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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가  현장에 긴급지시한 '솔벤트 사용 및 청소 건' 공문내용
 한국타이어가 현장에 긴급지시한 '솔벤트 사용 및 청소 건' 공문내용
ⓒ 오마이뉴스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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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방노동청이 한국타이어 노동자의 잇단 돌연사 원인에 대한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타이어 측이 역학조사에 대비해 작업환경을 의도적으로 조작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역학조사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최근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은 지난 7일부터 작업 현장에서 사용하는 솔벤트통을 모두 교체하도록 했다. 또 각 조별로 대대적인 청소작업을 벌여 "역학조사 및 감사에 대비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측이 각 현장책임자에게 내려보낸 자료에는 "금일(7일)부터 검사라인의 솔벤트통을 MSDS를 부착한 통을 사용하도록 각 조별 교육을 실시할 것" "절대 그 이전 통은 사용금지할 것" "LTR TBR PCR 전체교체해 각 라인에 지급하였음"으로 돼 있다.

 "MSDS 부착한 솔벤트통을 사용할 것" .."절대 그 이전 통은 사용금지할 것"
 "MSDS 부착한 솔벤트통을 사용할 것" .."절대 그 이전 통은 사용금지할 것"
ⓒ 오마이뉴스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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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한국타이어의 한 노동자는 "사측이 솔벤트가 돌연사의 한 요인으로 지목되자 이를 은폐하기 위해 기존에 사용하던 솔벤트를 다른 내용물로 교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타이어측은 기존 솔벤트통 사용금지를 지시한 이틀 뒤인 지난 9일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솔벤트는 개량 솔벤트로 자극성 물질인 톨루엔, 크실렌이 전혀 검출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사측 "역학조사에 철저히 대비해라"

문서에는 또 "각 조별로 업무를 분담해 검사대 위, 난간대 사이를 비롯 주위를 청소하라"며 "군더더기 및 찌꺼기를 완전히 제거하라"고 하고 있다. 사측은 이를 위해 각 조별로 청소라인을 구체적으로 지정하기까지 했다.

"역학조사 및 감사에 대비하라"
 "역학조사 및 감사에 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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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에는 "상기 내용대로 청소를 실시해 14일부터 16일까지 (예정된) 역학조사 및 감사에 대비, 지적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준비하라"고 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의 여러 노동자들은 "며칠 전부터 현장에서 대대적인 청소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 작업환경'은 노동자들의 잇단 돌연사를 밝혀낼 열쇠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 때문에 사측의 인위적인 작업 환경 조작은 역학조사 결과의 왜곡 가능성을 우려하게 하고 있다.

대전지방노동청의 역학 조사 방법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대전지방노동청은 한국산업안전공단 역학조사반과 협의를 통해 오는 14일부터 현장 작업환경을 조사할  예정이다. 지난 달부터는 한국타이어 사망자 발생 부서의 노동자 788명를 대상으로 '임시건강검진'을 벌이고 있다.

유가족 "짜고 치는 역학조사 하나"

"군더더기 및 찌꺼기 완전히 제거하라"
 "군더더기 및 찌꺼기 완전히 제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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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한국타이어 유가족대책위 관계자는 "대전지방노동청이 사인규명을 요구한 지 두 달이 넘게 시간을 끌다 이제와서 사측에 조사 날짜를 미리 알려주면서 작업환경 확인에 나서고 있다"며 "이는 사측으로 하여금 역학조사의 핵심이 되는 솔벤트를 모두 바꾸고 작업환경을 왜곡시킬 시간적 여유를 줬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솔벤트는 기존에 사용하던 것과 같고 작업환경도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타이어 대전공장과 금산공장 등에서는 지난 1년 반 사이 15명이 각종 질병과 사고 등으로 숨졌다. 사망자 중 관련 질병은 심장질환(7명), 폐암(2명), 식도암(1명), 간세포암(1명), 뇌수막종양(1명) 등이다.

이에 대해 유가족들은 솔벤트 등 유독성이 강한 물질을 취급하는 근무환경과 과도한 업무량 및 억압적인 회사 분위기에 의한 스트레스 등이 사망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특별근로감독을 통한 사인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태그:#한국타이어, #돌연사, #대전지방노동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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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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