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해 화순군민회관 대강당에서 있은 제2회 화순군립관악합주단 정기연주회.
지난해 화순군민회관 대강당에서 있은 제2회 화순군립관악합주단 정기연주회. ⓒ 박미경

 

인구 7만이 조금 넘는 전남화순군, 탄광촌으로 알려진 화순에 10년 전 초등학생들로 구성된 관악합주단이 만들어졌다. 올해로 창단 10주년을 맞은 화순초등학교(교장 서평렬) 관악합주단.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 동안 수많은 학생들이 관악단을 거쳐 갔고 2005년부터는 화순군립청소년관악합주단이라는 또 다른 이름도 갖게 됐다.

 

10년의 세월을 관악합주단과 함께 해온 서광렬(41, 호른 전공) 지휘자. 그는 오는 12월 화순초교로서는 10번째, 군립으로는 3번째 정기연주회를 준비하고 있다.

 

 화순초교 4학년생으로 구성된 관악기를 잡은 지 이제 갓 1년남짓 된 관악단의 막내들.
화순초교 4학년생으로 구성된 관악기를 잡은 지 이제 갓 1년남짓 된 관악단의 막내들. ⓒ 박미경

 

서광렬 지휘자가 화순과 인연을 맺은 것은 우연이었다. 화순초교 관악합주단은 시골학교의 아이들에게 공부 이외의 뭔가를 꿈을 키울 수 있는 거리를 갖도록 해주고 싶다는 당시 윤병주 교장에 의해 만들어졌다. 

 

 서광렬 지휘자.
서광렬 지휘자. ⓒ 박미경
그러나 관악단은 만들었지만 이들을 지도할 사람이 없었다. 그는 지휘자도 없는 관악합주단이 자리를 잡을 동안 잠시만 맡아달라는 지인의 부탁을 받고 ‘2주 동안만’을 약속하고 1997년 5월 아무런 연고도 없는 화순에 발을 디뎠다. 전남대 음대를 졸업하고 오스트리아 비엔나와 독일 등 유럽 등지에서 7년간의 유학생활을 막 마치고 돌아왔을 때다.

 

관악단에 모인 4학년 학생 40명 중에서 관악기를 제대로 연주할 줄 아는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약속한 기간만을 채우고 떠나려 했지만 악기를 전혀 다룰 줄 모르던 아이들이 조금씩 소리를 내며 하나씩 하나씩 배워가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차마 아이들 곁을 떠날 수 없었다고 말한다.

 

관악기를 만져본 적도 없는 아이들이 꾸준한 연습을 통해 제대로 된 소리를 낼 때의 감회는 그만이 아는 소중함이다. 그러면서 한 해가 갔고 다시 4학년 관악부 신입생들이 들어왔고, 또 한 해가 가면 또 신입생이 늘었다. 그렇게 3년 만에 관악합주단은 100여명이 됐다.

 

 군립관악단은 전남음악제에서도 초청공연을 했다.
군립관악단은 전남음악제에서도 초청공연을 했다. ⓒ 박미경

 

하지만 초등학교에만 관악합주단이 있다보니 졸업을 한 아이들이 관악을 중단해야 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화순중학교 관악단이다. 화순중학교 관악단은 2000년에 만들어졌고 2005년 화순군립청소년관악합주단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6년을 함께 하다보니 서광렬 지휘자의 단원들에 대한 애정은 남다를 수밖에 없고 단원들과의 사이도 여느 사제지간 못지않게 돈독하다.

 

 화순초교 관악단의 맏이인 6학년생들은 내년 화순중학교로 진학, 화순중 관악단에서 활동한다.
화순초교 관악단의 맏이인 6학년생들은 내년 화순중학교로 진학, 화순중 관악단에서 활동한다. ⓒ 박미경

 

서씨는 관악단을 ‘특별한 계층의 특별한 아이들’로 생각하는 이들을 대하면 마음이 씁쓸하다고 한다. ‘군립’이라지만 화순군으로부터의 재정적 지원은 지휘자의 인건비 정도인 상황. 단원들이 부담하는 금액은 한 달에 1인당 2만원에서 3만원. 모아진 돈은 각종 대회 참가경비나 간식비, 단복구입 등 전액 아이들을 위해 사용된다.

 

서씨는 “월 2만원의 회비를 내는 것도 어려워하는 단원들도 있다”며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틈틈이 음악을 하는 선후배들을 통해 다른 악기들의 연주법을 익혀 아이들을 지도해 왔다”고 털어놨다. 부모들에게 아이들의 개별 레슨도 권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관악합주단의 실력을 만만히 봐서는 안 된다. 이들은 창단 초기부터 지금까지 각종 음악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창단 때부터 사용하던 10년이 훌쩍 넘은 낡은 악기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들의 실력은 여느 관악단에 뒤지지 않는다.

 

음악가의 길을 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에 그는 아이들의 장래에 누구보다 많은 관심을 갖는다. 그는 중학교 2학년 무렵 전공으로 택해도 될 정도의 재능을 지닌 아이들에게만 관악을 계속하라고 권한다. 관악단 활동을 통해 음악적인 재능을 발견하고 자신의 재능을 살려가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고.

 

 화순관내 초등학교 방과후수업발표회에서.
화순관내 초등학교 방과후수업발표회에서. ⓒ 박미경

 

화순초교 관악단이 화순중학교 관악단과 함께 화순군립청소년관악합주단이 된 지도 벌써 3년. 화순군립청소년관악합주단은 지역에서 ‘군립’으로서의 역할을 하며 군민들과 함께 호흡할 준비를 하고 있다.

 

단원들과 함께 주말을 이용해 관내 마을을 찾아가 영화도 상영하고 음악도 들려주는 ‘찾아가는 음악회’와 주민들에게 무료로 악기연주법을 가르치는 ‘무료 음악교실’을 열겠다는 계획은 군립관악단으로서 주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시도다.

 

하지만 계획서를 받은 화순군에서 이렇다 저렇다 하는 말이 없어 필요한 장비 등만 마련해 놓고 시작도 못하고 있다. 당장이라도 군민들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공간만 마련된다면 매월 정기연주회를 열고 주민들에게 관악단의 연주를 들려주고 싶은 욕심도 있다.

 

화순군립청소년관악합주단의 3번째 정기연주회는 다음달 6일 화순군민회관 대강당에서 열린다. 이날 연주회에서는 관악단을 거쳐 음대 등에 진학해 활동을 하고 있는 단원들과 이제 갓 소리를 내기 시작한 신출내기 초등학교 4학년생들의 연주를 비롯한 모든 단원들의 실력을 감상할 수 있다. 입장료는  없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남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화순초#화순군립청소년관악합주단#서광렬#화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어떤 사항에 대해 알리고 정보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고 글로 남겨 같이 나누고싶어 글 올립니다. 아직 딱히 자신있는 분야는 없지만 솔직하고 공감이 가는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