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있는데 전화가 왔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택배가 왔는데, 집에 아무도 없다는 것이었다. 경비아저씨한테 맡겨달라고 했더니, 경비아저씨가 없다는 대답이 들려왔다. 그 순간 경비아저씨가 거의 몇 개월 동안 보이지 않았음이 생각났다. 결국 내일 다시 배달해 달라고 부탁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 아파트 입구는 공사중이었다. 안내판을 읽어보니 차량 출입 관리기를 설치하는 중이라고 했다. 더불어 차량을 소유한 입주자들은 관리사무소에서 스티커를 발급받으라는 공지도 첨부되어 있었다.
11층 집으로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그동안 없었던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우편함 앞에서도 CCTV를 본 것 같았다. 복도에서 단지를 바라보니, 주차장 여기 저기에 5~6대의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집에 들어가 동대표인 엄마에게 물어보니, 경비아저씨한테도 최저 임금제가 적용되어서, 아파트 2동 당 1명으로 줄였다고 했다. 대신에 CCTV를 늘리고, 차량 출입도 제한하는 거라고 알려줬다.
'감시·단속 업무 근로자' 최저임금제 적용 1년2007년 1월부터 경비아저씨로 대표되는 '감시·단속 업무 근로자'에게도 최저임금제가 적용되면서 아파트의 풍경이 많이 바뀌었다. 경비의 수가 줄어들고, '감시·단속 업무'의 공백은 CCTV가 채우고 있다. 남아있는 경비아저씨들도 차량을 관리하거나 분리수거를 관리하는 업무를 주로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많은 논란거리를 안고 있다. CCTV와 프라이버시 사이의 논란도 논란이지만 '감시·단속 업무 근로자'의 대량 해고를 가져왔다. 올해 4월에는 해고된 아파트 경비원이 분신자살을 했지만 금방 수면아래로 가라앉았다.
'감시·단속 업무 근로자'최저 임금제 적용이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해고된 경비원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되돌아 봐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