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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비전을 통해 후원하고 있는 아이의 사진. 후원 시작일을 기준으로 해마다 아이에 대한 정보를 보내주는 듯하다.
 월드비전을 통해 후원하고 있는 아이의 사진. 후원 시작일을 기준으로 해마다 아이에 대한 정보를 보내주는 듯하다.
ⓒ 강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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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0월 중순)은 좀 고된 날이었지요. 아침 일찍부터 분주한데다 딱히 맡았다고 볼 수 없는 일에 대한 책임까지 떠맡느라 스트레스도 좀 받았답니다.

게다가 밥 때도 놓쳤지요. 그렇게 밤 늦어서야 집에 돌아왔답니다. 그런데 웬만해서 올 일이 없는 국제우편이 와 있네요. 뭔가 했더니 우간다에서 왔습니다. 우간다!

그곳은 2002년 4월생인 내 동생 무발리가 있는 곳이지요. 지난 가을 한비야 책을 읽고 덜컥 후원을 신청했는데 그러고 보니 얼추 1년 정도 되었네요. 월드비전에서 1년마다 아이에 대한 정보를 보내주나 봐요.

사진을 보세요. 아이가 많이 컸어요. 처음 사진을 받았을 때는 마냥 앳된 얼굴이었는데 지금은 제법 씩씩함이 느껴지네요. 청바지와 청남방을 입고 있는데 왠지 어색합니다.

사이즈도 안 맞는 것 같아요. 표정 보세요. 뭔가 뾰로통합니다. 사진 찍는다고 억지로 아이를 불러다가 옷 입힌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꽃도 억지로 들렸겠지요? 하하. 이 사진을 보니까 나도 모르게 히히- 하는 웃음이 지어졌답니다. 아침부터 내내 쌓였던 피로랑 짜증이 싹 날아갔어요. 정말로.

사진 옆에는 무발리가 그린 그림이랑 유치원 성적이 있어요. 예전에 보내온 편지에서는 무슨 선 같은 것만 흐물흐물하니 그려져 있었는데, 이번에는 사람 형태의 그림이 있네요. 괜히 흐뭇합니다. 유치원 성적을 보니까 수학하고 산수는 '베리 굿'이고, 영어는 '굿'이네요. 저랑 달리 수학을 잘해 괜히 뿌듯하기도 합니다.

취미가 축구래요. 늘 '축구공 보내줘야지' 마음이 무거웠는데, 정말 축구공 두 개 사서 보내줘야겠어요. 하나는 친구들하고 같이 놀 때 쓰고, 하나는 집에서 개인기 연습할 때 쓰라고요. 하하. 축구화는 아직 좀 그렇겠죠?

성격이 수줍고 조용하다네요. 그래도 사진 보니 얼굴도 씩씩하고 눈빛도 반짝거리는 게 그놈 장군감이네 싶어요. 사실 형 입장에서 녀석이 다부지게 크는 건 좋은데 귀염성은 덜한 것 같아 살짝 서운하기도 해요. 집에서는 물을 길면서 부모님을 돕고 있다네요. 무발리네가 농사짓는다는 얘기를 듣고 염소를 선물해드리면 어떨까 했었는데, 좀 더 알아보고 돈도 좀 모아서 도와드리던지 해야겠어요.

우간다는 여기서 지구 반대쯤 되는 곳이니까 거긴 아마 지금 낮이겠지요? 무발리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요? 축구공 보낼 때 역시 미뤄두었던 제 사진이랑 편지도 같이 보내야겠어요. 무발리는 제가 녀석을 궁금해 하는 만큼 저에 대해 궁금해 할까요?


태그:#월드비전, #우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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