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8일 김경준씨의 구속 수사가 결정됨에 따라 검찰의 BBK 사건 수사에도 한층 속도가 붙게 됐다.

 

김씨의 구속은 일찌감치 예상된 게 사실이지만 김씨가 자신에 대한 혐의를 선선히 인정함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최재경 부장검사)이 김씨의 동업자였던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와 관련된 의혹을 규명하는 시간을 벌게 된 것이다.

 

속타는 한나라당 "수사결과 발표하더라도 이 후보 언급 자제해야" 

 

한나라당은 겉으로는 "김씨가 사실상 자신의 범죄 행위를 인정한 것"(박형준 대변인)이라고 덤덤하게 상황을 진단했지만, 속으로는 검찰 수사가 '급피치'를 올리는 상황 전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3선의 안상수 원내대표와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이 이날 잇달아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의 공정 수사'를 촉구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홍 위원장은 "23일 퇴임하는 정상명 검찰총장이 22일 검찰 출입기자들과 오찬간담회를 하고 수사 내용을 흘릴 수 있다", "검찰이 김씨의 기소시한(12월 6일) 전에 수사결과를 발표하더라도 이 후보에 대한 언급은 자제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귀국 전 가족들에게 "(이 후보와)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고 밝힌 김씨가 이 후보를 이롭게 하기 위해 자신의 죄를 인정한 것은 아닐 것이라는 얘기도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봉주 의원은 "김경준이 무죄가 되면 이명박도 무죄가 되고, 김이 유죄가 되면 이 후보도 유죄가 된다"고 이 후보와 김씨의 관계를 풀이했다. 김씨가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고 '공범'에 대한 얘기로 사건의 초점을 돌려놔야 감형 사유가 생긴다는 판단에 따라 아직까지는 검찰 수사에 토를 달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씨에게 적용된 혐의들에 대한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됨에 따라 검찰로서도 이 후보가 김씨 사업에 연루되었는지 여부와, 연루됐다면 어느 정도인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검찰 최대 과제, BBK와 다스 실소유주 규명

 

검찰의 최대 과제는 역시 BBK와 다스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를 밝히는 것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주장대로 이 후보가 BBK를 경영·소유하며 자금 횡령과 주가 조작에 가담했는지, 자신이 소유한 다스의 투자금 190억원을 끌어들여 돈 세탁을 한 게 아닌지, 다스의 주식을 소유하고도 공직자 재산신고 때 누락시켰는지 여부가 검찰 수사의 핵심이다.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이 후보가 BBK와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김씨의 주장이 사실로 판명될 경우 김씨는 논란의 장본인에서 '조력자' 수준으로 위상이 낮아지고 이 후보가 법적·도덕적 책임을 뒤집어쓰게 된다.

 

이 후보의 큰형과 처남이 공동 소유했다는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를 가리는 작업에도 관심이 쏠린다. 다스는 2000년 4월~12월 BBK에 190억원을 투자했는데, 신당은 이 중 140억원이 도곡동 땅 매각대금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나라당은 "BBK 투자금 190억원은 다스가 납품대금으로 받은 어음의 할인금, 정기예금 해지 등으로 조성한 자금으로, 다스가 BBK에 투자한 시기에 도곡동 부동산 매각 자금은 5년 만기 보험상품에 묶여 있었다"고 강조하지만, 이 후보의 큰형 상은씨가 보험만기일(2000년 12월 28일) 다음날 BBK에 보낸 10억원의 출처에 대한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이 돈의 출처를 역추적하면 검찰이 차명 의혹을 제기했던 '도곡동 미스터리'도 어느 정도 풀릴 전망이다.

 

검찰이 '수사 보안'에 각별히 신경 쓰면서도 "정치적 외풍에 휘둘리지 않고 신속하게 수사를 마무리짓겠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앞으로 지켜볼 포인트다.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참고인 수사 상황을 알려달라"는 기자들의 요구에 "언론 보도가 나간 후 다른 참고인들이 출석 거부를 하게 되면 안 그래도 짧은 수사기간 내에 수사를 마무리짓는 데 지장이 생긴다"고 거절했다. 옵셔널벤처스의 주가 조작 실무를 맡았던, 이 후보의 비서 이모씨는 이미 16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빠르면 대선후보 등록일(11월 25~26일)이나 김씨의 구속만기일(12월 6일) 이전, 늦어도 대선(12월 19일) 전에 검찰이 '모종의 결과물'을 내놓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태그:#이명박, #김경준, #BBK, #도곡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