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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지 가져오지 말라고 하였지?”
  “재미있어서요.”

 

  아침 자습은 하지 않고 딱지치기를 하고 있는 준섭이와 지원이를 지적하니, 아이들은 웃으면서 대답한다. 웃는 얼굴에 침 뱉지 못한다고 하였던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대답하고 있는 아이를 더는 심하게 나무랄 수가 없다. 초롱초롱한 눈빛에는 우주가 고스란히 담아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꾸중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교육은 줄다리기다. 줄다리기의 묘미는 힘의 평형이다. 힘의 균형이 깨지게 되면 게임은 끝나버린다. 어린이를 교육한다는 것은 사랑이라는 줄을 가지고 줄다리기를 하는 것이다. 힘의 평형이 무너지게 되면 교육의 효과는 얻을 수 없다. 어린이쪽으로 무게 중심이 가게 되면 힘을 가해야 하고, 약해지면 힘을 빼면서 조절해야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힘의 조정은 믿음이 전제되었을 때 가능해진다. 신뢰는 약속을 지킬 때 생긴다. 어린이를 지도하고 있는 선생님이 약속을 지키지 않게 되면 관계에 불신이 배어들 수밖에 없다. 불신이 존재하게 되면 힘의 평형을 유지할 수가 없고 교육의 근본이 흔들리게 된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선생님이 솔선하여 약속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약속을 지킨다는 것을 변함없는 실천이다. 아침 자습을 하기로 약속을 하였으면 그 것을 지켜야 한다. 어린이들과 한 약속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져야 하는 것이다. 어린이들과 한 약속을 바빠서 지키지 못하게 되면 신뢰는 무너지는 것이다. 선생님이 먼저 약속을 지키게 되면 어린이들도 그 것을 믿고 실천하는 것이다.

 

  어린이들과 처음 만나서 약속을 하였다. 그 약속을 보면, 일기 쓰기, 받아쓰기 시험, 아침 자습하기, 과제 잘해오기 등이다. 이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실천하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교육이 어려운 것이다. 어린이들과의 신뢰가 구축되지 않으면 지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체험을 통해 잘 알고 있기에 실천해 왔다.

 

  90%의 어린이들은 약속을 잘 지키고 있다. 꾸준히 일 년 동안 실천해온 어린이들은 일취월장하고 있다. 그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뿌듯해지고 보람을 느끼게 된다. 시나브로 달라지는 그들의 모습이 자랑스럽게 만든다. 문제는 10%의 어린이들이다. 오늘도 아침 자습을 하지 않고 딱지치기를 하고 있는 준섭이와 지원이가 문제인 것이다.

 

 

 

  사흘 전에 예고하였었다. 딱지를 학교에 가져오면 돌려주지 않겠다고 하였다. 150장에 이르는 딱지를 가지고 놀이에 빠진 것을 난감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약속을 실천하기 위하여 딱지를 압수하였다. 울상이 되어버린 준섭이의 얼굴을 보고 마음이 약해졌지만, 눈을 질끈 감았다.

 

  준섭이와 지원이는 덜 익은 감을 닮았다. 빨갛게 익은 감은 성실하게 열심히 실천한 결과이다. 지난 일 년 동안 햇살을 받아 열심히 노력하였기에 빨갛게 익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제 일에 충실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으면 감은 제대로 익을 수가 없다. 벌레가 먹을 수도 있고 열매가 충실해질 수가 없다.

 

  빨갛게 익은 감은 가을을 아름답게 장식을 한다. 가을을 우뚝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감이 가을을 대표하는 것처럼 어린이들도 성실한 태도를 가지게 되면 내일의 동량으로 자랄 수 있다. 그러나 학습에 성실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를 예방하는 것이 바로 교사의 책무다. 성실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것은 교사의 의무다.

 

  어느 날 갑자기 공부를 잘 할 수는 없다. 갑자기 벼락부자가 될 수가 없듯이 학습에는 왕도가 없다. 하루하루 열심히 노력할 때 자신도 모르게 실력이 늘어가는 것이다. 실천을 통해서 이런 진리를 터득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인 인성 교육이다. 바른 인성을 구축하지 않고는 밝은 내일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중용에 보면 성실을 하늘의 도라고 하였다. 성실을 다섯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먼저 널리 배우는 박학을 말한다. 다음은 자세히 묻는 심문이라 하였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생각하는 신사와 분명한 판별인 명변으로 설명하였고 마지막으로 독실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독행을 강조하였다.

 

 

 

  성실이란 최선을 다 하는 태도를 말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란 발휘될 수 있도록 있는 힘을 다 발휘하는 것이다.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다 동원하여 진력을 한 다음에는 하늘의 뜻을 기다려야 한다. 성실한 태도란 바로 이런 자세를 말한다. 게으름을 피우면서 변명을 늘어놓거나 핑계를 대는 것은 성실하지 못한 태도다.

 

  인생에 있어서 성패를 가름하는 것은 1%의 차이다. 평생 교육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시대에서 1%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 바로 그 것은 성실한 태도인 것이다. 최선을 다 하는 성실한 태도를 몸에 배이도록 하는 일은 어린이들의 인생을 좌우하게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차이가 얼마 나지 않지만 세월이 흐르면 엄청난 차이가 나는 것이다.

 

  하교할 때, 준섭이와 지원이에게 딱지를 돌려주었다. 제 할 일을 다 하고 난 뒤에 놀이를 하는 것이 좋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돌려받는 딱지만을 반가워하지 않고 선생님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 것인지를 알아주기를 바라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였다. 준섭이와 지원이의 얼굴에서는 함박 웃음꽃이 피어났다. 그 웃음에 성실의 중요성을 깨우쳤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해보았다.<春城>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선운사에서


태그:#단풍, #가을, #성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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