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일요일은 쉬게 하라." "노동자들은 혹사시키지 말라." 매년 11월이 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전태일이다. 우리의 기억 속에 '아름다운 청년'으로 남아 있는 전태일, 그가 노동조건 개선을 외치며 1970년 11월 13일 청계천 평화시장 한복판에서 불꽃으로 산화한 지 서른일곱 해가 됐다. 올해는 그의 이야기를 만화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바로 만화가 최호철이 펴낸 <태일이>(1, 2권, 글 박태옥, 돌베개) 덕분이다. 최호철 작가가 어린이 교양만화잡지 <고래가 그랬어>에 지난 2003년부터 연재하고 있는 <태일이>를 도서출판 돌베개에서 단행본으로 엮었다. 이번에 출간된 1권 '어린 시절'과 2권 '거리의 천사'에는 작가가 2003년 10월부터 2005년 6월까지 연재한 전태일의 어린 시절에 대한 내용이 실렸으며, 이후 내용은 내년 11월까지 전체 5권으로 완간될 예정이다. 1권에는 소년 전태일이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돈을 벌기 위해 거리로 나서지만 열심히 일해도 몸만 상하고 돈을 벌지 못한 채 가출한 지 1년만에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가, 2권에는 공부를 하고 싶은 태일의 열망과 사업을 중요시 하는 아버지와의 갈등이 펼쳐진다. 또 태일의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라고 회고되는 청옥학교 시절도 담겼다. 20년 전 스무살 때 <어느 청년 노동자의 삶과 죽음>(현재의 <전태일평전>)을 읽고 만화로 그리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최호철 작가는 고 조영래 변호사가 쓴 <전태일 평전>과 전태일 수기 모음집인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에 기초하면서도 전태일의 어린 시절과 그 시절의 시대상을 더 자세히 묘사하기 위해 가족들과 친구들의 인터뷰, 취재 내용을 덧붙였다고 밝혔다. 그는 "어린이들에게 수많은 인물 이야기가 읽혀지고 있지만, '일하는 사람 전태일'의 이야기야말로, 진실로 사람을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한 사람이 세상을 보는, 참된 사랑과 참된 삶의 이야기인 것 같다"면서 "그 큰 사랑과 삶을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호철 작가는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공부했으며, 그림책 작가, 만화가로 활동해왔다. 대표작으로 <괜찮아> <코리아판타지> 등이 있으며, 현재 대학에서 만화를 가르치고 있다. 한편 돌베개 출판사는 이번 <태일이> 출간과 함께 <청계, 내 청춘>을 함께 펴냈다. 전태일 열사의 뜻을 받들어 결성된 청계피복노동조합의 역사를 제2회 전태일 문학상 수상자인 안재성씨가 담아낸 책이다. 작가는 전태일이 지핀 그 꿈에 동참한 '이름 없는 전태일들'의 집단 초상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