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외고 입학 부정 사태가 일파만파다. 교육계에서는 '터질 것이 다만 이 학교에서 불거졌을 뿐'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경기도교육청이 16일 내놓은 이른바 '수습방안'은 자신들의 허물을 덮는데 급급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방안을 보면 일부 학생을 불합격시키고 연루 교사를 파면하는 것이 그 뼈대다. 김포외고만 제재하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하려는 것이다.
교육단체들이 더 분노하는 까닭
이 소식을 들은 교육시민단체들은 오히려 분노했다. 참교육학부모회,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흥사단교육운동본부 등 20여 개 교육시민단체가 모인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는 19일쯤부터 릴레이 농성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진화 전교조 위원장은 이미 지난 13일부터 청와대 앞에 자리를 폈다. '외국어고(외고) 문제 근본 해결'을 촉구하는 밤샘 농성을 벌이기 위해서다. 보다 못한 특목고 학원 강사들도 '양심선언'을 줄줄이 하고 나섰다. 서울에서도 '시험지 유출'이 밥 먹듯이 벌어졌다는 얘기다.
그동안 교육부는 무엇을 한 것일까. 정말 몰라서 가만히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눈을 감고 있었던 것일까. 최근 경기 ㅊ국제중 교감이 학원에 와서 입시설명을 한 것이 드러났는데도 눈만 껌뻑 껌뻑하고 있다. 외고와 학원사이에 벌어진 이 같은 '짬짜미'형 규정 위반 행위를 기자가 확인한 것만 해도 30여 개나 된다.
외고와 자립형사립고 전문학원인 ㅍ학원은 이미 2003년 서울지역 2개 외고의 시험지 유출의혹으로 입길에 오른 바 있다. 이 당시 학부모들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항의농성까지 벌였다. 하지만 이 ㅍ학원은 그 '정보력' 소문 탓으로 지금은 가장 유명한 학원이 되었다.
"수년간에 걸쳐 시중에 떠돌던 것이 사실이었던 셈인데 교육부는 눈 뜬 장님이었다."
내가 쓴 김포외고 관련 기사에 적어놓은 한 독자의 댓글이다. 그렇다. 교육부는 알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런 속에서 일은 터졌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일부 외고들은 외국어영재를 뽑는다면서 특별전형이란 명목으로 '골프 잘 치는 차례'대로 학생을 뽑는 '코미디'를 연출했다. 교감과 입학홍보부장이 학원을 돌며 정보를 빼주는 '탈법' 입시설명회를 안하는 외고가 바보가 될 지경이 되었다.
최근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국정브리핑>과 인터뷰에서 '외고정책은 실패했다'고 뒤늦게 과오를 인정했다. 교육부가 외고정책에 대해 처음으로 실패를 시인한 것이다.
이렇게 해놓고도 교육부는 외고 존폐 여부 결정을 내년 6월로 넘겼다. 당초 올해 12월에 존폐를 결정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하기도 했지만, 어쩐 일인지 최종 방안은 내년 6월이었다. 대선 후보들의 눈치를 살핀 셈이다.
탈법 '코미디' 눈 감아 주고선 뒤늦게 법석
이렇게 자충수를 둔 교육부가 김포외고 사태로 여론이 비등하자 요란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고 입학 부정 실태를 경찰과 함께 전면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면피성'이란 의심이 들지만 뒤늦게나마 움직이니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그동안 눈치만 살핀 교육부 자체가 시험지 유출의 주범이라는 여론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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