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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역사에 웅크린 노숙인들은 이 겨울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거리를 떠돌던 노숙인들은 겨울이 되면 정부에서 마련된 단기 쉼터에 잠시 몸을 의탁한다. 그러다 날씨가 따뜻해지거나 일자리가 생기면 다시 거리로 나섰다가 다시 쉼터로 오기를 반복한다.
 
“그들에게 집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생각이었죠. 자기만의 공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고 자기 집을 갖게 되면 미래를 계획할 수 있게 되죠.”
 
지역주거공동체 ‘평지(사단법인 나눔과 미래)’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고성현 목사(석관제일교회 부담임)의 말이다. 평지는 작년 건설교통부에 ‘단신계층 매입임대주택 시범사업’을 제안했고 건교부가 이를 받아들여 평지에 위탁운영을 맡겼다. 우선 30호의 주택이 시범 운영된다.


사업은 주택공사가 지역의 다가구, 원룸을 매입해 월 3백만원에 월세 7, 8만원으로 임대를 하고, 평지가 직업이 있고 생활능력이 있는 노숙인들을 선정해 주택을 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3백만원의 임대료도 노숙인들에게는 부담스런 금액. 평지는 우선 평지교회(담임전도사 오범석)가 소속된 기독교대한감리회 서울연회에 사업을 제안했고 연회의 김기택 감독과 연회 관계자들이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지방별로 2백만원을 마련해 15호 주택의 임대료 3천만원을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아현, 종교, 상동, 궁정, 세검정 교회 등 서울시의 큰 교회들이 모인 ‘도심목회연합’에서는 서울연회에 이어 나머지 15호의 임대료 3천만원 지원을 약속했다.


고 목사는 “임대료 3백만원 중 2백만원을 지원하고 제대로 재활 능력을 갖춘 노숙인들을 선정해 입주시킬 예정”이라며 “성북구의 30호 단신계층 임대주택이 성공하면 감리회와 평지가 새로운 대안주택의 모범을 만들어내는 셈”이라고 말했다.


노숙인들을 돕고, 주거문제로 어려운 이들의 도우미를 자청한 평지교회는 1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 11일 첫 창립예배를 보문동 평지교회에서 열었다. 서울 ‘쪽방 상담소’ 소장으로 일하다 노숙인 쉼터 일을 함께 해온 오범석 전도사가 교회담임을 맡고, 고성현 목사가 사역을 돕고 있다.


아침을여는집, 나눔마을, 성북사랑네트워크, 지역주거공동체 평지. 서울연회 성북지방 평지교회(담임전도사 오범석)와 함께하는 단체와 센터들이다. 평지는 작년 7월 ‘사단법인 나눔과미래’로 설립됐다.


평지교회를 가장 먼저 설명하는 이름은 노숙인 쉼터 ‘아침을여는집’이다. 1999년에 설립돼 서울시에서 예산을 지원받아 노숙인들에게 머물 곳과 먹을 것을 제공하고 있다.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재활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직업훈련, 직업소개도 중요한 업무다.


‘성북사랑네트워크’에서는 최근 재개발로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층에게 임대주택 입주를 추천하고 긴급 임대료 지원, 주거관련 상담 등을 하고 있다. 위기가정 지원센터도 함께 운영된다.


아침을여는집에서는 ‘사랑찬 봉사단’을 꾸려 보문동 쪽방 등에 사는 독거노인들에게 반찬을 배달하고 격주 토요일마다 조손가정, 모자가정의 아동학습지도도 함께 하고 있다.

 

평지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도움의 손길도 줄을 잇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석관제일교회(담임목사 김광년) 청년 7명이 봉사단에 동참했고, 정릉교회(담임목사 구자경) 여선교회는 매년 바자회 헌금을 2백여만원을 모아 김장을 도맡아 해주고 있다.


평지를 위해 일하는 고성현 목사, 오범석 전도사, 이제원(아침을여는집 총무), 남철관(나눔마을 대표), 이주원(성북사랑네트워크 사무국장), 정은영(성북사랑네트워크 간사) 사회복지사들은 한달이면 7일 이상을 노숙인 쉼터에서 생활한다. 24시간 숙직을 6명의 간사들이 돌아가며 서야하기 때문이다. 하고 있는 일, 할 일이 많은 만큼 도움의 손길도 그만큼 절실하다.

 

문의 : 02-925-2528, 후원계좌 국민은행 093401-04-115721 사단법인 나눔과미래

 

노숙인들과 24시간 “이곳이 내 쉼터”

평지를 이끄는 오범석 전도사, 고성현 목사

오범석(38) 전도사는 서울쪽방상담소 소장으로 일하면서 노숙인들과 어려운 이들을 위한 사역을 담당해왔다. 평지교회 담임목사와 아침을여는집 소장을 함께 맡고 있다.


오 전도사와 함께 노숙인 사역을 하는 고성현(37) 목사는 창원과 서울에서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활동을 해왔다. 목회현장에서 만난 이주노동자들의 억울한 사연을 듣고 “정말 후회없다”고 할 만큼 열심을 다했다고. 4월 이주노동자 관련 일을 정리하고 우연히 신문을 통해 나눔마을 등의 소식을 접하게 된 고 목사는 바로 노숙인쉼터를 찾았다.


“2달 동안 노숙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의 삶의 얘기를 듣고 상담을 했습니다. 우리가 아는 것처럼 IMF 때 거리로 나서게 된 사람들도 많지만 대부분은 태어나서부터 가난하고, 못 배우고,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이더군요.”


6살에 가출해 평생을 거리에서 보낸 사람. 15년 동안 가족을 위해 일본에서 돈을 벌어 송금하고 돌아왔으나 돈은 하나도 남지 않고, 아내와는 법적으로 남남이 돼있다는 걸 알게 된 할아버지. 그렇게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고 목사는 일주일의 7일, 하루 24시간을 그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


임대주택 시범사업이 성공을 거두고 나면 “감리회와 교회들이 힘을 모아 비영리 주택을 짓는 게 꿈”이라는 고 목사는 어려운 이들을 위해 힘을 모아준 서울연회와 도심목회연합 목회자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 다시한번 고마움을 표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기독교타임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평지, #아침을여는집, #노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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