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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은 끝났다? 이른바 범개혁 진영에 패배주의 그림자가 깔려 있다. 그러나 여전히 "다시 한 번 더"를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가치과 비전 경쟁을 통한 후보단일화를 통해 대선 의미를 회복하고 과거에 대한 반성과 미래에 대한 선택을 호소하는 목소리다. 강금실 전 장관이 <오마이뉴스>에 기고문을 보내왔다. 이후 박주현 전 청와대 국민참여 수석의 글이 이어질 예정이다.  <편집자주>

대선은 집권을 목표한 정치세력간의 경쟁이다. 국민은 선택의 권리를 가진다. 안타깝게도 이번 대선은 한달여를 남긴 지금까지 이런 대선 본연의 의미를 상실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한 세력 내의 두 후보가 분열해서 선두를 다투고 있을 뿐, 범여권 후보들의 지지율을 합쳐도 한 후보를 뒤따라가기 어려울 정도이다.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해 온 세력이 외면당하고 있다. 정치세력간의 경쟁구도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여권의 오만과 불성실이 오늘의 상황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 변명할 여지가 없다. 그렇다 해도 현재 상황은 정상적이라 할 수 없다. 특히나 선거가 과거의 평가와 함께 미래의 선택이 공존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이제 범여권 후보들의 과제는 자명하다. 정치세력간의 의미있는 대선 경쟁구도를 만들어 국민에게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는 의무를 져야한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후보단일화가 논의되는 이유이다. 달리기에서 1등을 하고 싶어도 일단 기본적 조건을 갖추지 못한다면 출발선에 서있는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러나 단일화에는 전제가 있다. 거시적 성장 보다는 개개인의 삶의 질과 행복을 존중하는 정책을 선택해야 한다. 서민층과 약자를 위한 분명한 방향을 제시하는 데 동의해야 한다. 후보간의 그리고 세력간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 속에 이러한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대선에서 미래가 보일 때, 그리고 정치세력을 대표하는 주자들이 미래의 희망을 두고 경쟁할 때 대선이 대선다워지는 것이다.

 

후보단일화, 공개 토론으로 경쟁하라

 

신당과 민주당의 합당과 단일화 합의 논의는 시작일 뿐이다. 거기서 안주한다면 여권은 출발선에도 서 보지 못하고 경기가 끝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국민 대다수는 한반도 평화번영과 양극화 해소를 통한 사회통합을 바란다. 여권의 후보들이 야권의 후보들과 달라야 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이러한 가치가 타협할 수 없는 원칙과 철학의 문제로 자리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켜야 하는 가치를 위해 물러설 수 없는 절박함이 있을 때에만 국민에게 진정성이 전달될 수 있다. 이러한 전제를 깔고 단일화과정을 통해서 국민으로부터의 믿음과 희망을 회복하고 지지세력을 결집해야 한다.

 

단일화로 선출된 후보는 개인이 아닌 세력을 대표하는 인물로서, 원칙을 실현하는 대리인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기득권을 주장하거나, 이해관계를 계산한다면 또 한번 국민의 분노와 실망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모든 여권후보들에게 엄숙하게 주장한다. 단일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우리가 지금 선두를 달리는 후보군과 무엇이 다른지 우리의 비전이 무엇인지를 국민 앞에 보이고 공개토론을 통해 경쟁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이 범여권을 대표해서 나설 만한 후보를 결정할 수 있도록 직접적이고 적합성 있는 국민참여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경쟁에서 밀려난 세력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겠는가.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켜서 국민의 마음을 끌어들이고 설득하여 지지를 결집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후보간 비전과 정책경쟁을 통해서 대표성을 회복하고, 그 과정에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국민이 직접 정치세력을 대표할 후보를 결정하게 해야 한다. 각자의 셈법을 버리고 커다란 정치흐름을 읽는 대범한 자세로 국민의 입장에서 공정하고 공개적인 경쟁절차를 만들어야 한다.

 

전쟁터 장수에겐 후사를 도모할 자격이 없다 

 

후보단일화 과정을 통하여 대선의 진정한 의미를 살려낸다면 아직도 늦지 않았다. 지금 많은 국민들은 대선의 열기를 느끼지 못한다. 대세를 이루고 있는 야권 후보들에게서 미래지향적인 시대정신을 도저히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도리어 퇴행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어느 후보도 공개적이고 투명한 국민선택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내가 여권세력을 대표하는 단일화후보 적격자라고 자처하기 어렵다. 역사의 대의 앞에서, 국민 앞에서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후사를 도모할 욕심도 버리고 단일화에 임해야 한다.

 

대선의 경쟁구도가 무너진 상황에서 따로따로 달리겠다고 나서는 주자들은 주자로서의 자세를 갖추지 못한 것이다. 더 나아가 어차피 질 것이니 후사를 도모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도대체 대선에 왜 나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선은 집권을 목표로 한 경쟁이지, 후사를 도모하기 위한 예비선거가 아니다.

 

역사소설이나 사극을 보다 보면, 자기 세력의 멸망을 눈 앞에 둔 큰 전쟁이 벌어졌을 때, 후사를 도모하기 위해 갓난아이를 뒤로 도망시키는 절박한 광경은 있지만, 앞서 나간 장수에게는 후사를 도모할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목숨을 내어놓고 싸우며 승리를 도모할 뿐이다. 승리를 위해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성급한 패배주의는 금물이다. 국민은 역사를 기억한다. 대선의 진영도 갖추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져서 각자 가는 데까지 가보겠다는 모양새를 보인다면 그 결과는 참담하다. 어쩌면 우리의 가장 큰 잘못은 과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번 대선을 통해 미래를 지키지 못했다는데 있을지 모른다. 지금 몰입해야 한다. 그러면 미래가 열릴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 미래는 최선을 다하는 현재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태그:#강금실, #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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