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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회에 이어)

 

이 소책자에는 임상중심도 이론중심도 아닌 체험속의 연구물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들이 특집으로 꾸며져 있었다. 어머니 모시는 내 원칙들과 대부분 일치했다. 나는 어머님의 존엄성을 모심의 최고 가치로 삼고 있었는데 ‘여호와의 증인’에서 나온 이 소책자에서는 ‘환자의 품위 유지’라고 표현하고 있었다.

 

 

그동안 내가 읽어 온 책들은 좀 건조했다. 차가운 연구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지은이가 대학교수인 <노년기 정신장애>(학지사, 권석만 지음)는 치매 중에서도 혈관성치매인 뇌졸중이나 우울증 같은 증상에 대해서는 도움이 될 책이다. 그러나 노년기의 심리변화나 노년기 적응의 과제 등은 너무 도식적이었다.

 

책 구성이 논문처럼 딱딱하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따뜻한 체온을 느낄 수 없고 ‘노인기계’를 관리하고 보수하는 실용서 같았다는 점이 아쉬웠다. 전문 노인복지사들의 경험담을 모은 책을 읽을 때도 뭔가 2%가 부족했다.

 

<간병입문>(이너북, 모브노리오 지음·임희선 옮김)이라는 소설책과 <할머니의 열한 번째 생일파티>(낮은산, 라헐 판 코에이 지음·김영진 옮김)라는 동화책은 둘 다 주인공은 치매 걸리신 할머니다. <할머니의 열한 번째...>의 어린 증손녀 ‘노라’가 품는 치매에 대한 의문과 독특한 시선은 치매 노인을 요양원이 아니라 가정으로 다시 모셔오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런데 너무 동화적이다.

 

일본에서 노인관련 책이 많이 나온 것은 세계 최고령국이라는 특징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급격한 노령화 현상으로 노인관련 책들과 전문가들, 새로운 정책들이 양산되고 있는데 그 중에는 문인들의 노인소재 단편만 묶어 낸 소설집이 있다. <소설, 노년을 말하다>(함금가지·한승원 등)인데 대부분 치매 부모를 모시면서 겪는 갈등과 충돌이 작품의 중요한 소재가 되고 있다.

 

같은 시기에 읽은 현대인들의 정신질환을 다룬 책 <희망의 처방전 정신의학>(전나무숲·고시노 요시후미 지음·황소연 옮김)은 '노인들의 치매가 병이라면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현대를 사는 모든 인간들은 다 병자'라는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다. 달리 말하자면, 치매마저도 생활을 바꾸고 마음을 바꾸면 병이 아닐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했다.

 

알츠하이머(노인성 치매의 병명)병 특집을 다룬 이 <깨어라> 잡지가 그동안 내가 봐 온 책들과 다른 점은 치매 있는 노인을 관리의 대상이나 치료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 갈 한 식구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치매 걸린 사람을 향해서 인식의 오류를 바로 잡아 주려고 시도 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있다. 생산적이면서도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라는 충고도 나의 평소 생활과 같은 것이었고, 공격성을 드러내는 치매노인은 삶의 한 대목에서 겪은 좌절감 때문이라는 설명은 현대 심리학에서 보통의 현대인을 진단하는 것과 꼭 같은 것이었다.

 

예기치 못하는 순간에 스스로 쓸모없는 존재라는 느낌에 압도당하지 않도록 보살피는 것이 치매노인의 품위와 존엄을 위해 필요한 사항이다. 이 소책자를 읽고 나서 내 방식의 어머님 돌봄에 대해 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사실, 어머니를 모시면서부터 어머니를 ‘의식화’ 시켜야 되겠다는 마음먹었었다. 고집을 부리고 엉뚱한 소리를 되풀이 하다가도 이를 벌충이라도 하듯 매번 “내가 죽지도 않고...” 라고 자탄하는 것을 듣고서다. (29회에 계속)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국농어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치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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