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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8일 재향군인회 초청 강연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신천동 향군회관에 들어서고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8일 재향군인회 초청 강연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신천동 향군회관에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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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보수층 끌어안기에 발벗고 나섰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무소속 대선 출마를 의식한 행보다.

이 전 총재는 출마 선언 이전부터 20%대의 지지율을 얻고 있으며, 특히 보수층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 진영의 분열로 ‘이명박 대세론’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가 이 전 총재의 출마를 '위기'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보수층을 놓고 이 전 총재와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시작된 것으로 보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이명박 후보의 대북정책이 ‘강경노선’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명박 "이회창 출마는 내 탓... 정권교체 함께 하길"

이명박 후보는 8일 보수 성향의 재향군인회가 주최하는 대선후보 초청 강연에 참석, 본인의 대북정책과 한미동맹 등에 대한 입장을 피력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며칠 전부터 잡힌 일정이었지만, 이 전 총재 출마로 인해 여느 일정과 사뭇 다른 분위기 속에서 결연함까지 엿보였다.

지난 7일 이 전 총재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국가정체성에 대한 뚜렷한 신념과 철학에 대해 한나라당과 후보의 태도는 매우 불분명하고, 북한의 핵실험으로 실패로 판명 난 햇볕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이명박) 후보의 대북관도 애매모호하다"며 "이것이 바로 제가 출마를 결심하게 된 근본 이유"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본 강연에 앞서 "요즘 저희 당이 국민들에게 많은 걱정을 끼쳐 드리고 이회창 전 총재가 탈당하는 사태가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이 저의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정권교체라는 역사적 과업 앞에서 저희는 뜻을 함께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가 종국에는 후보를 사퇴하고 한나라당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암시함으로써 보수층의 이탈을 막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이어 "오직 '조국을 수호하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국가를 위해 몸바쳐 싸운 여러분을 직접 만나 뵙게 되어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참전용사들과 재향군인들이 보여준 뜨거운 애국심과 열정이 없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결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 후보는 또 "제가 서울시장 재직시절, 8.15 광복절을 맞아 시 청사를 온통 태극기로 감쌌던 것은 대한민국 정체성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며 "정치발전과 경제성장도 더없이 소중합니다만 안보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정부가 보여준 대북정책은 실망의 한계를 넘어섰고, 북한 핵개발을 사전에 막지 못했을 뿐 아니라 북한이 핵실험까지 하는데도 속수무책이었다"며 "북한 핵문제의 완전한 해결 없이는 남북관계가 정상화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난 10년간 원칙 없이 유화적으로만 흐른 햇볕정책으로 인해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이 증폭되고 한미동맹이 이완됐다"며 "잘못된 대북정책으로 인해 국민의 세금이 아무런 성과없이 낭비됐고, 북한의 인권 문제도 외면했다"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이 후보는 자신이 전략적 대북정책의 일환으로 내세운 '비핵.개방 3000' 구상에 대해 "원칙없이 북의 요구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북한 스스로 전략적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북한 정권이 아니라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반도 평화비전'은 '이명박 구상'과 맥이 같다더니...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8일 재향군인회 초청 강연에서 "(남북)평화협정은 검증을 통해 핵을 완전히 폐기한 이후에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8일 재향군인회 초청 강연에서 "(남북)평화협정은 검증을 통해 핵을 완전히 폐기한 이후에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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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후보는 "일부에서 제기된 소위 '한반도 평화비전'은 한나라당의 공식 당론은 아니다"면서 "저의 대북정책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또 "저의 대북정책은, 북한이 나아가야 할 길을 분명하게 보여주되, 개혁·개방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그 열매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해, 참석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비전'은 지난 7월 한나라당 평화통일특위(정형근 위원장)가 대선을 겨냥해 내놓은 새로운 대북정책이다. 이 때문에 정형근 의원은 재향군인회 방문시 계란 세례를 받았지만, '한반도 평화비전'은 과거의 대북정책에 비해 유연하고 전향적인 대북관을 담고 있어,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이 이전에 비해 1~2 클릭 정도 '좌로 이동'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당내 일부 보수세력들로부터 비판이 쏟아졌지만, 당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측은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특히 이명박 후보 캠프의 장광근 대변인은 "당에서 발표한 한반도평화비전은 그간 이명박 후보가 제시한 '비핵·개방 3000 구상'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당시 나경원 당 대변인도 "사실상 당론으로 채택됐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후보가 이날 '한반도 평화비전'에 대해 "당론은 물론 자신의 대북정책과도 다르다"고 말해 기존 입장을 변경한 것은 이회창 전 총재를 의식해 보수층을 끌어안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더 나아가 논란이 되고 있는 NLL 문제와 관련 "NLL은 엄연한 불가침선이고 해상의 휴전선으로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교전에서 NLL을 지키다 숨져간 우리 장병들의 이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해교전에서 사망한 장병들의 이름을 한 사람씩 호명한 이 후보는 "이들의 이름은 영원히 우리 국민의 가슴 속에 살아있을 것"이라면서 "NLL의 수호의지를 밝힌 국방부와 군 수뇌부의 결연한 의지를 신뢰하고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이 후보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끝날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 박수로 화답했다.

이 후보는 이어 "안보에 관해선 여와 야,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저는 자이툰 부대의 파병연장에 관해 우리 군의 판단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또한 "여당의 후보가, 이를 미국의 '용병'으로 폄하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망언"이라고 비판한 뒤, "국제사회의 평화에 기여하고자 애쓰고 있는 우리 국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이라며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 대립각을 세웠다.

이 후보는 "여당인지 야당인지 잘 모르겠지만 한 후보는 '남북한 군을 각각 30만으로 감축하고, 삭감된 예산을 교육 인프라 구축에 활용하자'고 주장했다"고 소개한 뒤, "선거를 앞두고 표를 얻을 수 있는 선심성 발언이라기에는 너무나 심한 발언이다. 안보를 선거에 이용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라며 정동영 후보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이 후보는 남북 정상회담을 다녀온 노무현 대통령이 "조속한 평화협정 체결이 비핵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북한 핵의 완전 폐기를 전제로 평화체제 협상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 문제에 대해서도 "안보환경과 군사능력을 충분히 고려하여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자주국방을 '동맹탈피'쯤으로 해석하는 것은 매우 근시안적 사고"라며 한미동맹의 강화를 역설했다.

이 후보는 마지막으로 "참전용사와 전상자에 대한 예우 개선문제도 충분히 검토하겠다"며 "평상시 및 위기 시 국가안보 관리체계를 재정비하고, 재향군인회의 의견을 수렴하여 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8일 재향군인회 초청 강연에서 "(남북)평화협정은 검증을 통해 핵을 완전히 폐기한 이후에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8일 재향군인회 초청 강연에서 "(남북)평화협정은 검증을 통해 핵을 완전히 폐기한 이후에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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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후보는 불참... "이회창과 수구보수층 쟁탈전 시작됐나?"

한편 이날 재향군인회의 대선후보 초청 강연은 국회 의석수에 따라 정동영·이명박 후보와 이인제 민주당 후보만이 초청 대상이었다. 그러나 정동영 후보가 일정을 이유로 불참을 통보해왔고, 대신 심대평 국민중심당 후보가 강연을 했다.

이와 관련 재향군인회는 "정동영 후보가 750만 재향군인회원을 포함한 유권자들에게 대북정책 등 안보관을 피력할 중요한 기회를 포기하고 다른 일정을 이유로 불참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한 뒤, "실제 불참이유는 그동안 NLL문제, 이라크 파병 연장 문제, 한미동맹관계 등 자신의 발언이 보수단체의 견해와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기 때문 아니냐"고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대해 정동영 후보측 최재천 대변인은 "재향군인회가 얘기한 이유와는 전혀 상관없이 부산지역 선대위 발대식에 참석하느라 불참한 것"이라고 설명한 뒤, "이 후보가 지적한 '용병' 발언은 '사적 이익을 위해서 군대를 보내야 한다'는 이명박식 파병 논리를 지칭한 표현이었다"고 해명했다.

최재천 대변인은 또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평화비전' 부정 발언에 대해 "한나라당식 대북 접근 방식은 늘 상황, 장소, 지지층에 따라서 표를 얻기 위해 달라지는 일관성 없는 정책"이라며 "결국 한나라당의 주력계층인 수구보수 계층을 쟁취하기 위해 이회창 후보와 본격적인 전쟁을 알려주는 징표"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이회창 전 총재도 9일 남양주시에 살고 있는 서해교전 전사자 유족들을 방문해 위로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보수 대 보수'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태그:#이명박, #이회창, #정동영, #재향군인회, #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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