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2일 저녁 호주국영 abc-TV의 '레이트라인(Lateline)' 보도에 의하면, 오랫동안 호주에 합법적으로 거주한 베트남 태생의 토니 트란(35)이 호주 이민부의 실수로 무려 5년 이상 불법이민자 강제수용소에 수용되는 믿기 어려운 사태가 발생했다. 그의 부인은 퀸즐랜드주 브리스베인에서 만난 한국여성이었다. 그들 사이에는 아들도 하나 있었다. 베트남 태생 아빠, 한국 태생 엄마, 호주 태생 아들이 한 가족을 이루는 다국적 가정이 탄생한 것이다. 그런데 트란씨 가족은 생이별을 했고 그는 억류되어 억울한 세월을 5년이나 보냈다. 인간의 존엄성 존중과 인권의 소중함을 주장하는 호주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민부의 실책이 몰고 온 비극 지난 1999년 12월 트란의 가정에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가 부인(아래 부인 및 엄마로 표기)의 결혼비자(spousal visa)를 신청하자, 이민부 당국자가 그를 불법체류자로 간주하고 긴급 체포하여 강제수용소에 가둔 것. 이민부는 "트란의 '브리징 비자 A(Bridging Visa A)' 유효기간이 1998년에 만료되어 취소통보를 보냈는데 그가 아무런 후속조치를 하지 않아 강제수용소에 구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송에 출연한 트란은 "그런 통보를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트란이 수용소에 감금되어 있던 2001년 이민부는 트란의 부인과 당시 3살이던 아들 헤이(Hai) 트란을 한국으로 강제추방 했다. 헤이의 엄마가 한국여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들 모자는 2003년 호주로 다시 돌아왔으나, 트란을 접촉하는 것마저 불가능하자(트란은 강제수용소에 수용된 이후 아내를 한 번도 볼 수 없었다) 부인은 아기를 혼자 키울 능력이 없다면서 아들 헤이를 브리스베인에 놔두고 한국으로 돌아가 버렸다. 트란이 5년 동안 네 군데의 강제수용소를 전전했기 때문이다. 결국 헤이는 호주 양육기관에서 지내다가 기간이 만료되어 입양 형식으로 호주가정에 머물렀다. 헤이는 현재 무국적 상태다.
이민부, 강제추방 위해 아동 이름 한국식으로 몰래 바꿔 abc-TV '레이트라인' 프로그램의 특종으로 보도된 이 사건에서 더욱 충격적인 대목은 호주 이민부가 헤이를 한국으로 강제추방 하기 위해서 헤이의 성을 아빠가 아닌 엄마의 성으로 몰래 고친 점이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민법 전문가는 "아빠에게 그런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은 불법"이라고 이민부를 공박했다.
12일 저녁 방송에 출연한 트란은 "나는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부인과 인사도 나누지 못했고 아들 헤이와 뽀뽀조차 못했다"고 울먹였다. "뿐만 아니라 수용소 안에서 다른 수용자들로부터 폭행을 당했고 몸도 많이 아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서 "아들의 양육권을 위해서 어린이법정에서 심리를 할 때도 이민부는 내가 개입할 수 없도록 법정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주의 강제수용소로 이관시켰다"면서 "5년 동안 무려 4개 주의 4군데 소용소를 전전했다"고 주장했다. 트란은 "수용소에 있는 동안 가장 슬펐던 건 주말에 허용되는 한 통의 전화로 아들에게 '공부 열심히 해라, 아빠는 잘못이 없다, 우리 가족은 언젠가 만날 수 있다'고 말하면 아들이 '아빠를 언제 만날 수 있나? 아빠를 언제 만져볼 수 있나?"라고 물었을 때"라면서 울먹였다. 트란은 "'아빠의 사진이라도 보고 싶다'는 아들의 바람을 들어주기 위해서 수용소 안에서 사진을 찍었지만 끝내 보여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는 그런 조치에 항의하기 위해서 수용소 지붕에서 뛰어내린 적도 있다"고 밝혔다.
"트란의 호주체류 14년은 합법" 트란은 강제구금 당할 때까지 7년 동안 호주에 거주했다. 그는 베트남 태생으로 미국에서 난민 신분으로 머물다가 호주로 입국하여 비자조건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이민부의 통보에 답신을 하지 않은 것인데, abc-TV의 보도에 의하면 그 통보편지는 개봉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민부로 반송됐다. 방송에 출연한 이민법 전문가는 "설령 답신이 없다 할지라도 긴급체포하여 강제수용소에 수감할 때는 본인에게 모든 걸 확인해야 하는데, 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민부가 실책(bungle)을 범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문가는 "아무리 트란의 브리징 비자A 조건에 문제가 있다 할지라도 본인에게 그 사실을 통보하고 확인받을 때까지는 (체류가) 합법이다, 그동안 트란은 단 한 차례도 이민부의 비자취소 통보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1993년 이후 그가 호주에 체류한 14년은 합법"이라면서 "이 조건은 아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안 이민부는 트란을 급하게 석방했다. 그러나 트란의 가정을 파괴한 이민부는 석방 2년이 지난 지금까지 공식사과와 피해보상을 하지 않고 있다. 트란은 현재 이민부의 사과와 피해보상을 받기 위해서 빅토리아주 고등법원에 제소한 상태다.
파괴된 가정, 그러나 해명 않는 이민부 트란의 이민 에이전트 리비 호가스는 "트란은 1993년부터 유효한 비자를 소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민부는 그의 가족에게 수십만 호주달러를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트란은 지금도 비자문제가 정비되지 않아 무국적상태이고 소년(헤이)도 한국으로 불법추방 됐기 때문에 그에 따른 후속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레이트라인' 프로그램 리포터는 "호주 이민부는 소년을 한국으로 강제추방하기 위해서 한국보건복지부와 호주현지공관과 접촉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12일 밤 방송 중에도 서울의 거리장면이 반복적으로 방영됐다.
abc-TV 리포터는 이 사건에 대한 반응을 듣기 위해서 이민부와 접촉했는데, 이민부 직원들은 일체 답변을 거부하면서 캐빈 앤드류스 연방이민부 장관에게 물을 것을 요구했으나 앤드류스 장관은 방송이 나갈 때까지 연락이 안 된다고 보도했다. 한편 호주 이민부는 지난 몇 년 동안 독일계 호주 시민권자인 코넬리아 라우를 불법으로 강제수감 했고(스튜어디스 출신으로 수감 당시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음) 필리핀계 시민권자 비비안 알바레즈 소론을 강제추방 한 실책을 저지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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