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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10일 오후 5시 40분]
 
평화를 기원하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제주도 사람들이 만든 축제, ‘2007 제주평화축제’. 오후 5시부턴 강정마을 포구에서 평화콘서트가 시작됩니다. 마을회관에서 국수와 삶은 돼지고기로 끼니를 채운 주민들은 마을 곳곳에 마련된 참여프로그램 코너를 구경하거나 직접 참여하면서 한낮을 보냈습니다.
 
현장예술가 최병수씨는 지난 5일에 강정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최씨가 만들고 있는 작품은 이지스함을 뜬 철판전시물과 커다란 솟대 둘. 솟대 끝엔 구름이 얹혀져 있는데 구름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합니다.
 
최씨는 “구름의 본질은 물”이라며 “강정은 예부터 물과 어족자원이 풍부한 곳인데 여길 죽이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해군기지 반대의사를 분명히 합니다.
 
강정초등학교에 다니는 윤예솔(6학년) 어린이는 친구 두 명과 오후 1시부터 세 시간이 다되도록 생명평화 벽화 그리기를 즐기고 있습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우리 동네 벽에 친구들과 함께 그림 그리는 게 좋다”는 이 어린이의 얘기처럼 평화란 그렇게 특별하지 않은 무엇 아닐까요?
 
 
해군기지 문제... "결국 주민들만 이간질시켰다"
 
생명평화의 벽 만들기 작업을 주관하고 있는 탐라미술인협회의 양천우 씨는 동료 3명과 함께 이 작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양씨는 “잘 그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주민들과 함께 마을분위기를 만들어간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곁에서 이들의 작업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던 고영진(48)씨가 한 마디 합니다, “작품이야, 작품!”.
 
김훈철(39)씨는 허리통증이 심한데도 불구하고 외지인들에게 길을 안내하는 등 자원봉사에 여념이 없습니다. 김씨는 “대다수 주민들이 왜 해군기지를 반대하겠냐”고 되물었습니다. 그는 “과정이 정당했으면 다들 찬성했을 것”이라며 “결국 주민들만 이간질시켰다”고 정부를 강하게 성토했습니다.
 
강정마을을 돌아다니다보면 김씨처럼 “동네가 이간질된 것”에 분노하는 주민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한 주민은 “해군기지 유치하면 땅값 오른다고 해서 찬성했는데 결국 이렇게 우리끼리 싸우는 꼴이 되고보니 후회가 많다”고 속내를 털어놓습니다.
 
싸우지 않고 서로 보듬으며 사는 것이 평화라고 합니다. 그런데 해군기지는 들어서기도 전부터 주민들을 서로 싸우게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런 걸 보면 해군기지가 평화를 지키는 기지는 확실히 아닌 모양입니다.
 
고유기 제주참여환경연대 사무처장은 “해군기지 문제로 준비된 축제지만 분열된 마을을 하나로 통합해가기 위한 첫걸음으로서 이번 평화축제의 의미가 크다”고 말합니다. 고 처장은 “이제 강정마을은 해군기지가 아니라 평화의 기지로 다시 출발할 것”이라며 “그 결과는 제주도가 명실상부한 평화의 섬으로 태어나는 것으로 현실화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이제 서서히 강정마을 포구에 어둠이 내립니다. 주민들은 평화콘서트에서 생명과 평화의 노래를 들으며 얼마간의 위안을 얻겠지요. 주민들의 진실한 바람이 이뤄져 주민들이 순간의 위안이 아닌 길고 아름다운 평화를 가슴마다에 품을 수 있다면 더없이 좋지 않을까요.
 
 
 
[1신 : 10일 오후 1시 30분]
 

"생명이여, 평화여. 마을 이곳저곳에 나무로 자라나소서. 주민 가슴 가슴에 꽃으로 피어나소서."

 

10일 오전 10시,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바닷가에 평화를 기원하는 맑은 목소리들이 낮게 울려 퍼집니다. 강정마을 주민과 도법 스님, 문정현 신부, 현애자 민주노동당 의원 등 200여명이 기원을 함께 합니다.   

 

강정마을은 제주도와 국방부에 의해 해군기지 입지 예정지로 결정난 곳입니다. 1600여 명의 주민들은 정부의 결정이 “주민의 의사와 상관없이 결정된 비민주적 결정”이라며 줄곧 반대투쟁을 해오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또 “제주도의 생명과 평화를 파괴하는 군사기지는 결국 주민들의 삶의 터전과 생계를 파괴할 것”이라며 해군기지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예산안이 국회 국방위 소위를 통과한 상태입니다. 주민들의 근심은 더욱 높아만 가고 있는 상태구요. 해서 주민들은 지난주에 국회를 방문해 의원들에게 제주 해군기지 건설의 부당성을 호소하고 돌아왔습니다.

 

글 서두에 인용한 기원문은 강정마을 포구에 세워진 ‘평화기원 방사탑’에 도법 스님이 새긴  글입니다. 방사탑은 ‘강정 생명평화마을 선포식’에 맞춰 함께 제막했구요. 이 모든 행사는 ‘2007 제주평화축제’ 중 하나입니다.

 

제주평화축제는 강정마을회와 천주교 제주교구 평화의섬특위, 제주군사기지저지범도민대책위가 정부의 해군기지 강행에 맞서 9일부터 개최하고 있습니다.

 

현애자 민주노동당 의원은 강정 평화마을 선포식에 참석해 “있는 그대로가 생명이고, 있는 그대로가 평화”라며 “이 바다를 목숨 다해 지켜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현 의원은 또 “국회가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다”며 “조금만 더 여러분의 목소리와 힘을 모아 달라”는 당부도 함께 했습니다.

 

"군사기지, 주민들의 삶의 터전 파괴할 것"

 

대추리에서 평택 미군기지 반대투쟁을 주민들과 함께 했던 문정현 신부도 이 선포식에 함께 했습니다. 문 신부는 “생명, 평화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 자들이 이 곳에 군사기지를 만들려 한다”고 힐난합니다. 그는 “우리들이 살아있으면 바다도, 평화도 지킬 수 있다”며 주민들에게 용기를 줍니다.

 

생명평화 탁발순례를 계속하고 있는 도법 스님은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 강조합니다. 그는 “주민들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니 이제 언론이 제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는 또 주민들에게 “어렵고 다급하겠지만 지치지 마라”고 호소합니다. “끈기 있고 지속적으로 생명평화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지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11월의 제주바다와 하늘은 철없이 푸르기만 합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얼굴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축제’를 준비하고 개최하고 있지만 힘과 꼼수, 주민들 이간질로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려는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주민들을 쓸쓸하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주민들은 자기들이 살아온 터전인 강정마을을 스스로 ‘생명평화마을’로 이름 지었습니다. 주민들은 ‘강정 생명평화마을 선언서’를 발표하며 지금의 고민을 담담하게 얘기합니다.

 

“우리 강정마을은 예로부터 도내에서 가장 살기 좋아 ‘일강정’이라 불려왔다. 그러던 우리 마을이 지금 해군기지 유치문제로 설촌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400여년 동안 한 가족처럼 우리 일강정이 반목과 갈등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큰 고통이다.”

 

강성원 할아버지는 “해군기지 때문에 몇십년을 해온 친목계마저 깨져버렸다”고 한탄합니다. 해군기지는 바다의 평화는 물론 이웃과의 평화마저 깨버린 것입니다. 축제의 형식을 빌어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의지를 널리 알리려는 강정마을 주민들. 어쩌면 주민들은 해군기지를 막는 것보다 잃어버린 이웃간의 정을 되찾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한지도 모르겠습니다.

 


태그:#제주도, #해군기지, #생명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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