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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주가조작을 했다면 대통령이 될 수 없다"며 김경준 전 대표의 BBK 주가조작과 자신과의 무관함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19일 오전 여의도 63빌딩에서 한국방송기자클럽 주최로 열린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주가를 조작할 전문지식도 없고, 그렇게 하지도 않았다"며 "정치인들이 문제를 삼고 있지만, 주가조작에 가담했는지 여부는 대한민국 법이 가릴 것"이라고 밝혔다.

 

"주가조작에 이 후보의 차명계좌가 이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의적 책임을 느끼지 않느냐"는 등 패널들의 날선 질문에도 이 후보는 "주가조작에 대한 도의적 책임보다는 냉철하게 법으로 다스려야 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2000년 김씨를 믿고 동업을 결정한 데 대해서는 "(당시) 미국에서 돌아와서 잠시 쉬는 동안 인터넷 뱅킹을 해보겠다는 생각에 같이 하게 된 것은 사실이다, 불찰이었다"고 해명했다.

 

이회창 후보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도 이 후보는 자신감을 보였다. "혹시 앞으로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면 단일화할 용의가 있느냐"고 묻자, 이 후보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을 가정해서 질문을 하면 답변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항상 문은 열려있고, (이회창 후보는) 그만한 판단을 할 지식인이라고 판단한다"고 기대감을 표명했다.

 

또한 자신 소유의 빌딩에 두 자녀가 '유령 직원'으로 취업했던 사실에 대해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제 불찰이고, 국민께 사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자녀에게 급여가 지급된 것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이 거듭 이어지자 "알았든 몰랐든 제 책임"이라며 구체적 해명을 피했다. 

 

"2000년 김경준씨 부모가 찾아와 부탁"

 

이날 토론회의 화두는 단연 지난 16일 송환된 김씨와 BBK 주가조작 사건이었다. 사회자인 정성근 SBS 논설위원은 토론회 초반 "뉴스에서 보니까 BBK 관련해서 소리가 높던데, 할 말 많으시죠"라며 운을 뗐다.

 

정 논설위원은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검찰의 수사가 진행중이지만 BBK와 관련해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BBK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된 패널들의 질문 공세를 예고했다.

 

이 후보는 김씨가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면계약서에 대해 "무엇을 두고 있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하지만 이면계약서가 있다면 김씨가 3년반동안 귀국하지 않으려 했겠느냐, 김씨는 미국 국적을 갖고 이래저래 귀국을 연기했다"고 김씨를 역공했다.

 

이 후보의 계속되는 부인에 "어머니에게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정직하게 했느냐"고 되묻자 그는 "어머니까지 모시고 나올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정치인들이 자꾸 말을 만드는 것은 2002년 김대업식 수법에 익숙해서 그 향수에 젖은 것"이라며 여권을 비난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2000년 당시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해 이해를 잘못했다"며 김씨와의 동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지 못했다. 

 

"김경준이라는 젊은이가 '뛰어난 금융인'이라고 보도가 나왔다. 실제 그 방면에 재능있는 젊은이였다. 제가 미국에서 돌아와서 잠시 쉬는 동안 인터넷 뱅킹을 해보겠다는 생각에 같이 일을 하게 된 것은 사실이다. 불찰이지만, 제가 만났을 때 이미 미국에서 BBK를 창립한 뒤였다.…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해 이해를 잘 못했고, 의사소통이 잘 안 됐다."

 

김씨에 대해서는 2000년 당시와 현재의 평가가 엇갈리는 데 대해 이 후보는 "저라고 실수하지 않겠느냐"며 "젊은 사람과 회사를 만들려다가 BBK 회사가 문제가 되는 것을 보고 중도에 포기했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주가조작 사건 피해자들에 대해) 도의적으로 책임지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저와 헤어진 이후 무관하게 발생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법적으로 완벽하게 해결해서 보상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또한 "김씨와 사업을 같이 하기로 판단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미국에서 돌아온 뒤 김씨의 부모를 만난 이야기를 꺼내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본인이 먼저 저를 찾아왔다. '이뱅킹'에 대한 브리핑을 해줬다. 그 당시에는 관련된 사업이 국내에 낯설었지만 흥미를 가지고 있었는데, 무엇보다 부모들이 저를 방문했다. 미국가서 고생하면서 아이들을 키운 이야기를 해줬고, '부탁한다', '도와달라'고 했다.…긍정적 인상을 받았다."

 

이 후보는 김씨의 누나 에리카 김씨에 대해서는 "방송에서 인터뷰를 여러 번 했을 것"이라며 "에리카 김씨도 자기 동생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자녀의 위장취업 관련 "어떤 변명도 드리고 싶지 않다"

 

 

이 후보는 자녀의 건물 '위장 취업'과 관련해 "바쁘게 살면서 소홀하지 않았나 싶다"며 "꼼꼼히 챙기지 못해 후회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세금을 덜 내기 위한 뜻은 없었다"며 "어떤 변명도 국민 여러분께 드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거듭 "어떤 변명도 국민께 드리고 싶지 않다, 많은 참고가 됐다"며 "제 불찰이기 때문에 어떤 변명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을 줄였다.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경제협력을 북핵 문제 해결 이후가 아니겠느냐"며 "평화협정도 북핵 문제가 해결된 뒤에 진정한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도주의적 지원에 대해서는 같은 동적이 아닌 아프리카 난민도 관심을 갖고 돕듯이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햇볕정책' 수용 여부를 묻자 "햇볕정책을 받아들이기보다 핵 포기가 중요하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을 한다면 한국의 여력이 되는 기업이 북한에 투자를 할 것이고, 여러 나라가 투자하고 국제기구가 지원하면 북한 경제는 자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후보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경제가 나빠진 것이 첫 번째 (원인)이고, 두 번째는 고용의 유연성이 없다는 것"이라며 기업의 고용 유연성 제고와 비정규직 차별 개선 등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부인 핸드백 때문에 둘째 사위가 눈물까지 보여"

"(공처가에) 가깝게 가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가까이 간다."

 

이명박 후보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던 토론회 도중 오랜만에 미소를 보였다. 토론회의 한 패널이 "이 후보가 애처가보다 공처가에 가깝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질문을 꺼내자 보인 반응이었다.

 

이 후보는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한국방송기자클럽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 첫 번째 주자로 참석했다.

 

'애처가' 질문이 나온 이유는 얼마 전 문제가 된 부인 김윤옥씨의 비싼 핸드백 때문. 사회자가 "핸드백 때문에 부부싸움을 했느냐"고 묻자 이 후보는 잠시 뜸을 들인 뒤 "여러 차례 해명을 했는데"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 후보는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때 집사람이 회갑을 맞아서 사위 3명이 힘을 모아서 좋은 선물을 한다고 했다"며 "그 후에 (사위들이) 선물을 잘 하고, 미안해하는 일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 "둘째 사위는 눈물까지 흘리면서 미안하다고 했다"며 "사위의 뜻을 이해하지만 다른 방법이 있었으면 좋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는 자녀의 위장전입 및 자신의 건물에 취업시킨 일과 부인 김씨가 들고 있었던 1000만원대 명품 핸드백이 주목을 받으면서 '서민 후보'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적이 있다.


태그:#이명박 , #한국방송기자클럽, #이회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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