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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두 번 타야 도착할 수 있는 곳, 대한민국 전도에는 제주도 가까운 곳에 점으로 찍힌 아주 작은 섬 예작도.

 

이 섬에는 학원은 물론 구멍가게도 없다. 학교가 섬의 하나뿐인 관공서이자 놀이터다. 이런 외딴섬에 최근 경사가 잇따르고 있다. 완도군 보길동초등학교 예작분교장의 '예작분교 소리터'가 지난 11월 9일부터 11일까지 3일 동안 공주대학교에서 열린 제16회 공주세계사물놀이 겨루기 한마당에서 뛰어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우수상과 인기상을 차지한 것.


창작부문에 참가한 '예작분교 소리터'는 초중고·일반·전문인팀 등 총 61개팀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당당하게 예선을 통과했다. 본선에서도 외국인 팀과 치열한 경쟁 끝에 우수상(행정자치부장관상)과 함께 뛰어난 무대 매너로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박수갈채와 호응을 얻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인기상을 수상했다.


특히 '예작분교 소리터'는 올 6월 2일, 인천광역시 부평구 주최로 열린 제8회 전국학생풍물경연대회 사물놀이(앉은반) 부문에서 금상과 특별상(개인-상쇠)을 수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잠꼬대 하면서도 장단 맞추기도 하고

 

전교생 6명(1∼5학년)으로 구성된 '예작분교 소리터'는 송삼섭, 송창신 선생님의 열정어린 지도와 학생들의 호응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짧은 시간에 큰 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는 게 지역민들의 중론이다.

 

송창신 분교장(여)은 "13가구에 교직원을 포함해 30여 명이 거주하는 예작도에는 학원 하나 변변찮은 관공서 하나 없어 3명의 교사들이 모여 학생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면서 "2006년부터 사물놀이를 전공한 송삼섭 선생님과 풍물을 전공한 제가 의기투합해 '소리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송 선생님에 따르면 학생들의 사물놀이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어서 잠꼬대를 하면서도 장단을 맞추기도 하고 손가락에 물집이 잡혀 피부가 벗겨져도 싫다는 소리 한번 하지 않고 학생들 스스로 눈만 뜨면 연습에 연습을 반복하고 있다고 한다.

 

예작도 주민들의 호응도 대단하다. 아침 저녁으로 학생들이 연습하는 소리가 안 들리면 왜 연습을 안 하고 있는지 확인하기도 한다.
 
지역민들의 전폭적인 성원에 힘입어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올해 초 '2007학년도에는 2000번을 연습해 세계로 나가자'는 목표를 정했다. 목표 대로 피나는 연습을 거듭한 학생들이 이번 대회에 출전한 계기도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김덕수 선생님께 인정을 받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큰 상을 받아 학생들에게 동기부여도 됐다.

 

송창신 선생님은 "학생들의 실력이 일취월장해 선생님들의 지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 광주전통문화연구회의 도움을 받고 있다. 우리 학생들 모두가 제2의 김덕수를 꿈꾸며 누가 시키지 않아도 두 사람 이상만 모이면 장소를 불문하고 구음을 노래하고 무릎장단을 치며 노는 것을 보면서 교직생활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세 분 선생님들은 사물놀이 연습으로 자칫 소홀해지기 쉬운 교육과정을 보충하기 위해 밤 늦은 시간까지 학생들의 개인별 보충학습 지도와 점심시간을 이용한 피아노·컴퓨터 지도에도 시간을 할애에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다.

 

또 학생들은 학년 수준에 맞도록 한자급수 자격검정시험 경시대회에 전교생 합격을 목표로 꾸준히 한자공부도 하고 있다. 밤낮없는 쉼터이자 공부방인 예작분교장은 그래서, 학생들과 주민들에게 '24시 편의점'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주민들에게 '24시간 편의점'이란 애칭으로 불려

 

현재 2명의 학생은 모듬북과 사물악기에서 4종의 악기를 능숙하게 연주할 수 있으며 3명은 3종의 악기를 능숙하게 연주할 수 있다.

 

귀염둥이 1학년 정고운 학생은 지금은 징을 연주하고 있지만 다른 악기에도 관심이 많아 머지않아 언니들처럼 여러 악기의 연주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뚫으세 뚫으세 물구녁을 뚫으세
솟아라 솟아라 맑은 물만 솟아라
예작도는 미역이랑 전복이랑 톳도 따고
예작분교 소리터 우리 한 번 놀아보세∼.

 

이번 대회에 참가한 경연팀 중에서 평균 연령 최연소 섬마을 아이들이 우렁차게 읊었던 별달거리 사설에 관객들은 눈물어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정부가 농어촌학교 통폐합이 시대의 대세인 양 몰아가고 있지만 전교생 여섯 명의 예작도 아이들과 세 분의 선생님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저 남쪽 바다를 향해 신명나게 꽹과리를 두들겨 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희망교육21(www.ihope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사물놀이, #희망교육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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