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화문과 삿갓 은행나무눈을 비비고 다시 바라보아도 우리나라 가을은 너무나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파란 물이 뚝 떨어질 것만 같은 하늘과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단풍! 해마다 보는 가을풍경이지만, 이번 가을은 우리나라와 계절이 정 반대인 호주의 최남단 태즈마니아 여행에서 돌아와서인지, 인천공항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사방에 활활 타 오르는 울긋불긋한 단풍에 취해 정신이 아찔할 정도입니다. 남극권에 있는 태즈마니아는 지금 봄이 한창인지라 꽃들이 천지를 이루고 있는 데 반해, 서울의 거리는 활활 타오르는 마지막 늦가을 단풍으로 뒤덮여 별천지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단풍의 진수를 더 느껴보기 위해 어디 멀리 갈 것도 없이 곧 바로 창덕궁 후원을 찾았습니다. 창덕궁 후원은 비원(秘苑-Secret Garden)이라 불려온 곳으로, 문화재청이 선정한 '단풍 아름다운 유적지 7곳' 중에서 최고로 꼽는 고궁입니다. 돈화문으로 가까이 갈수록 샛노란 은행잎이 금화처럼 거리에 뚝뚝 떨어지며 휘날리고 있습니다. 찻집에 걸려 있는 붉은 고추와 강냉이도 예사롭지 않게 보입니다.
돈화문에서부터 창덕궁은 한국 최고 고궁답게 사람을 압도하고 맙니다. 고풍스런 담장 너머로 붉은 단풍이 활활 타오르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큰 덕은 백성들을 가르치어 감화시킴을 도탑게 한다'는 중용의 돈화(敦化)사상을 지니고 있는 돈화문. 그 돈화문 매표소 앞에 서 있는 오래된 은행나무는 마치 삿갓을 뒤집어 쓴 것처럼 샛노란 은행잎을 덮어 쓴 채 궁궐 밖에 표표히 서 있습니다. 이 은행나무를 볼 때마다 궐 밖에서 주유하는 방랑시인 김삿갓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요? 카페에는 주막의 막걸리 대신 커피향이 물씬 풍겨나고 있습니다.
돈화문을 지나 금천교에 이르니 새빨간 단풍나무와 노란 단풍나무 두 그루가 극적인 대조를 이루며 진선문을 가리고 있습니다. 금천교는 돌다리 아래 비단 같이 맑은 물이 흐른다 하여 지어진 이름인데, 물은 흐르지 않고 대신 비단보다 더 고운 단풍들이 금천교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멀리 인정전과 선정전을 비단처럼 감고 있는 단풍 숲이 기와지붕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궁궐에 남아 있는 유일한 청기와 지붕인 선정전의 짙푸른 청기와가 단풍과 어울려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편전에서 일월오악도를 배경으로 중앙에 앉아 가을 단풍을 바라보며 국사를 논의하던 임금의 심정은 어떠했을까요? 용마루가 있으면 두 용이 충돌한다 하여 설치하지 않았다는 대조전 지붕도 결국 불에 타 버려 경복궁의 교태전을 옮겨다 지었다는데, 그 지붕 위에도 단풍이 활활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정조의 개혁의지와 한이 서려 있는 부용지에는 낙엽만 휘날리고...창덕궁 단풍은 후원에 들어서자 그 진가를 더욱 발휘하고 있습니다. 후원으로 통하는 길에 들어서니 붉은 단풍이 기염을 토하며 담장 위에서 붉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차마 입을 다물지 못하고 얼이 빠진 듯 타오르는 단풍을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뒤돌아보면 마치 불길이 하늘에서 내려와 모든 궁궐을 집어 삼킬 듯한 기세로 단풍의 물결이 출렁거리고 있습니다. 때마침 불어오는 가을바람은 단풍의 불길을 더욱 거세게 부채질 하고 있습니다.
안내원의 성화에 못 이겨 겨우 발길을 돌려 고개를 넘어서니 그곳엔 또 다른 별천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만치 너른 연못과 연못 주변을 감싸고 있는 고풍스런 전각들이 울긋불긋한 단풍에 휩싸여 눈 안 깊숙이 밀려듭니다.
'하늘은 둥글고 네모나다'는 동양의 전통적 우주관에 의해 조성된 '부용지(芙蓉池)'가 정사각형 형태로 각을 이루고 있습니다. 사각형의 연못은 '땅'을 의미하며, 가운데 둥근 섬은 '하늘'을 상징한다고 하는데, 맞은편의 부용정은 두 다리를 연못에 담그고 사방으로 돌출된 지붕이 열십자형으로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활활 타오르는 단풍의 불길이 부용지의 물에 겁을 먹은 듯 고요한 자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부용지 건너편에는 정조 즉위(1776)에 지어진 주합루(宙合樓)가 단풍에 휩싸인 채 고즈넉이 어수문(魚水門) 위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어수문은 임금을 물水에, 신하들을 물고기魚에 비유하여 군신의 융화적 관계를 함축해서 담고 있다고 합니다. 반듯하게 새겨진 '宙合樓'란 편액은 정조가 친필로 새긴 것인데, 그 건물 1층은 국내외 도서를 소장한 왕립도서관 격인 규장각(奎章閣)이었다고 합니다.
정조는 이곳에서 젊은 인재들과 함께 글을 읽고 정리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산실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정조는 이곳 규장각을 도서실에서 연구소로, 연구소에서 왕의 비서실과 정책개발실로 확장하여 부친인 사도세자를 모함하여 능멸하고 권력투쟁만을 일삼는 무리 배들을 제거하여 나라의 발전을 바로잡는 개혁의 불길을 당기고자 했습니다. 정조는 이곳에서 정약용, 이승훈 같은 깬 사고를 가진 젊은 미래학자들을 불러 모아 인재를 키우며 썩어빠진 정치의 늪을 새로운 연못으로 바꾸는 개혁의 불을 당기고자 했습니다.
2007년 가을, 때마침 대한민국은 정조의 아이콘이 부용지에 붉게 타오르는 단풍처럼 활활 타오르며 되살아나고 있는 듯합니다. 마치 정조가 부활을 하듯 방송과 책들은 '이산 정조대왕 신드롬'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MBC의 사극 <이산>이 절찬리에 상영 중에 있고, 이상각의 <이산 정조대왕>은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라 있습니다.
"정조가 10년만 더 살았다면, 우리의 역사가 바뀌지 않았을까?" 역사학자 이덕일은 비운의 임금 정조가 10년만 더 살았다면, 정약용이나 이승훈 같은 반듯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을 정승이나 판서에 기용하여 개혁을 끝까지 몰고 나갔을 것이고, 그랬다면 조선의 운명, 아니 대한민국의 현주소가 크게 바뀌어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노론의 도도한 세력에 밀려 수차례 암살을 모면하다가 마침내 정조는 갑자기 개혁의 정점에서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정조의 갑작스런 죽음을 두고 혹자는 독살이라고 하고, 혹자는 화병이라고도 말합니다. 어쨌든 정조는 개혁을 완수하지 못하고 한을 품은 채 부용지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사라져 가고 맙니다. 부용지에는 그런 정조의 개혁 불길이 아직도 살아 있는 듯 붉은 단풍이 수채화처럼 일렁거리고 있습니다.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애련지의 단풍인재등용을 위해 과거를 실시했다는 영화당(暎花堂) 앞 매점에서 물을 한 병 사 마른 목을 축이며 낙엽 쌓인 길을 걸어갑니다. 담장 너머에는 창경원 단풍이 화려하게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애련지에 다가서니 통 돌을 깎아 세운 불로문(不老門)이 불타는 단풍 사이에 덩그러니 서 있습니다. 어떤 궁궐이든지 간에 궁궐은 문으로 시작되어서 문으로 끝이 납니다. 임금의 무병장수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는 불로문 사이로 낙엽이 불타고 있습니다.
'연꽃은 더러운 곳에 있으면서도 변하지 않고 우뚝 서서 치우치지 아니하며 지조가 굳고 맑고 깨끗하여 군자의 덕을 지녔기 때문에 이러한 연꽃을 사랑하여 새 정자의 이름을 애련정이라 지었다' 숙종은 '애련정기'에서 진흙 속에서도 아름답게 피어나는 연꽃을 사랑하여 정자의 이름을 애련정이라고 짓고 이곳을 수시로 산책하였다고 합니다. 애련지(愛蓮池)에는 붉은 단풍으로 둘러싸인 애련정의 그림자를 수채화처럼 담고 있습니다. 아, 자연이 그린 아름다운 한 폭의 수채화여!
고궁의 청소원들이 애련지에 담긴 낙엽들을 긴 그물로 열심히 건져내지만 눈꽃처럼 떨어지는 낙엽을 당해낼 재간이 없습니다. 그대로 두어도 되련만 누구의 지시를 받고 저렇게 하릴없이 낙엽을 건져내고 있는지. 애련지 주변에 서 있는 단풍들은 붉다 못해 마치 고로 속에서 벌겋게 달아오르는 쇳물처럼 붉게 이글거리고 있습니다. 단풍의 색깔이 너무 붉어서 잠시 쳐다보는데도 금방 눈이 시려옵니다. 어쩌면 저렇게 빨갛게 달아오를 수 있는지. 이는 우리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반도의 독특한 기후 탓이 아닐까요?
"가을이 오면, 한국의 시크리트 가든과 설악산의 단풍이 보고 싶어 눈물이 나요!"
몇 해 전 미얀마를 여행 했을 때에 만난 '삐쇼'라는 미얀마 청년의 말이 생각이 납니다. 그는 한국에서 7년 동안 일을 했던 미얀마 근로자인데 해마다 가을이 오면 한국의 비원과 설악산의 단풍이 그리워 눈물이 다 날 지경이라고 합니다. 그는 자기들 나라에서는 도저히 그런 단풍은 볼 수 없는 한국의 단풍이 그리워 안달이 날 지경이라고 했습니다.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눈물이 다 날 지경에 이르렀을까!
그런 애련지에 소슬한 바람이 불어 닥치자 낙엽은 마치 붉은 눈처럼 우수수 떨어집니다. 추풍낙엽! 그대로입니다. 쌓이고 쌓인 낙엽으로 연경당 앞의 연못은 마치 낙엽이 뒹구는 펀펀한 뜰처럼 보입니다. 바람에 빙글빙글 돌아가며 떨어지는 낙엽에 가리어 연경당 건물이 마치 신기루처럼 아른거립니다. 아, 꽃비처럼 떨어지는 낙엽이란...
점점 더 은밀해지는 비밀의 정원, 관람지에 배를 띄우고...옥류천으로 가기 위해 애련지를 벗어나 몇 걸음을 숲 속을 향해 걸어가니 노란 배추 속 같은 단풍이 선연하게 나타납니다. 옥류천으로 가는 관람지(觀纜池) 부근에는 점점 더 은밀한 비밀의 정원 분위기가 극에 달한 듯한 느낌표가 그려집니다. 부채꼴 모양으로 퍼져 있는 관람정(觀纜亭) 위에는 붉은 단풍나무 가지가 물결에 출렁거리듯 드리워져 있습니다. 관람지는 연못에 닻줄 즉 배를 띄워 구경을 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참으로 옛 조상들의 상상력이 기발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관람정 위에 육각으로 되어 있는 존덕정(尊德亭)이라는 잘 생긴 겹 지붕 정자 하나가 보입니다. 존덕정의 기와지붕 골 사이에는 떨어진 낙엽이 수북이 쌓여 금물처럼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천정에는 청룡과 황룡이 어우러져 있는데, 그 아래로 '만천명월주인옹(萬川明月主人翁)'이란 정조의 글씨가 새겨 있습니다. '수많은 강을 비추는 달과 같은 임금'이 되고자 했던 정조. 그는 개울(백성)을 골고루 비추는 달이 되고자 했으나, 시대의 아픔을 안은 채 지금은 그 시대의 임금도 백성도 낙엽처럼 사라져 버리고 없습니다.
존덕정을 지나 다소 가파른 비탈길에 올라서니 언덕의 정점에 규성이 모였다는 취규정(聚奎亭)이란 정자가 서 있는데, 그곳에도 여지없이 단풍이 불타고 있습니다. 비탈길을 힘겹게 올라와 숨을 고르기에 딱 좋은 장소입니다. 별로 채색을 하지 않는 단아한 정자가 오히려 주변의 단풍과 어울려 자연미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워놓고 시를 읊다!
더욱 비밀스런 옥류천(玉流川)의 단풍취규정 큰길에서 북쪽으로 좁은 오솔길이 하나 나 있는데, 이 길이 바로 후원의 가장 깊숙한 곳, 옥류천(玉流川)으로 가는 길입니다.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으며 걷다 보면 어느새 모두가 시인이 된 듯한 착각마저 느끼게 하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밟는 소리가..." 누군가의 입에서 구르몽의 시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시몬, 가자, 나뭇잎이 져버린 숲으로,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누구나 문학소년 소녀가 되어버리는 그런 정취가 물씬 풍겨나는 오솔길입니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임금과 선비들도 이 길을 걸으며 그런 감정을 느꼈겠지요.
옥류동 골짜기는 비원의 절정을 이루는 비밀한 장소입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안내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일행을 앞질러 서둘러 옥류천으로 다가갔습니다. 옥류천에 가까이 다가서니 소요정 앞으로 떨어지는 폭포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듯 들려옵니다.
후원에 웬 폭포소리냐고 하겠지만, 소요암을 깎아 물을 고이게 하고, 마치 경주 포석정처럼 둥그렇게 홈을 파 만들어 옥처럼 맑은 물이 바위 둘레를 돌아 폭포처럼 떨어지게 만들어 놓고, 임금과 신하들이 그 주위에 둘러 앉아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우고 시를 짓고 읊으며 풍류를 즐겼던 곳입니다.
飛流三百尺 폭포는 삼백척인데
遙落九天來 멀리 구천에서 내리네
看是白虹起 보고 있으면 흰 무지개 일고
飜成萬壑雷 골짜기마다 우뢰소리 가득하네
소요암에는 '玉流川'이란 인조의 어필이 새겨져 있고, 바로 그 위에 숙종의 오언절구시가 새겨져 있어 당시 이곳이 얼마나 임금과 선비들의 사랑을 받는 운치가 있는 곳인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졸졸거리며 마치 처마 끝에서 흘러 떨어지는 물소리일지라도 고요하기 이를 데 없는 이곳 후원에서는 삼백척 높이에서 떨어지는 우뢰 같은 폭포소리로 들렸을지도 모릅니다.
단풍은 소요정을 뒤덮고 옥류천 앞으로 긴 혀를 내밀어 폭포를 넘어 소요암까지 뻗칠 듯 기염을 토하고 있습니다. 옥류천에는 때마침 새들이 푸드득거리며 목욕을 즐기고 있습니다. 새들이 알까봐 간격을 두고 망원렌즈로 몰래 새들의 모습을 담아봅니다. 단풍 사이로 날갯짓을 하며 물속을 유희하는 새들의 모습이 더 없이 평화로워 보입니다. 관람객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자 새들은 곧 숲 속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고 맙니다.
옥류천 주변에는 소요정을 비롯하여 태극정(太極亭), 청의정, 농산정, 취한정 등 5개의 정자가 모여 있어 후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요암 뒤에는 천년을 족히 넘었을 주목이 속이 텅 빈 채로 살아 있고, 그 위로는 청의정이 후원 안에서는 오직 홀로 독야청청 초가지붕을 머리에 이고 불타는 단풍 속에 묻혀 있습니다.
'청의'는 '맑은 잔물결'이란 뜻인데, 과연 물 논이 청의정을 싸돌고 있고 물 논 가운데 볏짚으로 지붕을 얹어 주변의 자연과 소박하게 어울리는 건축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후원에 한 가닥 바람이 불 때마다 청의정의 초가 지붕 위로 낙엽이 우수수 떨어져 내려 가을 정취를 한껏 더해주고 있습니다. 사실 여기서 비원의 가을 단풍여행은 끝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비원에는 단풍 말고도 천년을 넘은 느티나무, 750년을 넘은 향나무, 650년을 넘은 다래나무, 400년은 족히 되었을 회화나무, 역시 400년 수령을 넘겼을 뽕나무 등 천연기념물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습니다. 후원을 제대로 돌아보려면 하루종일도 부족한 시간입니다.
옥류천에서 다시 취규정으로 올라가 청심정을 돌아보고 능허정으로 가는 언덕에 올라서는데 관람객들의 물결이 무수히 떨어지는 낙엽처럼 붐비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 관람객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능허정 능선길에도 여전히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단풍들이 오색으로 숲을 물들이며 들어서 있습니다.
한국 고유의 단풍나무들로 곱게 치장된 창덕궁 단풍은 어쩌면 설악산과 내장산 단풍보다도 그 색이 더 아름답게 보일 뿐 아니라, 고풍스런 정원과 연못이 함께 어우러져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멋진 경관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직했으면 미얀마의 삐쇼가 가을이 오면 비원의 단풍이 보고 싶어 눈물이 다 날 지경이라고 했는지 짐작케 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가까이 있음에 귀하고 아름다운 줄을 모르기 십상입니다. 현재 남아 있는 조선의 궁궐 중 그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창덕궁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탁월함에서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최근에는 덴마크의 여왕 마르그레테 2세가 이곳을 찾아 그 아름다움에 원더풀을 연발했고, 한국을 찾는 귀빈들은 모두 아름다운 '시크리트 가든'을 찾아와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곤 합니다.
해마다 가을이 오면 '비밀의 정원'은 아름다운 단풍으로 활활 타오르며 더욱 값지게 빛나고 있습니다. 금호문을 통해 창덕궁을 나오면서 이 빛나는 보석이 오염으로 부서져 버리지나 않을지 걱정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비원의 단풍을 뒤돌아보는데, 미얀마의 그 어디선가에서 한국의 단풍이 보고 싶어 눈물이 날 정도로 안달을 하고 있을 삐쇼의 표정이 단풍과 함께 어우러져 눈앞에 어른거립니다.
"가을이 오면 한국의 시크리트 가든 단풍이 보고 싶어 눈물이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