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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공지사항과 선거UCC 운용기준
▲ 선관위 웹사이트 선관위 공지사항과 선거UCC 운용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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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선거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있다
▲ 선관위 웹사이트 화면 정책선거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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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에 사는 이동환(42. 회사원)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일을 계기로 우리 아들에게 나쁜 영향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씨가 걱정하는 우려 중 첫째는 “정부기관에 대한 불신”이며, 다른 하나는 “자신의 일에 태만하지 않을까”하는 염려라고 했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들의 발자국을 따라가 보자.

퇴근해서 돌아온 이 씨에게 아들(초등6)이 난데없이 질문을 던졌다. “대통령선거일은 언제이고, 후보자들은 몇 명이며, 어떤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지가 궁금하다”며 설명을 부탁했다. 이 씨는 질문 중에 둘은 자신 있게 대답했지만 마지막 공약 건에서 자신의 얕은 지식을 실감했고 반성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최고 어른을 뽑는 것인데 너무 무심한 것 아니세요”라는 아들의 비난을 들었다고 했다.

선관위 소속 직원 전국노래자랑 출연 홍보영상
▲ 선관위 웹사이트 선관위 소속 직원 전국노래자랑 출연 홍보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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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관위’가 뭐예요?

이 씨는 아들과 함께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에 대해서 공부하기로 했다. 그런데 일목요연하게 후보자별로, 정책별로 정리되어 있는 자료를 찾기가 힘들었다. 인터넷을 뒤적이다 퍼뜩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떠올랐다. 탤런트 김영민 씨가 “당신은 어떤 정책에 한 표를 던지시겠습니까. 정책을 따지는 당신. 당신의 선택이 대한민국을 만듭니다“라며 정책의 중요성을 홍보한 공익광고를 본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멀리는 지난 6월 2일 노무현 대통령이 ‘참여정부평가포럼에서 행한 발언’과 같은 달 8일 ‘원광대 특강의 발언’등이 ‘선거법 9조 1항’ 위반임을 들어 선거 중립 의무 준수를 촉구한 바 있었다. 이 건으로 선관위와 노 대통령 측이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였었다. 가까이는 지난 11일 열린 ‘범국민행동의 날’에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연설을 놓고 사전선거 운동이라는 지침을 내려 권 후보 측과도 신경전을 벌인 기사를 접했기 때문에 ‘일하는 선관위’를 떠올린 탓도 있다고 했다.

열린우리당이 아직?
▲ 선관위 웹사이트 열린우리당이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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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선거는 헛구호?
▲ 선관위 웹사이트 정책선거는 헛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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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선관위가 무엇을 하는 곳이며,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권한이 있는가“라는 아들의 질문을 받고 검색 사이트를 두드렸다. 선관위는 <헌법 제114조의 규정에 의하여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 및 정당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으로 국회, 정부, 법원, 헌법재판소와 병립하는 독립된 합의제 헌법기관>이라는 답을 얻었다.

뒤이어 선관위는 <선거 및 국민투표관리,  정당·정치자금사무를 처리, 선거법위반행위 예방 및 단속, 선거범죄 조사 및 증거물 수집, 선거법위반행위에 대한 조치, 정치자금범죄 확인·조사 등>의 일을 하며, <선거, 국민투표, 정당에 관한 모든 사무와 그 범죄 처리권>이 선관위의 권한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 씨는 “부정선거를 감시하고, 선거법 위반행위를 차단하여, 공명한 선거가 되도록 관리하는 중요한 일을 하는 선관위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꼭 필요한 기구네요”라는 아들의 말에 “군사정권 아래에서는 허수아비 신세였지만 세상이 바뀌면서 지위가 많이 향상됐고 앞으로 그 위상이 더 높아질 것이다”라고 화답했다고 한다. 이 씨는 ‘일하는 선관위’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그곳의 홈페이지를 눌렀다.

팝업창 세 개가 동시에 나타났다. 그 중에 '매니페스토'(manifesto) 정책을 소개하는 공지 글에 시선이 먼저 갔다. <'매니페스토'를 클릭해 주세요>라는 문구를 눌렀다. '매니페스토'는 <후보자가 당선되었을 때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을 사업의 목적, 착수 우선순위와 완성시기, 예산방법 등 구체적인 공약을 개발하여 제시하는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유권자는 후보자가 제시한 공약을 꼼꼼히 비교하고 따져서 가장 실현 가능한 공약을 제시한 후보자에게 투표하는 것>이라는 붙임 글이 나왔다. 계속해서 <당선자가 임기동안 자신이 제시한 공약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지켜보고 평가하여 다음 선거 때 또 지지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라며 그것의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서 '매니페스토'의 유래, 외국의 사례, 한국에 도입된 시기(5.31지방선거) 등을 나열하면서 그것의 생활화를 부탁했고, <12월 19일 실시하는 제17대 대통령선거를 정책으로 경쟁하고 정책으로 선택하는 선진 선거문화정착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매니페스토' 종합 로드맵을 확정하여 추진하고 있다>는 선관위의 활동에 대해서도 언급해놓았다. 마지막으로 각계각층의 참여와 노력을 당부하며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우리도 성공할 수 있다>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었다. 이 씨는 ‘일하는 선관위’에 대한 믿음으로 더욱 뿌듯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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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웹사이트’에서 실망을 보다

10월말?
▲ 선관위 웹사이트 10월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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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웹사이트의 메인화면에는 낯익은 가수의 사진 위로 <나는 오늘 대한민국의 희망을 찍습니다>라는 홍보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상단에 <선거법 질의> <신고제보> <참여마당>등의 분류가 있었고, 그 아래는 <보도자료> <보도영상>등의 소 메뉴가 보였다. <보도영상>에 눈이 갔다. 선거에 관련된 영상은 어떤 것이 있을까. 선관위 홈페이지에 찾아온 유권자에게 어떤 것을 보여주기를 원하는 걸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눌러보았다. 각종 매스컴에 보도된 선거관련 자료들이 일자별로 나열되어 있었다.

그런데 중앙에 “[KBS-1TV]제1394회 전국노래자랑“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무엇일까. 선거와 노래자랑, 이미지가 합쳐지지 않았다. 그래서 눌렀다. 이유는 간단했다. 경북 영주에서 있은 노래자랑에 ‘영주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 참가했고 우수상을 수상한 것이었다. 이 씨는 ”소속직원이 공중파 TV에 출연하여 영광스럽게 수상까지 했으니 유권자들에게 자랑할 만하다“며 대수롭지 않게 흘려버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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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아들의 2번째 질문인 후보자는 몇 명일까를 알아보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몇 번의 헛수고 끝에 사이트의 오른쪽에 ‘제17대 대통령선거’라는 것이 그곳임을 어렵게 알아냈다. 다시 오른쪽의 ‘후보자검색‘을 누르고 들어갔다. 대통령 입후보자의 신상이 나열되어 있었다. 2007년 11월 7일에 최종 갱신한 자료로 총143명이 예비후보자로 등록되어 있었다.

후보자검색을 하면서 이 씨는 의아한 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문국현 후보가 무소속으로 기재되어 있는 것이었다(10일자). 지난 4일 창조한국당의 대선 후보로 지명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수정이 되지 않은 이유가 궁금했다. 이 씨는 “후보자 등록 때의 자료를 수정하지 않는 것이 선관위의 방침인 모양이다”며 넘어갔다고 한다.(12일 기사송고 전 방문한 결과 늦게나마 수정되어 있었다.(신원을 밝히길 거부한 선관위관계자는 해당 정당의 등록 지연으로 빚어진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신의 선택 2007대선’내의 ‘정당별 보도자료‘의 어디에도 창조한국당은 보이지 않았다. 일괄수정이 아쉬웠다.)

문국현 후보, 김혁규 전 의원
▲ 선관위 웹사이트 문국현 후보, 김혁규 전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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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의문점은 입후보 한 것으로 알고 있는 ’김혁규 전 의원의 이름을 후보자검색으로 찾을 수 없다는 것이 다시 의아했다고 한다. 선관위 웹사이트(nec.go.kr)의 중앙에 걸려 링크 처리된 ‘UCC공약은행’안의 우측상단 ‘대선2007’을 누르고 들어가면 ‘대선후보 따라잡기‘안에 김혁규 전 의원이 후보로 버젓이 올라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잘못된 정보로 유권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선관위 확인결과 김 전 의원은 등록을 한 적이 없다며 중앙일보 측의 오류라고 했다. 유권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메이저신문사의 공신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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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아들의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정당정책비교프로그램’으로 들어갔다. <제17대 대통령선거 관련 각 정당의 기본정책, 선거공약은 10월말 경 게시예정입니다>라는 팝업창이 떴다. 지금이 11월 중순인데 의외였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정책이슈‘의 ’정당별 입장보기‘를 클릭하자 해체된 ’열린우리당‘ 이름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정책공약‘내의 ’정당기본정책‘에도 마찬가지로 수정되어있지 않았다. ’참여마당‘내의 ’정책토론장‘에는 <진행중인 토론이 없습니다>라는 문구만 을씨년스럽게 떠 있었다.’정책자료실‘내의 ’연구자료‘에는 2007년 2월27일에 등록된 <한국정당의 여성정책 개발과 전망>이 끝이었다. ’일반자료‘에는 등록된 글이 하나도 없었다. 선관위가 팝업창에 띄우면서 중요성을 역설한 ’매니페스트자료‘에는 지난 6월12일 <매니페스토와 정책선거 발전방안>을 끝으로 자료가 추가되지 않고 있었다.

이 '매니페스토' 마지막의 자료는 341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적은 수지만 관심이 있는 유권자들이 보고 있다는 것이다. ‘정당정책비교시스템’의 홍보 글에는 이 시스템의 기대효과로 <정책정당화로 가는데 기여>하고 <투표율 높이는데 기여>하며 <정책에 대한 관심을 높여 정책선거에 기여>하겠다는 문구가 낯 뜨겁게 적혀있었다. 선관위는 이 씨와 그의 아들의 “선관위는 공명한 선거를 위해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꼭 필요한 기구”이며 “앞으로 그 위상이 더 높아질 것이다”는 말에 동의한다면 변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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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의 변화를 기대하며

이 씨는 “언젠가 중앙선관위가 작년과 올해 상반기 동안 구입한 책 1092권 중 선관위 업무와 관련이 없는 골프관련 서적 등을 551권(48%,55%)구입했으며, 그중 소설류가 31%, 골프관련 서적이 4%, 재테크와 처세술 서적, 심지어 만화까지 있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 있다”며 “어떻게 국민혈세로 그런 책을 구입하고 업무시간에 그것을 읽을 생각을 했는지 의아하다. 이 정도면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아니냐”며 “그 결과 대통령 후보와 정책을 유권자에게 알려야할 의무를 내팽개치고 있으면서도 사안의 심각성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통탄스럽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이 씨는 “지난달 19일 중앙선관위와 국고보조금을 받는 6개 정당 대표들이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실천협약식’을 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며 “그런데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각 당에서 대선정책 공약집을 내놓지 않기 때문에 정책위주의 선거풍토를 조성하는데 문제가 있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며 “제출을 독려하고 어느 당이 비협조적인지를 밝혀서라도 해당 정당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창조한국당은 어디로?
▲ 선관위 웹사이트 창조한국당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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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직무유기에서 벗어나는 길이며, 유권자에게 정확한 자료를 제공하여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도우는 선관위의 임무를 다하는 바탕이 될 것이다”고 선관위를 향해 쓴 소리를 했다. 이 씨는 “선관위가 지금처럼 손 놓고 있으면 ‘정책선거’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라며 안타까워했다.(선관위관계자는 공약집을 유일하게 내지 않은 한나라당에 독촉해서 빠른 시일 내에 조처하겠다고 했다. 또 이 같은 정보제공이 대국민서비스차원임을 수차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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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또 선관위의 공직선거법 93조에 대해서도 말을 꺼냈다. “얼마 전 “UCC운용기준’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명확성의 원칙’을 위배하며,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 등의 문제점이 있다는 송호창 변호사의 지적이 있었고요” “또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강원택 교수는 ‘과거 금권선거가 횡행하던 때 기준의 법을 인터넷 시대에 적용하려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라고 법 개정을 촉구한바 있잖습니까”로 운을 떼더니 ”유권자가 자유롭고 활발하게 의사표현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의미가 아니겠냐”며 “그것을 선거에 미칠 목적인지 아닌지 판단이 애매한 조항으로 네티즌의 입과 귀를 막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2시간 가까이 함께한 우리 아들이 돌아서면서 ’선관위가 대체 뭐하는 데예요‘라고 하더라”며 아쉬운 감정을 토로했다.

선관위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 등 총 9인으로 구성되는 합의제 기관이다. 선관위는 선거연수원을 포함한 8개부서 아래 23여개 세부 담당팀(과)이 있는 사무처로 구성된 ‘중앙선관위’를 필두로 ‘시.도선관위’와 ‘구.시.군선관위’ ‘읍.면.동선관위’ 등의 하부조직으로 구성인원이 약 2500여명이 넘는 방대한 조직이다. 그중 ‘중앙선관위’가 개설하여 관리하고 있는 홈페이지는 10여개에 달한다. 그 아래로 16개의 시도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5개의 위원회 관련 사이트가 있다.

‘중앙선관위’가 현재 관리하고 있는 홈페이지를 개설. 관리하는데 드는 비용(서버구축비, 도메인, 웹사이트 제작비, 유명인 초상권 등)이 만만치 않은 금액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동시접속자수를 얼마로 예상했는지 알 수 없지만, 만약 트래픽이 걱정이 되어 이 같은 수의 서버와 웹사이트가 필요했다면 적극적인 관리와 홍보가 있어야 마땅하다. 그것이 세금이 적합하게 사용되기를 바라는 납세자에 대한 합당한 보답이다. 벌여놓기만 했을 뿐 주워 담지 못하고 있는 선관위의 웹사이트를 보고 ‘정치발전과 선진한국‘으로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선거관리위원회는 이 홈페이지를 통해 선거·정당·정치자금과 관련된 최신 정보를 제공하고,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 받아들여 선거행정에 반영함으로써 국민과 함께 공명선거를 이루어 나가기 위해 노력해 갈 것입니다>로 적혀있는 고현철 위원장의 인사말이 자꾸 머리에서 헛도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40여일 남은 기간 동안 매니페스트와 정책선거가 구호로만 그치지 말고 활성화되었으면 한다. ‘일하는 선관위’를 볼 수 있을까. 기대해본다.

덧:
선관위관계자의 말을 빌면 ‘유명인 초상권’은 해당자(홍명보, 장나라, 김영민)들은 홍보대사 자격이기에 실비로 출연했다고 한다.  유권자도 선관위를 감시한다.
초등6년생, “선관위가 대체 뭐 하는 데예요?”

이번주 수요일(14일)까지 한나라당에서 자료를 받아 해당 콘테츠를 수정하겠다며 선관위(정당정치비교프로그램)관계자가 재차 연락을 취해왔다. 그때까지 기다려보면 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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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선관위,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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