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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rotic Religion' 천의 얼굴, 힌두교의 새로운 모습이 반가운 도시, 커주라호.

 

섬기는 신이 하도 많아 우리의 무속신앙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힌두교. 힌두교를 빼면 인도를 설명할 수 없다. 어디를 가도 힌두교의 사원을 만날 수 있지만 흔한 사원들과 다르게 '차별화된' 모습으로 여행객들의 발길을 잡는 곳이 있으니 그곳이 '커주라호'다.

 

옛 찬달라 제국의 수도였던 커주라호는 지금은 작은 농촌 마을에 불과하다. 이곳이 주요 여행지로 각광받는 이유는 '서부사원군' 이라고 하는 사원 밀집지역 때문인데 종교사원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화려한' 사원 조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사원의 외벽은 온통 노골적인 성행위 장면으로 가득 차 있다. 이것이 카마수트라의 기원인가 싶을 만큼의 다양하고 적나라한 장면들은 어느 '포르노' 잡지에 뒤지지 않을 것이다. 오죽하면 이곳에 왔던 간디가 분노하며 모두 부숴버리고 싶다고 했을까. 영국에도 비폭력을 주장했던 간디가 말이다.

 

실제로 엄격한 이슬람 정권이 들어섰을 때 대부분을 파괴해 버리고 남은 사원이 지금의 서부사원군이라고 하니 살아남은 것이 신기할 뿐이다.
 
흔히 생각하기로 종교와 성은 극과극의 주제일진대, 이들의 자연스런 만남을 목격하는 건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종교를 금기시하거나, 숨기거나 절제를 미덕으로 삼지 않는가.
 
때론 투박하고 너무 파격적이면서 다소 거칠지만, 그만큼 '중생'들의 고된 삶을 꾸밈없이 받아들이며 희노애락을 담아낼 줄 아는 힌두교의 넉넉함은 인도의 새로운 매력이다.
 
근엄하고 세련된 클래식도 멋있고 분위기있는 발라드도 좋지만 시대와 세대를 넘어 우리 삶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뽕짝의 편안함. 인도인들도 그 느낌에 반한 것일까. 전세계를 주름잡는 불교의 근원지 인도사람들의 70%는 힌두교인들이다.
 
웅장한 타지마할의 아그라 사람들도 그 웅장함을 닮아 '거만'했다면, 세속적이고 투박한 서부사원군의 커주라호 사람들은 그 소박함을 닮아 순박하다. 서부사원군 앞에서 여행객들을 붙잡으며 조잡한 카마수트라 그림책을 파는 커주라호 사람들도 밉게 보이지 않는 건 내가 너무 편파적인 걸까.
 
 
 
해질녘 자전거로 동네 한바퀴 산책하듯이 돌아보며 바라보는 사원은 어둠과 함께 본래 '사원'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4편에서 계속..)

태그:#인도배낭여행, #커주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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