개 조항을 삭제키로 밝혔다. 이에 성 소수자·외국인 노동자 등이 반발하고 나선 것.

 

법무부 안에 대한 이들의 시선은 애초부터 곱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금지법에 대해 권고한 내용 중 시정명령권과 차별시정 이행 강제금 관련 규정이 빠져 있었기 때문. 그런데다가 7개 조항마저 빠진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인권운동사랑방 등 86개 단체가 모여 공동행동을 조직하고 삭제된 7가지 조항을 복원할 것을 법무부와 법제처에 촉구했다.

 

공동행동은 "법무부가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심각하게 차별받고 있는 사람들의 인권을 포기하려고 한다"며 "일부 보수 기독교계의 동성애 혐오증과 인간을 상품으로만 보는 재계의 경제 제일주의, 그리고 인권을 장식품으로만 아는 법무부의 합작품"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인권 선진국'이라고 자칭했던 정부가 지금도 그렇게 말할 염치가 있는 것이냐"며 "사회적 편견과 경제 제일주의에 의해 침해되는 권리라면 그것을 인권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동성애 조항에 대해서는 "차별금지 대상에 성적 지향이 포함되면 '동성애가 확산될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성 소수자들에 대한 마녀사냥을 즉각 중단하라"고 일부 기독교계를 겨냥했다.

 

학력·출신국가 조항에 대해서도 "노동력을 마음대로 착취하려는 재계의 경제제일주의 때문에 국적이 다른 이주 노동자나 대졸이 아닌 노동자가 차별받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법무부가 차별금지 사유를 대폭 줄인 것은 인권이 경제보다 하위라는 선언"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11조를 수정해야 할 것 같다"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단 사회적 편견이 있거나 경제가 어려울 때는 예외로 한다'고 해야 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인권 변호사'노무현 대통령, 차별금지 공약은 어디로"

 

이날 기자회견에는 차별금지 조항 축소에 반대하는 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참석했다.

 

어라 '언니네트워크' 사무국장은 "가족의 의미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비혼모의 시민권을 인정하지 않더니 차별금지법까지 이들을 보호하지 않고 있다"며 "사회 소수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차별금지법이 복원될 수 있도록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하재근 '학벌없는 사회' 사무총장은 "허위 학력 파문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은 학력에 의한 차별이 가장 심한 국가"라며 "지방대나 전문대 출신·고졸 등의 시민권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후보)은 우리를 방문해서 '반드시 학력 차별을 바꿔놓겠다'며 차별금지법 입안에 의욕을 보였다"며 "하지만 임기 말이 되자 일언반구 언급도 없이 학력 조항을 삭제했다"고 비난했다.

 

한편 기자회견 현장에서 50여m 떨어진 곳에서 '동성애허용반대국민연합' 관계자가 1인시위를 벌이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가정·사회·경제 파괴하는 동성애를 옹호하는 민주노동당 절대 반대" "며느리가 남자라니 웬말이냐"고 적힌 피켓을 몸을 걸치고 정부종합청사 정문 앞에 서 있었다. 자신을 "동성애허용반대국민연합' 소속이라고 밝혔지만,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차별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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