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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고사를 한달 앞둔 한 중학교 3학년교실 모습.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다.
연합고사를 한달 앞둔 한 중학교 3학년교실 모습.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다. ⓒ 장지혜

연합고사를 한 달 앞둔 수원 'A'중학교 3학년 교실.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이어야 하지만 일반적인 수업시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 학교 일본어 담당 김아무개(가명·26) 교사는 "연합고사를 앞두고 25분간 교과서 수업을 한 뒤, 20분간 자율학습 시간을 주어 연합고사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교실상황을 설명한다.


하지만 반 학생 모두가 연합고사 문제풀이에 충실한 것은 아니다. 일부 학생은 밀려오는 졸음에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하고, 또 일부 실업계 고등학교를 지원한 학생은 필요한 자격증공부에 한창이다. 나머지 일부만이 선생님이 준 자율학습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고 연합고사 총정리 문제풀이에 한창이다.


이런 교실분위기에 김 교사는 "꼭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과 수시모집을 준비하는 학생이 나뉘어 어수선한 상황을 빚고 있는 것과 같은 모습"이라며 "연합고사를 준비하는 학생 일부를 위해 자율학습 시간을 주고 있지만 그 실효성에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기도 내 일부 중학교 학생들과 교사는 어수선한 3학년 교실의 문제를 지적하며 연합고사의 필요성에까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부산시와 광주시가 연합고사 부활을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키로 해 앞으로 입시교육 조장과 고등학교의 서열화 등 폐해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 내 인문계고등학교 진학률 99.5% 이상, '연합고사' 꼭 필요해?


경기도 내 중학교에 재직 중인 정아무개(40·여) 교사는 "실제 경기도 내 몇 개 시를 빼고 인문계고등학교 진학희망자 중 거의 100%가 인문계에 진학해 왔다"며 "일부 상위 몇몇 학생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학생은 연합고사의 필요성에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경기도교육청의 중학교 진학률을 보면, 지난 2004년 수원시의 경우 인문계 진학희망자 중 99.8%가 인문계에 진학했으며, 성남시의 인문계 진학률은 99.8%, 안양시 99.8%, 동두천시 100%, 평택시 99.8% 등 평균 99.8% 이상의 진학률을 기록했다.


2005년 역시 진학률 통계를 보면, 수원시는 99.7%, 성남시는 99.4%, 안양시는 99.6%, 2006년에는 수원시 99.8%, 성남시 99.4%, 안양시 99.6%, 2007년에는 수원시 99.7%, 성남시99.5%, 안양시 99.8%다.


수원 'B'중학교 국사담당 강아무개(48·여) 교사 역시 "지난 몇 년 동안 수원지역은 인문계 진학률이 거의 100%였으므로 실제 연합고사를 중요시하지 않는 학생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경기도교육청 측은 그동안 연합고사의 실효성에 대해 꾸준히 연구해 왔다"며 "내신으로만 평가했을 때 인문계지원자 중 탈락자가 생기는 것보다 연합고사를 통해 선발하는 것이 더 공정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연합고사공부? 글쎄... 교과서 공부에만 충실해도


각 도별로 고등학교 선발 평가기준이 약간씩 다르지만 현재 경기도의 경우, 내신 200점에 연합고사 100점, 총 300점으로 평가한다. 1, 2학년 성적과 3학년 2학기 중간고사까지의 성적, 그리고 여기에 수행평가와 출석률 등이 점수에 포함된다.


경기도 내 'C'중학교에 다니는 3학년 김희정(가명·15)양은 "실제 인문계고등학교를 진학할 생각으로 연합고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기말고사도 고등학교 진학하는데 필요한 내신에 들어가지 않아 공부에 집중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지난 2일부터 7일여간 실시되고 있는 실업계고교 접수가 겹치면서 반 분위기가 더욱 어수선하다는 지적이다. 한 반에 평균 2∼3명이 실업계 고교로 면접을 보러 다니면서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은 이에 대비, 중학교 3학년 기말고사를 아예 한 달 정도 미리 앞당겨 보고 있다. 고등학교 선발기준에 중학교 2, 3학년 전체 성적과 출결 사항, 봉사활동 등이 포함된다. 때문에 1,2학년의 기말고사 기간은 12월 초인 반면 3학년의 기말고사는 11월 중순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측은 연합고사와 관련, 학교교과목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내신 성적만으로 고등학교 선발 평가기준을 마련한다면 지금보다 더 체계적인 내신관리 및 교과목 학습이 이뤄질 것"이라고 답했다.


연합고사 부활, 누구를 위해서인가


연합고사는 1997년 시행권한이 16개 시·도 교육감으로 위임된 뒤 전면 폐지하거나 또는 평준화 지역에 한해 실시 중이다. 서울과 부산 등이 폐지하면서 2002년의 경우 경기·울산·전북 등 3개 지역에서만 치러졌으나 제주, 전남·충남에 이어 강원도와 경북 포항이 올해 12월 치러질 입시부터 현재 중학교 3학년생들을 대상으로 고입 선발고사를 치르고 있다.


연합고사 부활과 관련 용역을 의뢰한 부산시교육청 측은 "최근 10여 년 동안 인문계고등학교 진학 경쟁률은 1:1이었으나 최근 이런 현상과 관련해 학력저하가 생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유를 설명한다. 바로 학력의 '하향평준화'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교조 측은 상반된 입장이다. 전교조 정책실 담당자는 "처음에는 단순히 연합고사 부활로 시작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신보다 연합고사의 반영비율이 높아지게 될 것"이라며 "이런 현상은 지난 2000년 고입제도를 평준화 체계로 바꾼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연합고사의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학생들과 앞으로 늘어날 사교육비에 걱정이 앞서는 학부모, 입시교육 조장과 벌어지는 학력차 등, 과연 연합고사 부활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연합고사#중학교#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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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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