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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하는 말 중에 “앙꼬 없는 찐빵이요, 김빠진 맥주요, 고무줄 없는 팬티요, 오아시스 없는 사막이요… 등등” 이라는 표현이 있다. 이 말의 뜻은 꼭 필요한 핵심적인 그 무엇이 빠졌다는 것이다. 즉, 있어야 할 게 없어서 그것만의 특징이 없다는 말이다.

 

요즘 S사에서 방송되는 내시 드라마가 시청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내시가 무엇인가? 내시는 남자로 태어났지만 왕의 측근으로서 대궐 내에 상주해야 한다는 특수성 때문에 남자의 상징(?)을 거세한 자를 말한다. 즉, 드라마 상에서는 양물(고환)로 표현하고 있는 남성의 상징이 없는 자들로서 남성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중성이라고 보는 편이 나을 듯싶다.

 

이처럼 ‘있을 게 없다’면 그 고유의 이름을 붙여 부르기가 어렵지 않을까?

 

침이 없는 벌이 벌일까?

 

 

청명하고 높고 맑은 전형적인 가을 날씨를 보인 12일, 주위를 둘러보니 노란색을 띠며 향기를 품어내고 있는 한 무리의 아름다운 국화꽃이 보였다.

 

국화의 아름다움에 빠져 한참을 감상하고 있는데 꿀벌과 또 다른 벌이 열심히 꽃가루를 옮기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마치 파브르(프랑스의 곤충학자)가 된 기분이었다.

 

꿀벌은 다리에 꽃가루를 잔뜩 묻히고 이 꽃 저 꽃을 열심히 돌아다니며 꽃가루를 옮기고 있고 또다른 벌도 마찬가지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한참을 바라보다 보니 꿀벌과는 무언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벌을 자세히 보니 일반 꿀벌과는 다르게 배 부분의 색깔이 노란색을 띠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이 검은색을 띠고 있었다. 더욱 희한한 사실은 벌처럼 생긴 고것의 끝 부분에 벌침이 없다는 점이다.

 

 

그럼 이것이 벌일까? 생긴 모습은 분명 벌이다. 하는 짓도 벌하고 똑같다. 그런데 벌의 생명인 벌침이 없다. 양물(남자의 상징)이 없는 내시와 같이 벌침이 없는 벌을 벌로 보아야 할까?

 

벌에 얽힌 추억이야기

 

문득 이 벌을 보니 어릴 적 이 벌을 잡아 여학생들을 놀리던 기억이 난다. 내가 나온 산골의 한 초등학교에는 학교 주변에 갖가지 꽃들이 알록달록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고, 이로 인해 날아드는 벌과 나비도 많았다. 그리하여 학교에 다니는 어린아이들도 자연스럽게 꽃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고, 꽃에 날아드는 곤충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렇다 보니 꽃구경을 하다가 벌을 잘못 건들어서 벌에 쏘이는 아이들도 많았다. 그런데 아무리 건들어도 쏘지 않는 벌을 발견하고는 이내 남자 아이들의 장난이 시작된다. 손으로 쏘지 않는 벌을 잔뜩 잡아서는 교실로 들어가 여자 아이들에게 겁을 주며 장난을 친다. 벌을 본 여학생들은 기겁하며 소리를 지르고 도망을 간다. 놀라며 도망가는 여학생들을 본 남학생들은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또 한쪽에서도 남학생들이 여학생(아무리 생각해봐도 짝사랑하는 여학생에게 주로 장난을 쳤던 것 같다)을 붙잡고 장난을 친다.

 

“손 내밀어 봐. 줄 게 있어.”
“뭔데?”
“귀여운 거. 자! 선물이야.”

 

하며 손에서 손으로 벌을 건네주자 여학생은 이내 깜짝 놀라며 소스라친다. 비록 여학생들을 놀리는 도구(?)로 사용되었지만 침 없는 벌을 보며 좋은 장난감이 없어도 재미있게 지냈던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보았다.


태그:#국화,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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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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