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후루가다는 이집트 같지 않아요! 거긴 분명 이집트가 아니라니까요!"

이미 여러 곳을 다녀본 여행객들은 후루가다를 이집트가 아니라고 했다. 그곳은 이집트에 위치하고 있지만 그곳은 유럽 및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의 휴양지다. 그곳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이집트인의 고달픔은 어느 순간 보이지 않고 멋들어진 호텔들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곳이 바로 후루가다다.

이집트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곳. 홍해의 후루가다.
 이집트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곳. 홍해의 후루가다.
ⓒ 김동희

관련사진보기


사실 홍해는 스쿠버다이빙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유명한 곳이다. 시나이 반도에 붙어 있는 다합(Dahab)은 예전부터 배낭 여행객들에게 유명한 곳이라 알고 있었지만 후루가다는 이집트를 준비하면서 처음 접하는 곳이었다. 시나이 반도까지 갈 시간이 없어 선택한 곳이지만 홍해로 간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왜 푸른 바다가 홍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을까? 항상 궁금했다. 빨갛다는 것과 바다는 정말이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이고 섞이지 않을 것 같은 단어다. 그래서 홍해라는 이름은 참 매력적인 것 같다. 상상이 가지 않는 색을 가지고 있는 바다를 떠올리게 되니 말이다. 하지만 홍해는 눈부시게 파랬다. 어딜 봐도 빨간색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 왜 홍해라는 이름을 얻었을까? 옛날 어떤 사람이 산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았는데 바다 속 해조들 때문에 빨갛게 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홍해가 되었다고 한다.

이곳 후루가다에서는 관광업에 종사하는 이집트인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 힘들다. 이집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화려한 건물들에는 온통 휴가를 온 외국 손님들뿐이다. 이곳 저곳에서 새로 짓는 건물들로 시내 외곽은 어수선했다. 이곳은 정말이지 이집트라고 보기 힘든 곳이다.

홍해 바다를 느껴보기 위해 스노클링 투어를 신청했다. 아침 일찍 픽업 차에 올라 많은 배들이 있는 부두로 갔다. 여기저기 하얗고 멋진 배들이 많이 있었다. 바다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색이었다. 하지만 내가 타는 배는 저 구석에 박혀 있는 누런 색 쓰러져가는 배였다. 같이 가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배에 타면서 그저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 주변에 있는 하얀색 멋진 배들을 부러워하면서 말이다.

생긴 것과 달리 우리가 탄 배는 날렵했다. 오늘 우리를 안내하는 가이드도 참 마음에 들었다. 많은 곳에서 여러 번 스노클링을 해봤지만 마스크를 끼는 방법부터 하나하나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가이드는 그가 처음이었다.

"구명 조끼 필요 없어요?"

고개를 저으니 못 믿는 눈치다.

"이 배에 탄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수영을 못했어요. 모두들 구명조끼가 필요하죠."

사실 나도 물을 정말 무서워했다. 바다에 빠져 죽을 뻔한 적도 있다. 처음으로 나간 해외 여행에서 그 멋진 바다에서 난 구명조끼를 입고도 무서워서 배에 있는 사다리를 놓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바다에 뛰어내려 바다 속을 즐기는데 나는 사다리를 꼭 잡고 있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사다리를 잡고 있었던 팔은 얼마나 힘이 들어갔는지 알이 배겼었다. 그날의 우울함은 잊을 수 없었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한 일은 수영을 배우는 것이었다. 수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세상의 2/3를 차지하는 물을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도구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학교에서 필수로 수영을 배워야 해요."

한 한국인 다이빙 강사가 강하게 주장하는 것이다. 어린 아이들도 손쉽게 하는 수영을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렇게 힘들어 할까? 그러고 보니 나는 수영이란 것을 학교 다니면서 배운 적이 없다. 중·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체육시간에 달리기, 두 번 줄넘기, 농구, 배구, 뜀틀, 테니스 게다가 투포환까지 배웠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수영은 해 본적도 없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다.

저 멀리 배들이 몰려 있는 곳이 보였다. 바로 홍해 바다에 있는 작은 섬이다. 사막 섬이다. 이 섬은 오직 한가지 색만 가지고 있다. 바로 사막의 색, 누런 색이다. 햇살은 온 몸을 태울 것 같이 강한데 햇살을 피할 그 어떤 것도 없는 사막이다. 이런 섬은 처음이다. 그렇다고 바다도 누런 것은 아니다. 바다는 누런 육지의 색을 만회하려는 듯 너무나 아름답다.

사막섬. 풀한포기 없는 섬이지만 바다만큼은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
 사막섬. 풀한포기 없는 섬이지만 바다만큼은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
ⓒ 김동희

관련사진보기


야자나무도 한 개 없는 섬은 상상도 해본 적 없었다. 내 머리 속에 박혀 있는 섬이라는 곳의 모습은 해변 주변에는 큰 야자수가 있거나, 섬 안 산에는 빽빽이 나무들로 가득찬 초록색을 가지고 있는 그런 곳이다. 세상은 넓듯이 이렇게 풀 한 포기 살 수 없는 사막 섬도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을 내 머리 속의 제한된 지식만을 가지고 판단하고 단정짓는 실수는 하지 말아야겠다.

그나 저나 이 아무 것도 없는 섬은 너무 아름답지만 정말 해변에선 1시간도 있을 수 없었다. 태양이 직화구이를 만들 듯 내리쬐고 있으니 새까맣게 타서 밤 잠 못자고 아파하기 전에 도망가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지난 8월 다녀온 이집트 여행기입니다.



태그:#이집트, #홍해, #후루가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