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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취향이나 선호도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매번 보면 식상하고 어쩌다 한번 보면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KBS 2TV <미녀들의 수다>(이하 미수다)가 바로 그런 류의 프로그램이다.

 

일각에서는 <미수다>를 두고 '섹시한 외국인 여성들을 볼모 삼아 시청률을 올리는 프로그램'으로 평가 절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핀란드 출신 따루나 요즘은 출연이 다소 뜸해진 레슬리의 경우를 주목해서 본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또 '섹시한 미녀들'이 등장한다는 점도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미수다>의 감초인 핀란드 출신 따루는 수다 스럽기가 그지없다. 하지만 그녀가 구사하는 한국어는 어찌나 빠르고 술술 나오는지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고 있는 필자 보다도 어휘력이 풍부해 보일 때가 있다.

 

미국인 레슬리는 또 어떤가. 흑인이란 이유로 한국인과의 결혼도 실패하는 등 오랜 한국 생활에서 적지 않은 상처를 받았을 그녀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깊어 보일 때가 많다. 언제부터인가 그녀들이 피부색만 약간 다른 한국인처럼 느껴지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인 듯싶다.

 

<미수다>도 '하리수 효과' 낼 수 있을까?

 

가뭄에 콩나 듯이 <미수다>를 보면서도  이제는 이방인에 대한 막연한 거리감 보다는 더이상 그녀들이 '낯설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것은  아마도 '익숙함' 때문인 듯싶다.

 

실제로 익숙함을 통해 편견이 줄어든 사례가 있다. 한때 하리수의 등장으로 대중은 성전환자에 대해 점차 익숙해 지기 시작했다. 그런 익숙함은 결국 성전환자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익숙함은 종종 편견을 사그라 들게 하는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러나 성전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누그러뜨린 하리수 역시도 처음엔 빼어난 미모를 바탕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성전환자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공인 받았다. 이른바 '하리수 효과'인 셈이다.

 

<미수다> 역시 미녀들의 '미모'를 앞세워 인기를 끄는 프로그램이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 혐의에도 불구하고 <미수다> 또한 하리수처럼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 한다면 그것은 지나친 것일까.

 

최근 국제 결혼을 통해 농촌으로 유입되는 귀화 여성들이나, 다른 여러가지 이유로 한국에 귀화하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 그러나 결국 그들 귀화자들 역시 시간이 지나 '미녀'들이나 하리수처럼 익숙해 지면, 우리사회도 그들을 편견 없이 받아 들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굳이 UN이 권고하고 나서지 않더라도 말이다.

 

어쨌든 <미수다>는 편견이 단지 익숙하지 못한데서 오는 것일 뿐이란 점을 새삼 상기 시키고 있다. 그녀들의 수다는 그래서 나름 가치가 있어 보이는 지도 모르겠다. 

 

톡쏘는 남희석 특유의 '시사 유머'  

 

<미수다>를 말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역시 진행자 남희석이다. 사실 미녀들 때문이 아니라 남희석 때문에 이 프로를 볼 때가 있다. 남희석은 재치있는 입담을 통해 한국어에 익숙치 않은 일부 '미녀' 출연자들을 토크의 마당으로 이끄는 조련사(?)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 그의 입담은 어느 순간 시사성과 어우러지며 톡쏘는 맛을 내기도 한다.

 

얼마전 <미수다>에서는 잠시 스치듯 서울의 수돗물 '아리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과연 '수돗물을 마음 놓고 마실 수 있는 것일까'에 대한 남희석의 짧은 한마디는 단연 압권이었다. "수돗물은 믿죠, 오는 관(수도관)을 못 믿어서 그렇지". 그는 늘 이런 식이다.

 

한국의 수돗물 정화 수준은 세계적인 수준에 결코 뒤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정화시설에서부터 개인의 집까지 배달되는 수돗물의 유통과정이다. 실제로 한 시민 단체는 "수도관이 노후된 곳이 많아 녹이 슬고 물이 새는 곳도 많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그래서 일까. '수돗물은 믿어도 수도관은 못 믿겠다'는 그의 한 마디는 와 닿는 구석이 있다.

 

매 순간 포인트를 놓치지 않고 적시에 치고 들어가는 남희석의 입담은 이처럼 시사성과 어우러지면서 빛을 발하곤 한다. 아마도 남희석은 평소에 신문이나 잡지를 즐겨보면서 시사 문제에도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듯싶다.

 

어쨌든 가벼운 듯하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그의 유머도 <미수다>를 보는 또 다른 재미 중 하나다.


#미수다#미녀들의 수다#남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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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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